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IAA 모빌리티 2025’에서 공개한 노이에 클라세(Neue Klasse) 첫 양산 모델 ‘뉴 iX3’. BMW 제공
미니가 ‘IAA 모빌리티 2025’ 기간 독일 뮌헨에 조성한 ‘미니 오픈 스페이스’. 미니 제공
BMW는 차세대 전동화 플랫폼 노이에 클라세(Neue Klasse) 첫 양산 모델 ‘뉴 iX3’를 공개했다. BMW가 말한 새로운 시대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을 순수 전기 스포츠액티비티차량(SAV) 형식으로 풀어낸 상징적 모델이다.
전기차 대중화 신호탄
뉴 iX3는 6세대 BMW eDrive 시스템, 원통형 셀 기반의 고전압 배터리, 800V 아키텍처, 파노라믹 iDrive를 탑재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새로운 차원을 제시한다. 469마력, 주행거리 805㎞, 400㎾ 급속 충전이라는 강력한 수치도 눈길을 끌지만, 진짜 혁신적 요소는 4개의 ‘슈퍼브레인’으로 불리는 전자 아키텍처다. 특히 구동과 제동, 회생제동과 조향을 통합 제어하는 ‘하트 오브 조이(Heart of Joy)’는 처리 속도가 기존 모델 대비 10배 빠르다. 전기차 시대에도 BMW다운 주행 감각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장치인 셈이다.이번 모터쇼에서 BMW가 신차와 함께 선보인 전략은 브랜드 정체성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정의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전 생애주기에서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지속가능성까지 더해 BMW는 새롭지만 그 어느 때보다 더 BMW다운 미래를 제시했다.
미니는 BMW와 조금 달랐다.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협업한 ‘JCW 쇼카’ 2종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터스포츠의 감각을 선보였다. ‘뉘르부르크링 24시 레이스’에서 증명된 JCW의 성능과 미니 특유의 위트가 화려한 조화를 이뤘다.
뮌헨 렌바흐플라츠(Lenbachplatz)에 설치된 미니 오픈 스페이스는 ‘도시 속 또 다른 도시’를 콘셉트로 런던의 활기를 재현했다. ‘올-일렉트릭 JCW’ ‘에이스맨’ ‘컨트리맨’으로 이어지는 전기 라인업을 선보였으며, 개인화된 디지털 경험 ‘미니 익스피리언스 모드’와 도심 시승, 커뮤니티 퍼레이드까지 준비했다. 미니가 중점을 둔 것은 판매량이 아니라 팬덤의 밀도였다. 브랜드의 개성과 영국적 감성을 경험·공간에 녹여 라이프스타일 전기차의 정체성을 선명히 한 점이 눈에 띄었다.
한편 폭스바겐은 ‘ID. 크로스’ 콘셉트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주행거리 420㎞, 211마력 출력, 1200kg 견인 능력을 갖춘 이 엔트리급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도심 주행과 레저를 아우르는 콤팩트 전기차를 지향한다. 폭스바겐은 2026년 ‘ID. 폴로’ ‘ID. 폴로 GTI’ ‘ID. 크로스’를, 2027년에는 ‘ID. EVERY1’을 더해 엔트리 EV 4종 체제를 완성할 청사진을 공개했다. 폭스바겐의 승부수는 BMW나 벤츠처럼 프리미엄이 아닌, 합리적 가격과 대량생산 노하우로 전기차 대중화를 주도하는 것이었다.
현대차, ‘콘셉트3’ 첫 공개
포르쉐는 곧 공개될 신형 ‘카이엔 일렉트릭’을 앞두고 11㎾ 무선 충전 기술을 발표했다. 차량을 플로어 플레이트 위에 주차하면 자동으로 충전이 시작되고, 효율은 90%에 달한다. LTE·WLAN 모듈을 통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이물질 감지, 안전 설계까지 갖춘 이 시스템은 편리함과 신뢰성을 동시에 제공한다. 이번 전시에서 포르쉐의 키워드는 ‘일상화’로 압축할 수 있었다. 전기차 충전의 75%가 가정에서 이뤄지는 만큼, 무선 충전은 사용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솔루션이다. 카이엔 일렉트릭은 이 옵션을 최초로 제공하며, 400㎾ DC 충전 지원으로 세그먼트 최상위 성능까지 겸비했다. 포르쉐는 고성능과 편의성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공략하면서 전동화 경쟁에서 차별화된 입지를 다지고 있다.메르세데스벤츠는 개막 전야제에서 ‘디 올-뉴 GLC 위드 EQ 테크놀로지’를 공개했다. 700㎞ 넘는 주행거리, 800V 기반 10분 300㎞ 충전 성능, 인공지능(AI) 기반 운영체제 MB.OS 슈퍼브레인은 차세대 럭셔리 전기 SUV의 지향점을 보여줬다. 또한 새로운 크롬 그릴 등 100년 넘은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한 점도 시선을 끌었다. 행사장에는 ‘클래식 280 SE 쿠페’ ‘전기 G 580 EQ’ ‘AMG GT 63 PRO’가 나란히 전시돼 과거와 미래가 이어지는 장면을 연출했다. 특히 ‘AMG GT XX 콘셉트’는 1000㎾ 이상 출력을 자랑하며 AMG 전기차 시대의 퍼포먼스 기준을 세웠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럭셔리 EV 시장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전기 GLC’를 시작으로 ‘전기 G클래스 컨버터블’ ‘전기 밴 VLE’, 새로운 ‘GLS’까지 확장된 포트폴리오를 통해 럭셔리 전기차의 표준을 수립하고 있다.
4년 만에 IAA 모빌리티에 복귀한 현대차는 ‘콘셉트3(Concept Three)’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사이먼 로스비 현대디자인센터장은 콘셉트3를 “소형 전기차 디자인을 재정의하는 기회”라고 밝히면서 “‘에어로 해치’라는 새로운 유형으로 균형 잡힌 조형미와 흐름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마누엘 쇠틀레 유럽 디자인센터 디자이너 역시 “강철 소재의 감성을 순수한 디자인에 녹였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대형 SUV에서 소형 전기차까지 전기·수소·자율주행을 모두 포괄하는 포트폴리오로 다양한 시장 수요를 충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뮌헨에서 공개된 콘셉트3는 현대차가 유럽시장에서 보여줄 또 하나의 실험적 비전이자, 글로벌 디자인 리더십을 강화하는 신호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