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배당투자 기적의 루틴’을 쓴 곽병열 리딩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조영철 기자
‘배당투자 기적의 루틴’을 쓴 곽병열 리딩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8월 19일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모아둔 자금만으로 노후를 버틸 수 있을지 불안한 요즘이다. 자산을 형성해가는 젊은 투자자도 월급만으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 곽 센터장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전략으로 배당투자를 제시한다. 그는 배당은 돈이 불어나는 속도보다 돈이 들어오는 흐름에 집중하는 투자라고 설명한다. 고성장 시대가 끝난 지금 국내에서도 배당이 재조명받고 있다. 2024년 기준 코스피 상장사의 배당금 총액은 전년 대비 10.5% 증가했고, 시가배당률도 3%대에 진입해 최근 5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곽 센터장은 21년간 KB증권, 하나은행 등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했고, 현재 리딩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자산 형성기에도 배당투자 필요한 이유
배당투자는 은퇴자에게 적합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자산 형성기에도 유효한 전략인가.“배당으로 노후를 대비하자는 말은 반만 맞다. 배당주에는 배당 규모가 큰 고배당주만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은 배당금이 적어도 배당이 매년 늘어나는 배당 성장주도 있다. 이 둘을 잘 조합하면 적은 금액으로도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달 50만 원씩 투자해 배당과 자본차익을 쌓는다면 은퇴 시점엔 월 500만 원 수익도 가능하다.”
국내시장은 배당에 불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배당이 유리하려면 경제가 안정되고 기업 이익이 지속돼야 한다. 지금 한국은 저성장 시대다. 반대로 말하면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시기라는 의미다. 특히 저성장-저금리 시대엔 배당주가 강하다. 금리가 낮으면 배당이라도 챙겨야 한다. 고성장 시기가 지나갔을 때 배당 매력이 올라간다.”
실제 배당 중심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있나.
“그렇다. 2010년대 중반 박근혜 정부 시절 배당 세제개편을 계기로 방향을 바꿨다. 사실 한국도 일본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일본 기업들도 예전엔 주주 환원에 소극적이었지만,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를 기점으로 자본시장이 변했다. 소니, 도쿄전력 등 주요 기업이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인 태도로 바뀌었고, 분기 배당도 도입했다.”
국내 은행주·미국 MS 주목
성장주와 배당주 배분 부분에서 많은 투자자가 막힌다. 자산 형성 단계에 따라 자산 비중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나.“은퇴가 가까운 시점이라면 고배당 ETF(상장지수펀드)를 40%가량 보유하고, 월배당 또는 커버드콜 ETF를 15% 비중으로 가져가는 것이 적당하다. 단기채 등 현금성 자산도 5%는 필요하다. 나머지는 성장주로 구성한다. 자금 인출 수요와 변동성 관리를 고려한 포트폴리오다. 축구로 치면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 막판에 접어든 시기다. 이 시점에는 성장주인 공격수만 늘려선 곤란하다. 반면 자산 형성 중기, 즉 전반전만 끝난 시기라면 이미 성장주가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때는 미드필더에 해당하는 배당주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현금은 골키퍼, 채권은 수비수다. 이들이 경기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공격도, 수비도 제대로 돌아간다.”
배당주를 선별하는 기준도 있나.
“책에서 총 6가지를 제시했다. 연속 배당, 배당성장률, 배당수익률, 배당수익률 절댓값, 배당 여력, 총자산이익률(ROA)이다. 연속 배당은 배당을 몇 년이나 끊이지 않고 지급해왔는지를 보는 것이다. 배당 귀족, 배당 왕 등 배당 계급을 나눌 때도 기준이 된다. 10년 이상 배당을 지속한 기업은 ‘배당 챔피언’으로 불린다. 배당성장률은 배당금이 매년 줄지 않고 늘어나는지 살펴보는 지표다. 업황이 안정적이거나 시장지배력이 강한 기업에서 이런 흐름이 나타난다. 배당수익률은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값이다. 배당수익률이 높다는 건 배당 가치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의미일 수 있다. 과거 배당수익률 흐름과 비교해 지금이 높은 구간인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주가가 하락하면 배당수익률이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현대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배당수익률이 높을 때 대체로 주가가 바닥이었다.”
