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남에 있는 50억 원짜리 꼬마빌딩을 자식에게 증여한 고객이 뒤늦게 증여세를 줄여달라며 찾아왔다. 증여계약서를 보니 자신이 임대보증금 20억 원과 대출금 5억 원을 모두 갚겠다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자식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33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게 됐다. 만약 자식이 보증금과 대출을 갚아나가는 조건으로 부동산을 물려받는 ‘부담부증여’를 택했다면 최대 12억 원을 절세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자녀가 부담해야 할 취득세·증여세를 부모가 대납할 때는 증여세까지 고려해야 한다.”
섣부른 증여, 세금 폭탄 맞는다
유튜브 채널 ‘국세청 아는형’에서 절세 비법을 강의하는 염지훈 세무사. 조영철 기자
염 세무사는 국세청에서 22년 동안 근무하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반장, 강남세무서 재산팀장 등을 지낸 베테랑 세무사다. 국세청에서 은퇴한 후 세무사로 일하는 틈틈이 유튜브 채널 ‘국세청 아는형’(구독자 25만7000명)을 운영하며 절세 비법 강의로 인기를 얻었고, 최근에는 신간 ‘세금 없이 돈 주고받는 기술’도 냈다. 염 세무사를 9월 3일 만나 합법적인 부동산 절세 방법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단순증여와 비교해 부담부증여의 절세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통상 단순증여보다 부담부증여가 유리한 경우가 많다. 가령 5억 원에 매입해 10년 이상 보유 및 거주한 국민주택규모(85㎡) 아파트가 현재 10억 원이 됐다고 가정해보자(표 참조). 이 아파트를 무주택자인 자녀에게 단순증여할 경우 전체 세금 부담은 증여세 2억2500만 원과 취득세 3800만 원을 합쳐 2억6300만 원이다. 그런데 전세 5억 원에 세입자가 있는 상황에서 아파트를 자녀에게 부담부증여할 경우 세금이 1억1600만 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보증금을 제외한 5억 원에 대해서만 증여세가 붙기 때문에 수증자가 내야 하는 세금이 적어지는 것이다. 이 경우 아버지가 1가구 1주택 비과세를 적용받고, 10년 이상 보유 및 거주해 양도세 부담이 낮아진 점도 크게 작용한다.”
“부모와 자녀가 다주택자이거나 증여 대상 부동산이 토지, 건물이라면 양도세가 커질 수 있다. 또한 부동산 취득가액과 양도가액의 차이가 지나치게 큰 경우에도 부담부증여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내가 상담한 강남의 자산가 중에는 30∼40년 전 1억 원에 매입한 건물이 수십억 원이 된 사례가 있다. 장기 보유 특별공제도 수십 년 보유했다고 무한 적용되는 게 아니다. 가령 상가는 50년을 보유했어도 장기 보유 특별공제가 최대 30%다. 이 경우 양도세 부담이 생각보다 커서 부담부증여의 매력이 떨어진다. 또한 부동산 매입 시 실거주를 전제로 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전세를 낀 부담부증여가 사실상 불가능한 점도 주의해야 한다.”
“1가구 1주택자 유리”
자녀가 실제로 대출·보증금을 제대로 갚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물론이다. 세무당국은 자녀가 승계한 대출과 보증금을 누가, 언제 갚는지 꼼꼼히 지켜본다. 나도 국세청에 있을 때 그런 업무를 했는데, 바로 ‘부채사후관리’다. 부채사후관리는 매년 또는 격년으로 자녀가 대출이나 보증금을 상환했는지 채권자와 채무자 양쪽 모두 체크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자녀가 자력으로 상환했는지 소득과 자금 출처도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추가 증여를 받아 상환했다면 증여세와 가산세가 부과될 수 있다. 부담부증여로 절세 효과는 있지만 자녀가 돈을 갚아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증여 대상 주택이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있어 부담부증여가 어렵다면.
