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의 투자캠프’ 김진. 조영철 기자
책 ‘주도주 투자 수익의 정석’ 저자 김진 씨가 9월 9일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그는 많은 개인투자자가 택하는 ‘저평가 우량주’ 전략은 오히려 불리하다고 강조한다. 김 씨가 현역 프랍트레이더(자기 자본과 회사 자본을 사용해 금융시장에서 거래를 수행하는 전문 투자자) 시절 운용했던 펀드는 3500억 원 규모였다. 시가총액 2000억~3000억 원 중소형 기업 일평균 거래대금은 5억 원에 불과했다. “마음만 먹으면 특정 종목 주가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중소형주는 유동성이 낮은 데 비해 정보 비대칭성이 높아 비전문 기관이나 이른바 ‘큰손’의 매매로 주가가 왜곡되기도 한다. 김 씨는 자금력, 정보 접근성, 체계적 매매전략 등에서 기관이나 외국인에 밀릴 수밖에 없는 개인투자자는 덜 기울어진 운동장을 선택해야 한다며 시총 2조 원 이상 대형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김 씨는 2001년부터 21년간 KB증권, 하나증권, 유안타증권 등에서 프랍트레이더로 재직했고, 2023년부터는 유튜브 채널 ‘김진의 투자캠프’를 운영하는 투자 전문가다.
추세는 차트 기울기로 확인하라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는 개인투자자가 살아남을 방법으로 추세 추종 전략을 꼽았다. 추세란 무엇을 뜻하나.“추세는 주식 등 자산이 미래 가치를 반영하며 나아가는 일정한 방향성이다. 다만 모든 추세가 신뢰할 만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운용 자금이 3500억 원 규모인 펀드도 주가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주식이 있다. 삼성전자,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같은 대형주가 그렇다. 그러니 신뢰할 만한 추세를 띠는 대형주를 투자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주도 섹터를 선별할 때 기준이 있나.
“핵심은 수요다. 산업 제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일 수도 있고, 정부나 기업 투자도 수요에 포함된다. 쉽게 말해 돈이 가장 많이 몰리는 산업이 주도 섹터다. 전 세계가 주도주 대접을 받는 인공지능(AI)에 돈을 쓰고 있지 않나. AI로 대박을 터뜨린 기업은 드물지만, 모든 자금이 그쪽으로 몰린다는 게 중요하다.”
주도주에 등극하는 주가의 특징이 있다면.
“왜 오르는지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파르게 오른다. 투자론적으로 살펴보면 주가는 EPS(주당순이익)×PER(주가수익비율)이다. 많은 투자자가 순익 증가에 집중하지만, 실제로는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훨씬 많다. 밸류에이션이 낮은 종목만 고집하면 주도주를 포착하기 어렵다. 나는 과거 엔비디아가 주당 2달러일 때 매수했다. 이미 그 시점에도 6개월 새 주가가 2배 이상 오른 상태였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건 어느 정도인가.
“책에서 변곡점 4개를 소개했다. 상승 추세가 본격화되는 신호인 ‘롱(Long) 사인’, 상승 추세가 끝나는 신호인 ‘셀(Sell) 사인’(그림1 참조), 하락세가 본격화되는 신호인 ‘숏(Short) 사인’, 하락세가 끝났다는 신호인 ‘숏 커버(Short cover) 사인(그림2 참조)’이 그것이다.
구분 기준은 기울기다. 차트도 결국 물리적 현상 중 하나라고 보면 새로운 추세가 형성될 땐 기존 흐름보다 더 강한 기울기를 동반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단순한 기술적 패턴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좀 더 긴 흐름을 기준으로 해석하는 게 적절하다.”
급상승하다 주춤한 국내 증시 대응법
국내 증시는 7월 이후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럴 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한국시장이 7월 초부터 두 달째 횡보하고 있어 시장이 좋은지 의구심을 가지는 투자자가 많다. 그러나 4~6월에 이어졌던 상승 기울기는 2015년 이후 국장에서 가장 가파른 수준이었다. 추세는 강할수록 의미 있다. 상승장을 주도했던 금융지주·조선·방산 추세는 다소 완만해졌지만, 여전히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종목이 더 많다. 물론 단기적으로 하락할 수는 있다. 이때 국장에 올인하면 조급해지고 실수가 잦다. 국장 비중이 50~60%인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라는 조언이 나오는 것이다.”
