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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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테크 격전장으로 부상한 ‘AI 브라우저 시장’ 

오픈AI 등 ‘3차 웹 브라우저 전쟁’ 돌입… 사용자 경험 차별화가 핵심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5-09-1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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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젠스파크가 만든 AI 전용 웹 브라우저. 김지현 제공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젠스파크가 만든 AI 전용 웹 브라우저. 김지현 제공 

    첫 번째 웹 브라우저 전쟁이 벌어진 건 1990년대 후반이다. ‘모자이크’ ‘넷스케이프’ ‘오페라’ 등 당시로선 혁신적이던 브라우저들이 시장점유율을 두고 다퉜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컴퓨터 운영체제 ‘윈도’에 웹 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기본 탑재하면서 ‘1차 웹 브라우저 전쟁’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2000년대 후반 개인용 컴퓨터(PC)와 스마트폰이 확산하면서 두 번째 웹 브라우저 전쟁이 시작됐다. PC 환경의 브라우저 시장은 구글 ‘크롬’이 장악했다. 모바일 환경에서는 애플 ‘사파리’가 빠르게 점유율을 높였다.

    그리고 지금, 인공지능(AI)이 보편화되면서 세 번째 브라우저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전쟁의 주역은 AI 기업들이다. 미국 오픈AI와 퍼플렉시티, 더브라우저컴퍼니에 더해 중국 젠스파크 등이 AI 전용 브라우저를 만들어 기존 시장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이들은 브라우저를 단순한 웹 페이지 열람 도구가 아니라, 사용자의 작업과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지능형 인터페이스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AI 전용 브라우저는 기본적으로 AI 챗봇을 장착하고 있다.

    퍼플렉시티는 7월 ‘코멧(Comet)’이라는 AI 브라우저를 발표했다. 구글의 오픈소스 웹 브라우저 프로젝트 ‘크로미움’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코멧에는 AI 에이전트가 결합돼 있다. 코멧에서는 이메일 요약, 탭 관리, 예약, 결제, 문서 작성 등 다양한 작업을 자연어(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 명령만으로 처리할 수 있다. 지금은 사용하려면 월 200달러(약 28만 원)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지만, 퍼플렉시티는 코멧이 AI 서비스의 핵심 실행 환경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연어 명령으로 예약·결제·문서 작성

    2019년 설립된 더브라우저컴퍼니는 AI 전용 브라우저 ‘디아(Dia)’를 개발했다. 탭마다 AI 챗봇이 내장돼 있어 사용자가 웹 페이지를 읽는 맥락을 파악하고 페이지 내용을 요약·정리해준다. 탭 사이를 넘나들며 이메일 작성, 쇼핑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 ‘웹을 넘는 조수’로 불린다.



    오픈AI 역시 크로미움을 활용한 자체 AI 브라우저를 준비하고 있다. 채팅 기반 인터페이스로 검색과 동시에 예약, 양식 작성, 콘텐츠 생성 등 복합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젠스파크의 AI 브라우저는 광고 차단과 개인정보보호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면서 사용자가 보고 있는 페이지 뒤에서 자동으로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능을 갖췄다.

    기업들은 AI 브라우저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히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구글이 검색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불법적으로 남용했다는 미국 법원의 판단이 있었다. 이에 대한 규제 조치로 크롬 매각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퍼플렉시티가 크롬 인수를 제안해 주목받았다. 인수 금액은 전액 현금으로 345억 달러(약 48조 원)였다. 퍼플렉시티가 크롬 사용자와 기술 자산을 확보해 코멧의 영향력을 단기간에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퍼플렉시티의 크롬 인수 제안은 AI 기업들이 AI 브라우저 전쟁에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웹을 넘나드는 조수

    현재 진행 중인 ‘3차 브라우저 전쟁’에서는 사용자 경험의 혁신적인 변화가 핵심이다. 과거 1·2차 브라우저 전쟁에서는 기업들이 속도, 호환성, 보안 등 기술적 성능을 두고 경쟁했다면, 이제는 AI를 활용한 대화형 인터페이스 구축과 작업 자동화를 통해 브라우저 사용자의 경험을 차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AI 브라우저는 사용자의 로그인 아이디와 암호는 물론, 평소 자주 사용하는 메뉴 등 사용 습관까지 기억해 사용자의 웹 서비스 이용을 보조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브라우저의 수익 모델 변화는 필연적이다. 광고 노출 빈도와 클릭 수를 기반으로 광고비를 책정하는 기존 웹 브라우저의 수익 구조는 AI 브라우저 환경에서 점차 영향력을 잃을 것이다. 대화형 검색과 자동화된 정보 제공으로 웹 페이지에 방문할 필요 자체가 사라지면서 검색 광고와 배너 광고의 단가·총량 모두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브라우저에서 AI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사용량 기반의 요금제, 프리미엄 구독 모델, 기업용 맞춤형 라이선스가 브라우저 기업들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브라우저가 웹 서핑을 위한 무료 진입로가 아니라 ‘AI 운영체제’처럼 기능하는 것이다.

    향후 3년 내 3차 브라우저 전쟁의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개인과 기업이 어느 AI 브라우저를 중심으로 검색하고 쇼핑하며 업무를 수행할지는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 방식을 완전히 재정의하는 기업이 어디냐에 따라 결정된다. AI 브라우저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인 기업은 결국 AI 생태계 전체 점유율을 확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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