SK하이닉스 주가는 11거래일(9월 2~16일) 동안 35.9% 상승해 장중 35만 원 선을 넘기도 했다. 뉴시스
반도체 분야 투자 전문가인 이형수 HS파트너스 대표가 최근 SK하이닉스 랠리를 두고 한 평가다. SK하이닉스 주가가 최근 11거래일 동안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가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9월 17일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제동이 걸렸지만,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세가 연말까지 이어져 주가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코스피는 9월 10일 4년 2개월 만에 전 고점(3305.21)을 돌파했고, 9월 16일 역대 최고치인 3445.62로 마감했다. 이를 주도한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특히 SK하이닉스 주가는 11거래일(9월 2~16일) 동안 35.9% 상승해 장중 35만 원 선을 넘기기도 했다(그래프 참조).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가 17.5% 오른 것과 비교해도 높은 상승폭이다.
외국인 보름 동안 2조 원 넘게 순매수
여기엔 외국인 매수세가 영향을 미쳤다. 9월 1일부터 16일까지 외국인투자자는 SK하이닉스를 2조5682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액(6조8121억 원)의 38%에 해당하는 수치다. 개인투자자들도 환호하고 있다. 9월 들어 네이버 종목토론방과 토스커뮤니티에서는 “국장 대장주 가보자” “40만닉스 머지않았다” 같은 반응이 나왔다.여기엔 글로벌 인공지능(AI)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 기대감이 영향을 미쳤다. SK하이닉스는 최근 HBM 독주체제를 굳건히 하고 있다. 9월 12일에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체제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에 75%를 공급하는 HBM3E에 이어 HBM4 납품도 임박한 것이다. 이날 하루에만 주가가 7% 급등했다. 주요 외신은 SK하이닉스의 HBM4 관련 발표를 예의주시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보도하며 “AI 시장 호조에 힘입어 주요 공급업체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최근 SK하이닉스 경쟁사인 마이크론이 엔비디아 요구 조건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SK하이닉스의 공급 우위 기대감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AI 시장이 확대되며 서버 증설로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 가격이 급등하자 낸드플래시 기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요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17~2018년 대규모로 투자된 일반 서버가 교체 시기에 도달했다고 본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은 낸드플래시 분야 2위 업체로, 8월 26일 세계 최초로 321단 2Tb(테라비트) QLC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양산한다고 밝혔다.
올해 3분기 실적 전망 역시 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3분기 11조2000억 원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사상 최대 실적으로 지난 분기에 이어 역대 최대 실적을 2분기 연속 기록하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일제히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있다. IM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28만 원에서 38만 원으로, NH투자증권은 34만5000원에서 39만5000원으로 높여 잡았다. 현대차증권은 9월 17일 목표주가를 40만5000원으로 발표하며 “2028년까지 HBM과 SSD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밸류업된 코스피, 외국인 매수 꾸준할 것”
글로벌 반도체업계 호황에 더해 정부가 추진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역시 외국인 매수세 유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개정안의 본회의 통과가 추진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방안도 국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관심사는 외국인의 국내 기업 매수 여력이 남아 있는지 여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하 발표를 앞둔 9월 17일 코스피는 랠리를 멈추고 1.05% 하락 마감했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하루 동안 1774억 원어치 팔아치웠고, 주가는 4.15% 급락했다. 다음 날인 18일에는 다시 5.85% 상승해 35만 원 선을 넘겨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주가가 상승 여력이 남았다고 본다.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퀄테스트를 통과하면 가격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현재 1년 반째 현상 유지 상황”이라며 “외국인투자자들은 여전히 SK하이닉스를 독보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서 “10월 초 미국 실업률이 발표되는 조정 기간이 지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40만 원 선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염승환 LS증권 이사 역시 “한국 증시 밸류업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이 기다리고 약달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환율이 아직 높은 점도 꾸준한 외국인 매수세를 기대하게 한다”고 밝혔다.
변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 부과 향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가 자동차 관세(25%)보다 높을 수 있다”고 밝히면서 9월 17일 SK하이닉스 주가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형수 대표는 “결국 지정학적 변수가 40만닉스 가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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