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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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통과되자 로봇주가 움직였다

노조 리스크에 무인화 투자 기대감… 코닉오토메이션 53.74%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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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5-09-05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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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로봇 기업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GETTYIMAGES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로봇 기업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GETTYIMAGES

    로봇 기업 주가가 일제히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표 참조). 노란봉투법이 8월 24일 국회에서 통과된 후 기업이 신규 채용보다 자동화 설비 도입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최근 정부가 ‘피지컬 AI(인공지능) 1등 국가’라는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고자 로봇·자동차·조선·제조 등 주요 산업 분야의 AI 전환(AX)에 향후 5년간 약 6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로봇 투자 확대는 필연적”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불법 쟁의 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원청 기업을 교섭 대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노조 리스크, 인건비 부담 등이 커져 기업이 무인화·스마트팩토리 관련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병화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이 당면한 노동력 부족, 인건비 상승이라는 구조적 문제 속에서 로봇 투자 확대는 필연적”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로봇 수요 폭발 시기에 국내 기업들의 대규모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로봇 기업 주가 상승은 대형주와 중소형주를 가리지 않는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기 직전 거래일인 8월 22일 7만5900원에 장을 마무리한 로보티즈는 8월 25일 10만700원으로 32.67% 급등한 모습을 보였다. 또 하이젠알앤엠(23.4%), 케이엔알시스템(18.99%), 현대무벡스(14.19%), 레인보우로보틱스(13.98%)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런 상황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8월 22일부터 9월 3일까지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기업은 코닉오토메이션이다. 8월 22일 1470원이던 주가가 2260원까지 오르면서 53.74% 상승했다. 스마트팩토리·로봇 자동화 기술을 보유한 코닉오토메이션은 기존에 주력했던 이차전지와 반도체산업 수요가 둔화하자 바이오 자동화 분야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코닉오토메이션은 노란봉투법 통과 다음 날인 8월 25일 가격제한폭(29.99%)까지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555억 원, 당기순이익은 10억 원이다. 

    주가가 4405원에서 6480원으로 47.11% 상승한 현대무벡스는 물류 자동화 기업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무벡스에 대해 가장 빠른 수주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장품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여러 분야에서 물류창고 수주가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7000원에서 77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현대무벡스는 지난해 매출 3414억 원, 영업이익 246억 원을 기록했다.



    주가 상승률 40.71%를 기록 중인 나우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 전문 제조기업이다. 5월 상장됐는데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2배 상승해 흥행에 성공했다. 로봇산업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핵심 원천기술을 보유 중이며, 이를 기반으로 로봇 자동화 시스템 구축 및 개발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한다. 2022년 적자 전환 이후 3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2026년 하반기부터 분기 흑자 전환이 충분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봇 기업 상당수 2분기 실적 저조

    시가총액 1조 원이 넘는 기업 가운데는 로보티즈와 하이젠알앤엠이 주가 상승률 상위에 올라 있다. 주가가 30.04% 오른 로보티즈는 LG전자가 2대 주주로, 로봇 관절 부품인 액추에이터와 감속기를 만드는 기업이다. 최근에는 AI 기반 자율주행 배달로봇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8월 말 1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주가가 급락했지만 이후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당시 최승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자 충격은 단기에 그칠 예정”이라며 “휴머노이드 로봇 부품 공급망 핵심 기업으로서 재평가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지만 증권가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흑자 전환하며 점차 영업이익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27.38% 상승률을 기록한 하이젠알앤엠은 로봇용 액추에이터 전문기업으로 범용 전동기, 서보모터, 드라이브 등 로봇과 관련된 동력 전달 및 모션 제어 제품을 생산한다. 하이젠알앤엠은 지난해 매출 759억 원, 영업손실 4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는데, 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휴머노이드 로봇 핵심 부품의 국산화 수혜 기대에 따라 내년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란봉투법 통과 후 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기업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로봇산업의 미래 성장성을 인정하면서도 기업별 주가 차별화 및 대내외 환경에 따른 투자에는 유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승환 연구원은 “글로벌 금리 고착화, 지정학 리스크에 따라 국내에서도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로봇 기업의 실적에 경기 사이클이 크게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과 지능형 로봇에 들어가는 부품 밸류체인 기업, 대기업의 지분투자를 받은 기업, 물류 등 특화 영역에서 가시적 매출 성장을 이룬 기업 등을 대상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른 로봇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2분기 저조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무벡스, 로보티즈, 에스피지, 제이브이엠 등만이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로봇 기업들은 매출이 감소하고 손익은 더욱 악화하는 등 실적 흐름이 2분기에도 부진했다”며 “단기적으로는 실적 기반 펀더멘털 관점보다 큰 그림과 모멘텀 중심의 접근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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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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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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