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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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노래 저작권도 소액 ‘조각투자’ 가능해질까 

토큰증권 제도화 법안 8월 내 국회 통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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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입력2025-08-20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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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전 브레이브걸스의 노래 ‘롤린(Rollin’)’ 저작권료가 60배까지 뛰기도 했다. 곡이 역주행하면 저작권료가 배로 뛰는 경우가 많아서 추억의 곡들이 애플리케이션(앱)에 올라오길 기다리고 있다.”(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앱 이용자 30대 이모 씨)

    “주식은 증권사 리포트나 기업 보고서가 있어서 주가를 예상할 수 있지만, 미술품은 투자에 참고할 만한 자료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안 팔리면 휴지조각 되는 것 아닌가.”(매년 비엔날레와 아트페어를 방문하는 20대 박모 씨)

    토큰증권(Security Token Offering·STO)을 제도화하는 법안이 8월 안에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STO는 부동산, 미술품, 지식재산권 등 실물·비유동 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쪼개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금융서비스다. 법안이 통과되면 한우, 명품 등 고가 자산은 물론 음악 저작권 등 개인이 혼자 투자하기 어려운 자산도 1000~10만 원 단위로 분할돼 일반 투자자가 ‘조각’으로 투자하고 거래하는 길이 열린다. 

    조각투자 뛰어드는 2030

    국내에서는 부동산 조각투자가 널리 알려졌지만, 요즘 눈길을 끄는 분야는 한우와 음악 저작권이다. 한우 조각투자는 한우 송아지 또는 소 지분을 작게 나눠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뱅카우 같은 플랫폼에서 조각투자를 하면 투자금은 송아지 구매비, 사료비, 사육관리비 등에 주로 사용된다. 일정 기간(약 18~24개월) 사육 후 경매를 통해 소를 판매하고 그 수익을 투자 지분에 따라 분배받는다. 한우는 육질과 중량에 따라 가격이 비교적 투명하게 산정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투자처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30대 투자자 최모 씨는 “2년 전 재미 삼아 20만 원을 투자했는데 20% 수익을 냈다”며 “3~6개월에 한 번씩 투자한 소가 자라는 사진이 올라와 키우는 재미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예전엔 소 팔아 자식 대학 보낸다더니, 진짜 살아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느낌이었다”고도 덧붙였다.



    음악 저작권도 비슷한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다. 직접 음악 저작권을 사는 게 아니라, 저작권에서 발생하는 수익인 저작권료(저작권 참여청구권)를 나눠 갖는 식이다.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이 가수나 작곡가로부터 일부 저작권 참여청구권을 매입해 이를 투자자에게 나눠 판매한다. 투자자는 음악 방송이나 스트리밍 등을 통해 발생하는 저작권료를 배당처럼 매달 분배받는다. 거래도 가능해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 투자 단위는 몇천 원부터 가능하고, 오래된 인기곡이면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 중 하나인 뮤직카우 앱에 들어가면 월별 저작권료 추이와 저작권료가 발생한 경로(방송, 공연 등) 등이 잘 정리돼 있다.

    현재 뱅카우(한우), 뮤직카우(음악 저작권) 같은 플랫폼은 규제 샌드박스 안에서 제한적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STO 제도가 본격 도입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금융당국 인가를 받은 증권사, 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참여할 수 있어 투자 안정성과 투명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기존에는 일부 자산에 한정됐던 투자 대상도 미술품·건물·스포츠구단 지분 등 다양한 실물자산으로 확대될 공산이 크다. 거래 방식도 간편해져 향후에는 앱을 통해 주식처럼 STO 상품을 사고파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전담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STO 전용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실패 겪은 조각투자, 제도화로 날개 달까

    한우 조각투자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투자자들이 살펴볼 수 있는 한우 사육 정보. 뱅카우 애플리케이션 캡처

    한우 조각투자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투자자들이 살펴볼 수 있는 한우 사육 정보. 뱅카우 애플리케이션 캡처

    STO 제도화 논의는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7월 21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개최하고 STO 법안 5건을 상정했다. 현재 정무위에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이 발의한 토큰증권 제도화 법안 등 총 5건의 관련 법안이 준비돼 있다. 만약 제도가 시행된다면 국내 STO 시장 규모는 현재 약 34조 원(2023년 기준)에서 2030년 367조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조가 비슷한 비금전 수익증권 상품들이 과거에도 출시됐지만, 제도 미비와 인프라 부족 등으로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 KB증권과 서울옥션블루가 선보인 미술품 기반 투자계약증권은 수요 부족으로 2024년 공모에 실패했으며, 음악 저작권 수익을 기반으로 한 뮤직카우는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되면서 2023년 금융당국 제재를 받아 6개월간 영업이 중단됐다.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중심의 자금 흐름을 다양한 실물자산으로 분산하고, 디지털 자산과 핀테크(금융+기술)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주요국도 인프라 시설, 스포츠구단 지분 등 기초자산 범위를 넓혀 다양한 STO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STO 제도화는 법적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규제가 정비되면 벤처캐피털 등 외부 자금이 유입되면서 STO 기초자산이 더 다양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이어 “현재는 제도화의 기초 공사 수준이지만, 시행령과 감독 규정 등 세부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시장은 한층 확대될 것”이라면서 “다만 미술품이나 음악 저작권처럼 상품 구조가 복잡한 경우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는 특히 사모 형태의 STO에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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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채원 기자

    윤채원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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