“그런 경우 단순증여를 하되, 자녀뿐 아니라 며느리·사위나 손주에게 나눠서 증여해 절세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증여세는 누진세율이 적용되기에 증여 금액을 줄일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며느리나 사위에게 증여할 경우 취득세 부담이 커지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조정대상지역 기준시가 3억 원 이상 주택을 증여할 경우 원칙적으로는 국민주택규모의 취득세율(12.4%)을 부담해야 한다. 물론 1세대 1주택자는 예외적으로 취득세율 3.8%가 적용되지만, 지방세법상 직계존비속이나 배우자에게 증여할 경우로 국한되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부동산을 물려줄 때 증여세를 피할 수 있는 ‘저가양도’에 관심을 갖는 이도 적잖다. 염 세무사가 국세청에서 근무하던 2023년까지만 해도 ‘아는 사람만 아는’ 절세 방법이었지만, 최근 입소문을 타면서 주목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저가양도는 양도인과 양수인이 특수관계인(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상 배우자나 4촌 이내 혈족, 3촌 이내 인척 등)일 경우 시가보다 저렴하게 부동산을 사고팔 수 있는 제도다. 지금처럼 집값 상승세가 다소 주춤할 때를 저가양도 호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 최대한 시가를 낮춰 자녀의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수관계인 간 저가양도를 활용한 절세는 어떤가.
“자녀가 부모에게 양도 대금을 지급할 만한 자금력이 있는 경우 증여보다 저가양도가 유리하다. 특히 부모가 1세대 1주택자라면 양도세 부담이 낮아져 더욱 그렇다. 저가양도는 말 그대로 양도라서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저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상증법상 ‘시가의 30%’ 혹은 ‘3억 원’ 중 적은 금액만큼 시가보다 싸게 팔 수 있다. 이에 따라 자녀에게 시가보다 저렴하게 부동산을 팔더라도 그 차액을 증여로 보지 않겠다는 취지다. 남 주기 아까운 똘똘한 아파트를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을 때 고려할 만한 방법이다. 자녀 입장에선 부모의 아파트를 시가보다 싸게 사면서 증여세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부모 역시 자녀에게 받은 돈을 노후 자금으로 쓸 수 있다.”
여기서 ‘시가’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기준인가.
“부동산을 양도한 날(잔금청산일과 등기접수일 중 빠른 쪽)을 전후로 3개월 이내 다음과 같은 가액이 ‘시가’로 인정된다. 즉 △매매·수용·공매·경매 가액이나 △면적과 기준시가 모두 해당 주택과의 차이가 5% 이내인 유사매매사례의 가액 △기준시가 순으로 적용된다.”
아파트를 저가양도하고 3개월 안에 신고가를 찍은 ‘유사매매사례’가 생기면 어쩌나.
“그런 문제에 대비해 보통 감정평가를 받고 그 가액을 기준으로 저가거래를 한다. 그렇게 하면 설령 3개월 내 유사매매사례에서 신고가가 나와도 감정평가 가액이 우선 적용된다. 다만 감정평가로 나온 가액이 터무니없이 낮다면 인정을 못 받을 수 있다. 또한 부동산 기준시가가 10억 원 이상이면 복수의 감정평가기관에 감정평가를 의뢰해야 한다.”
“거래대금 확실히 주고 돈 출처도 명확해야”
각종 절세 방안을 활용하는 경우 자칫 세무조사를 받게 되는 것 아닌지 고민하는 사람도 적잖다. 법 테두리에서 절세했다고 생각했는데, 뜻하지 않은 신고 누락 등 실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염 세무사는 “특히 각종 증여에 비해 저가양도는 세무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저가양도가 이뤄진 후 자녀가 부모에게 거래대금을 확실히 줬는지, 그 돈 출처가 당국에 신고된 소득인지 세무당국이 면밀하게 살펴볼 공산이 크다. 따라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세무조사를 감안하면 저가양도는 가급적 다른 증여가 없는 경우에 하는 게 유리하다. 일단 세무조사를 받으면 증여 신고 누락 등 실수를 빨리 인정하고 수정신고를 하는 편이 현명하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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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김우정 기자입니다. 정치, 산업, 부동산 등 여러분이 궁금한 모든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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