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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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투자는 공부 시간 늘린다고 성적 안 나와”

‘4등분 주식 매매법’ 저자 이승조 대표 “머리로 하는 예측의 개입 줄이는 게 투자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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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5-09-16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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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조 다인인베스트먼트 대표. 조영철 기자 

    이승조 다인인베스트먼트 대표. 조영철 기자 

    “공부 시간 대비 확실한 성과가 나오는 시험과 달리 주식시장에서는 시간 투자가 오히려 마이너스를 부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탐욕으로 뭉친 수많은 플레이어가 존재하는 시장을 개인이 예측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제일 위험하다.”

    40년 투자 경력을 가진 이승조 다인인베스트먼트 대표가 투자에 갓 뛰어든 개인투자자가들이 경계해야 한다며 강조한 말이다. 이 대표는 1985년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큰돈을 벌었지만 2번의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이 대표는 개인투자자에게는 장기투자를 조언한다. 또 시세와 시간 흐름으로만 시장을 바라볼 것도 강조한다. 그의 이런 두 가지 투자 원칙은 저서 ‘10년 후에도 살아남을 주식에 투자하라’(2021), ‘이승조의 4등분 주식 매매법’(2025)에 각각 담겨 있다. 

    최대 3개 종목이 개인투자자의 한계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나.

    “1980년대 후반 5000만 원을 금융주에 투자했는데 3년간 그게 50억 원이 됐다. 당시 자본자유화 바람이 불면서 증권회사를 대형화한다고 했다. 돈을 벌었다는 게 소문나더니 사람들이 거액을 내게 맡기기 시작했다. 그때 욕심이 생겨서 레버리지를 일으키기 시작했고 결국 1992년 주가지수가 폭락하며 끝이 났다. 사실 돈을 벌었던 건 시대를 타고난 덕이었는데, 내 감각이라고 믿었다.”



    실패를 경험하며 알게 된 게 있나.

    “레버리지를 끌어 투자하거나 시장을 맞추려는 트레이딩을 하다 보면 항상 다치게 된다는 점이다. 제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이 엉덩이 힘이다. 레버리지만 일으키지 않으면 항상 기회는 온다. 머리를 믿지 말고 최대 3개 종목에 집중해 꾸준히 투자하면서 내버려두는 ‘시간 여행’ 투자를 하라고 강조한다. 특히 요즘 투자를 시작하는 젊은 사람들은 이를 못 하는 것 같다. 수시로 팔고 여러 종목을 기웃거리다 보면 돈을 잃는다. 워런 버핏은 1개 종목을 40년도 갖고 있으니 적어도 3년은 해본다는 생각으로 주식투자에 임해야 한다. 사람들은 부동산은 장기투자하면서 주식은 6개월 만에 큰 수익을 내려고 한다.”

    분산투자를 강조하는 전문가도 많은데.

    “회사 자금을 운용하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개인 자산을 투자하는 경우엔 3개가 마지노선이라고 본다. 그 이상 종목을 보유하면 너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기업을 속속들이 파헤쳐야 하는데 인생이 주식에 다 묶여서는 안 된다. 제자들에게는 주식시장을 보지 말라고 강조한다. 전업 투자자가 아닌 이상 가끔 돈이 생겼을 때 현 시점에 더 들어갈지 결정 정도만 하면 된다.”

    장기투자할 종목을 어떻게 고르나. 

    “우선 너 자신부터 파악하라고 말한다.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분야에 관심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 업종에서 대표되는 기업을 하나 골라서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자꾸 사람들은 텐배거(tenbagger: 수익률 10배)를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거기엔 운이 뒤따라야 한다. 욕심을 버리고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서 먼저 종목을 골라라.”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분야가 있나.

    “40년간 투자하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시대를 이끌어갈 종목들을 발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려 한다. 지금은 재생의학, 로봇과 우주, 물류 관련 종목이 유망하다고 본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은 꺼지지 않는다. 로봇과 우주산업 역시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시기가 곧 올 거라고 본다. 물류는 한국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때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는 산업이다. 북극항로 개발은 장기적으로 계속 추진되리라 본다.”

    구체적으로 종목이 궁금하다.

    “재생의학에서는 차바이오텍, 로봇·우주 쪽에서는 이미 오른 한국항공우주를 제외하면 이노스페이스, 물류는 HMM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에는 적립식 예적금처럼 10년 뒤에 보자는 생각으로 투자하길 권한다. 소형모듈원전(SMR) 분야 한전기술도 덧붙이고 싶다.”