한창 오르다가 정체된 종목 중 하나가 두산에너빌리티다.
“상승 추세가 끝났다고 판단하려면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그동안 올랐던 각도보다 더 가파르게 하락해야 한다. 지금까지 차트를 봤을 때 그 정도인가. 답답하다는 이유만으로 상승 추세가 끝났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 ‘급등한 주식이 옆으로 누워 있는 것만큼 아름다운 조정은 없다’는 말도 있다.”
최근 하락세가 마무리되는 업종도 있나.
“유통업종이다. 다만 하락이 멈췄다고 해서 지금이 매수 시점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대차매도나 공매도 투자자라면 매수로 포지션을 바꾸라는 정도다. 예를 들어 잠시 주가가 올랐던 이차전지에서 본격적인 상승세가 당장 시작될 수는 없다. 최근 반등은 추세 전환이라기보다 오랜 하락을 극복하는 정도다.”
이재명 정부 들어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 산업에도 관심이 커졌다. AI 외에 주목할 만한 섹터가 있다면.
“B2G는 세계적 흐름이다. 한국만의 특이점은 정부가 부동산 중심 재테크에서 금융시장 중심으로 축을 옮기려 한다는 것이다. 이 정책이 성공하는지에 따라 코스피도 달라질 수 있다. 사실 국내 증시는 외국 자본보다 국내 잉여 유동성이 들어올 때 강해졌다. 1990년대 말 ‘바이코리아(Buy Korea) 펀드’ 붐이 그랬다. 당시 미래에셋 펀드가 급성장했고, 코스피는 1년 새 300에서 1000까지 올랐다. 같은 맥락에서 코스피 5000 시대의 바로미터는 금융주다. 9월 7일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비율 축소 발표가 은행·금융주에는 단기 악재였지만, 주가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 시장이 아직 금융주에 대한 기대를 거두지 않았다는 뜻이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자 미국 증시로 옮기는 투자자도 적잖다. 현 ‘미장’을 어떻게 보나.
“입소문에 비해 좋진 않다. 시장 전체를 확 이끄는 종목보다 주식 전반적으로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최근엔 나스닥보다 러셀2000(미국 중소형 기업 2000개로 구성된 주가지수)이 더 강한 흐름을 보였다. 미국 고용시장이 둔화하면서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금리에 민감한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강세다.”
현재 미국 증시 중심은 브로드컴
글로벌 주도주가 AI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데, 그 중심축이 엔비디아인지 브로드컴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중심축은 이미 브로드컴으로 옮겨갔다고 본다. 4월 상호관세로 흔들렸던 시기를 빼면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엔비디아 주가는 55%, 브로드컴은 135% 상승했다. 주가만 봐도 브로드컴이 이미 강하다. 게다가 지난해 80배였던 엔비디아 밸류에이션은 현재 40배까지 내려갔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지는 건 좋지 않은 신호다. 다만, 소버린AI에 따른 수요 증가 덕분에 성장 가능성이 단기간에 약화되진 않으리라 본다. 엔비디아는 늘 공급이 부족했던 기업 아닌가.”
투자자에게 가장 어려운 건 매도다. 실전에서 잘 팔기 위한 마인드셋이 있나.
“인간은 원래 비합리적이다. 수익이 나면 단타, 물리면 장타라는 말도 있지 않나. 그러나 주식시장은 철저한 합리의 세계다. 비합리적인 투자자는 성공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성향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 대신 실수를 되짚으면 달라진다. 자녀가 수학시험 전 연습 문제를 푼 뒤 채점하지 않고 오답노트도 쓰지 않으면 뭐라고 하겠는가. 주식도 같다. 매매 후 복기하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반대로 기록을 남기다 보면 ‘내가 예전에 이런 선택을 했었지’라는 인식이 생기고, 점차 나아진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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