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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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노동자 턱뼈 부러져 응급차 실려 가는데, 배민 “음식값 물어내라”

올해 상반기 산재 사상자 수 1위… 낮은 배달료에 과로·과속 내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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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입력2025-10-2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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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 노동자들이 8월 1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앞에서 배달 중 버스와 추돌해 사망한 노동자를 추모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배달 노동자들이 8월 1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앞에서 배달 중 버스와 추돌해 사망한 노동자를 추모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5일 오후 7시 서울의 한 왕복 8차선 교차로. 배달 노동자 A 씨는 배달의민족(배민) 배달 주문 3건을 받아 식당에서 음식을 모두 수거한 뒤 첫 번째 배송지로 이동하고 있었다. 오토바이를 몰고 직진하던 A 씨는 한번에 2개 차선을 넘어온 우회전 차량에 부딪히고 말았다. 전치 12주. 상악골, 하악골, 흉추, 늑골, 비구가 골절됐고 아래 앞니 2개가 앞뒤로 벌어졌다. 

    A 씨는 기자에게 사고 당시 상황을 이같이 전하면서 “무릎보호대와 보호 장갑, 보호 신발을 신고 있어 손발과 무릎은 멀쩡했지만 쓰고 있던 헬멧이 턱까지는 보호해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신경이 다치지 않아 천만다행이지만 이제 더는 오토바이를 타지 못할 것 같아 6개월간 재활한 후 이직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3년 연속 산재 기업 1위 ‘배민’

    A 씨를 더욱 힘들게 한 건 사고 직후 배민이 보인 태도다. 응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동하던 A 씨에게 전화를 건 배민 지원센터는 “배달하지 못한 음식값을 문자메시지로 보낼 테니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다음 날 A 씨는 지원센터에 전화해 사고 상황을 설명했으나 “올해 규정이 바뀌어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 씨는 “음식값을 입금하지 않으니 일주일 뒤 지원센터에서 입금을 재촉하는 전화가 왔다”며 “재차 사고 상황을 설명하니까 다행히 지원센터 측에서 ‘죄송하다’며 음식값을 물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A 씨는 “물어야 할 금액이 1만 원도 되지 않았지만 다쳐서 서러운 상황인데 돈까지 내라고 하니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민 측은 “2023년 12월부터 적용 중인 규정에 따르면 배달 노동자가 불가피하게 발생한 사고로 인해 배달에 실패한 음식값은 당사가 부담하고 배달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않는다”며 “A 씨 사례는 협력업체 상담사가 A 씨와의 통화에서 사고 소식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통화기록을 ‘운송수단 고장’으로 잘못 분류하는 실수를 하면서 벌어진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배민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산업재해 사상자 수 1위 사업장이었다. 올해 상반기(1~6월)에도 산재 사상자가 가장 많았다.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배민에서 발생한 산재 사상자는 814명으로 사망자도 2명 있었다(그래프 참조). 사상자 수 2위 기업은 419명이 다친 쿠팡이츠였는데, 6월 기준 배민과 쿠팡이츠의 활성이용자수가 각각 2228만 명, 1125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두 회사의 이용자 수 대비 산재 건수는 큰 차이가 없다.

    배달 노동자의 사고가 잦은 원인으로는 낮은 배달 운임이 꼽힌다. 운임이 높지 않다 보니 노동자들은 생계 유지를 위해 배달 건수를 늘려야 하고, 결국 과로와 과속에 내몰리게 된다. 이에 노동계는 배달 건당 최저운임 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한양대 에리카 연구팀의 연구 결과 배달 노동자가 배달 1건을 수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이다. 따라서 배달 건당 최저운임은 최저임금의 2분의 1 수준이 돼야 한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공공운수노조는 구체적으로 배달 건당 최저운임이 7000원 이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5년 기준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시급은 1만2036원. 이를 절반으로 나누면 건당 최저운임은 6000원이어야 하지만 배달 노동자는 차량 정비비, 주유비, 보험료 등을 스스로 부담하기 때문에 최저운임이 더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배민의 건당 운임은 최소 2500원으로, 이동 거리가 길거나 배달 주문이 많은 시간대에는 추가 운임이 붙는다.

    노동계, 건당 최저운임 7000원 주장

    배달 노동자 사고가 지속되자 정부도 배달 노동자가 최저임금 수준의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내년 5월까지 배달 노동자의 노동시간, 대기시간, 경비 등을 조사하는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2027년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이 배달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합의하면 2027년부터 현장에 적용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배달 노동자가 최저임금 수준의 보수를 받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은 1960년대에 가내노동법상 최저 공임 제도를 만들어 도급제로 일하는 사람들이 위탁받은 물품 단위당 받아야 할 최저 인건비를 결정했다”며 “국가가 노동 종류를 하나하나 정리해 최저 보수를 정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안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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