    언제 팔면 되나.

    “스스로 공부해 꾸준히 우상향할 것 같은 기업을 샀다면 시세가 아닌 매출과 매도 시점으로 기준을 정한다. 매출액 기준으로 1조 원이나 10조 원 같은 어떤 분기점을 돌파할 때 매도하면 된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나 한화오션 등이 매출 10조 원을 달성했다. 한전기술은 현 매출이 5000억 원인데, 매출이 10조 원에 이르면 주식 가격은 얼마가 될까. 그때까지 가보려고 한다.”

    시세에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최근 발간한 책에서 강조한 ‘4등분 주식 매매법’은 장기투자 방식이 아니지 않나.

    “이 역시 주식을 루틴화하는 것이다. 머리로 하는 예측의 개입을 줄이는 것이 포인트다. 기본적으로는 시세에 모든 정보가 녹아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시세를 짧게는 60분봉이나 120분봉, 넓게는 1년인 52주 고가와 저가를 정하고 4등분하는 방식이다. 25%, 50%, 75% 수치에 도달할 때 걸리는 날짜와 수량이 다 다르다. 그리고 중간 중간 어떤 이벤트가 있었는지를 기록해서 어떤 기준이 될 때 사고, 어떤 기준이 될 때 팔아야 하는지를 로직으로 만드는 것이다.”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하나.

    “시세만 놓고 흐름을 이해하는 연습을 1년가량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를 가지고 52주 최고가, 최저가를 4등분해 25%일 때 사고 75%일 때 파는 연습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직관이 생긴다. 가령 상승 흐름을 보이다가 하락할 때 75% 선까지 조정받은 뒤 다시 상승하는 흐름을 보인다면 전 고점을 뚫고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하락 흐름을 보이다가 반등할 때는 50% 선 가격이 지지선이 되는지, 저항선이 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진입, 보유, 청산에 대한 로직을 만들어두는 것이다.”

    그러면 계속 차트를 봐야 하지 않나.

    “52주 고가, 저가를 놓고 분석하면 매도·매수 타이밍이 그렇게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시가총액 20위권에 있는 기업 가운데 골라 트레이딩을 반복하다 보면 요즘 같은 장에서 적어도 은행 이자보다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하반기까지 현금 30~50% 보유 추천

    현 정부의 증시 부양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기대감이 크다.

    “코스피 5000은 불가능하리라 본다. 한국은 여전히 아시아 자금이 몰리는 시장이다. 미국 본토 자금이 들어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이 필수적이다. 짧아도 3년 이상은 걸릴 것이다. 또 아직까지는 부동산 우위가 너무 강하다. 상법개정안 등 주식 부양 환경을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권력을 잡고 있는 사람 중에는 부동산파가 많은 것 같다.”

    정책적으로 필요한 것이 있나.

    “정부가 처음에 공언했던 정책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시간이 갈수록 세부 사항에서 족쇄가 늘어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정부의 큰 그림은 믿지만 단기적으로는 주식 부양이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시장은 어떨까.

    “트럼프 리스크가 아직 너무 크다. 국가자본주의식 정책 후유증이 한 번은 크게 찾아올 거라고 본다. 그런 조짐은 엔비디아나 팔란티어 주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 금리인하가 확정된 다음에도 경제 변수가 통제 불능이 된다면 주가가 크게 부러질 것 같다.”

    어떻게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나.

    “최근 한국시장이 횡보하는 동안 다시 미국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쏠림 현상은 좋지 않다. 또 요새는 자산의 30~50%를 현금으로 갖고 있으라고 조언한다. 지난해 8월 앤캐리트레이드 청산이나 올해 4월 미·중 관세 전쟁 때처럼 급격한 하락이 오면 그 돈으로 승부를 보는 게 1년 장사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주도주가 계속 바뀌는 순환매 장세 상황에서는 급격히 하락하는 주식을 제외하면 매력적인 주식이 많지 않다.”

    투자자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증권사에 있는 제자들도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기에는 정답을 찾지 못해 힘들어 한다. 장기투자 시간 여행을 하거나 시세만으로 기계적인 로직을 만들어 트레이딩하길 권한다. 최근 정보가 많아지면서 하루 종일 주식 방송을 돌려 보며 공부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이 수익이 안 난다고 토로하면 한두 종목에 몰아놓고 나머지 시간에 운동하라고 말씀드린다. 매일 주식 차트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감정의 진폭이 생긴다. 그게 또 실패 원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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