또 어떤 기준을 주의 깊게 봐야 하나.
“배당수익률 절댓값도 눈여겨봐야 한다. 투자자가 매수 시점에 체감하는 현금 흐름이다. 정기예금 금리보다 배당수익률이 높으면 그 자체로 투자 매력이 생긴다. 시장에선 보통 4% 이상 배당수익률을 고배당주 기준으로 본다. 배당 여력은 기업이 실제 배당을 감당할 수 있는 재무 상태인지 보는 기준이다. 자본총계 대비 이익잉여금이 충분한 기업이라면 배당 여력이 있다고 본다. 기업은 이익 전액을 배당하지 않고 일부를 남겨두는데, 이를 이익잉여금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ROA는 총자산 대비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내는지를 보여준다. 당기순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ROA가 7% 이상이면 국내 기업 기준으로는 배당 지급 능력이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자산 효율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배당 여력도 충분하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뭔가.
“연속 배당 여부다. 배당 여력이 풍부해도 실제로 주지 않으면 의미 없다. 배당주는 의리다. 의리는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시장 상황이 나빠도 배당을 계속하는 기업이 진짜다.”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한국과 미국 경기 사이클을 고려한다면 배당 전략을 어떻게 짜길 권하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은 어둡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땐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에 주목하는 것이 유리하다. 대표적으로 국내 은행주가 있다. 경기 민감주라기보다 예대마진을 안정적으로 거두는 구조다. 반면 미국은 사정이 다르다. 금리인하를 앞두고 있고, 우리보다 경기가 훨씬 좋다. 이런 국면에서는 배당수익률보다 배당성장률이 높은 종목이 더 적합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대표적인 배당 성장주다. 이처럼 미국시장에서는 배당 성장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일부 구성하는 것이 낫다.”
사놓고 묻어두지 말 것
2025년 하반기 현재 기준으로 주목하는 국내 배당주가 있다면.“한국 4대 은행주가 대표적이다. 대부분 3년 단위로 주주 환원 계획을 공시하고, 목표 배당성향을 제시한다. 그 계획대로만 흘러간다면 배당이 계속 늘어나는 구조다. 의외로 자동차주도 전통적인 배당주다. 현대차와 기아는 배당금을 꾸준히 늘려왔다. KT&G나 오리온 같은 음식료업종도 배당주다. K-푸드 열풍이 이어지는 상황이라 배당하기 좋은 여건이기도 하다.”
배당주는 사서 묻어두는 투자자도 많다. 손절매나 교체 매매를 고려하는 시점과 기준은 어떻게 판단하나.
“아무리 배당주라도 결국 주식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배당을 잘하던 기업이 갑자기 실적이 나빠지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장기투자자라도 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수익성을 꼭 점검해야 한다. 나 역시 배당을 끊을 조짐이 보이기 전에 수익성 지표를 확인하고 교체 매매를 고려한다. 이런 관리가 번거롭다면 ETF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ETF에서는 펀드매니저가 이미 문제 있는 종목을 사전에 제거했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배당투자자가 많이 하는 실수가 있나.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에 집착하는 경우다. 특히 미국 배당주 투자자 가운데 이런 사례가 많다. 커버드콜 ETF를 사는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배당수익률이 20%에 달하는 주식도 있는데, 이는 주가가 급락해 수치가 왜곡됐거나 일시적으로 배당금을 많이 준 경우일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특히 리츠(REITs·부동산 투자 펀드)는 특별배당 때문에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단순 수치에 현혹되지 말고, 고배당 수익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원인을 꼭 확인하길 권한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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