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9월 1일 2026년도 예산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복지와 SOC 확대로 소비·내수 회복 뒷받침
특히 기술 주도 ‘초혁신 경제’에 72조 원을 배정해 2025년보다 약 41% 확대됐다. 인공지능(AI)과 연구개발(R&D)을 핵심 성장축으로 삼아 AI 투자에는 10조1000억 원, R&D에는 35조3000억 원을 배정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첨단기술 인프라 구축과 인재 양성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통해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본격화함으로써 단기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율은 2019년 9.5% 이후 계속 낮아져 2025년 본예산 기준 2.5%까지 축소됐다. 2025년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최종 재정지출 증가율이 7.1%까지 높아졌지만 본예산만 놓고 보면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2026년도 예산안은 재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장과 회복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다만 중점을 두고 있는 AI와 R&D 예산 확대는 연구 인력, 장비, 인프라 구축에 투입되는 만큼 투자 집행 속도가 느리고 파급 효과 시차가 길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나 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해 정보기술(IT) 장비·부품업종의 매출 증가 같은 단기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연구비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은 경기 순환에 즉각 반영되지 않는다. 따라서 AI와 R&D 투자는 단순한 경기부양책이라기보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구조적 성장 정책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반면 복지와 사회간접자본(SOC) 확대는 소비·내수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다. 먼저 아동수당 등 복지 지출이 늘어나면 취약계층의 가처분소득이 직접 증가하는데, 특히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은 추가 소득 대부분을 소비로 연결해 단기 소비 진작 효과로 이어진다. 실제로 2026년도 복지예산은 269조 원으로 2025년보다 8.2% 늘었으며,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13%에 해당한다. 소득 이전 효과를 통한 단기 내수 안정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SOC 확대 역시 고용 창출과 승수 효과를 통해 내수 회복을 지원한다. 2026년도 SOC 예산은 27조5000억 원으로 7.9% 증가했다. 반면 2025년도 예산안에서는 SOC 투자가 2024년 대비 3.6% 감소하며 12개 주요 분야 중 유일하게 줄었는데, 이는 긴축적 재정 기조 속에서 건설·토목 투자 부진으로 이어졌다. 건설업은 고용유발계수(10억 원당 12∼13명)가 높아 단기 고용 창출 효과가 크며, 이는 가계소득 증가와 소비 진작으로 연결되는 간접적 내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주요 연구기관에 따르면 SOC 투자 재정승수는 대체로 1 이상으로, 1조 원 투자 시 GDP가 1조 원 넘게 늘어난다. 특히 경기침체기에는 승수가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SOC 투자가 단순 토목에 머물 경우 효과가 단기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지만, 이번에는 예산안에서 강조한 스마트 인프라, 친환경 교통망, 디지털 SOC로 전환한다면 효과가 좀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K자형 성장 패턴 지속
종합해보면 확장적 재정지출과 AI·산업정책 투자가 내수 및 투자에서 효과를 낼 경우 관세 영향에 따른 수출 부진을 일부 완충하며 내년 1% 중후반대 성장률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재정건전성 우려는 수시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뺀 재정지표) 적자가 GDP 대비 -4%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고, 국가채무 비율도 51.6%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그래프2 참조). 특히 정부는 2029년까지 GDP 대비 국가 채무가 58%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는데, 이는 재정 확장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또한 재정지출 확대 이후 성장이 뚜렷하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확정적 재정 기조는 오히려 시장과 국제 금융기관의 신뢰를 흔드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2026년에는 총 232조 원 규모의 국채 발행이 예정돼 있으며, 이 중 110조 원 이상이 적자 재원 조달용이다. 이는 2025년 추경 편성이 더해진 국채 발행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국채 발행 부담은 금리상승 압력을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따른 국채시장의 변동성 확대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번 예산안은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 이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쳐 12월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조정될 수 있겠으나 확장적 재정 기조 자체는 유지될 전망이다. 정부 역할이 강화되면서 민간 유동성 활용과 지원이 이어지겠지만 첨단산업 중심의 R&D 및 보조금 확대 과정에서 산업별·기업별 차별화가 불가피해 K자형 성장 패턴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