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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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갭투자’ 주력 세대는 3040… 역대급 규제에 매수 심리 꺾일까

3040 내 집 마련 경로, 전세 거주 후 매입→갭투자 차익 실현→갈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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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입력2025-10-1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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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동아DB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동아DB

    30대 직장인 A 씨는 6·27 대출 규제 시행 전 집값의 절반 이상을 대출받아 서울 용산에 아파트를 샀다. 당시 정부가 규제 강화 방침을 예고한 터라 불안감이 컸다. 대출 심사는 잔금일 약 한 달 전 시작하는데, 대출이 거절되면 규제 이후 조건으로 다시 대출을 받아야 해 대출금액이 2억 원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럼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유지할 수 없고, 결국 가계약금을 날리는 것은 물론, 중도금 배액배상 조항 때문에 수억 원 빚을 떠안을 수도 있었다. 게다가 규제를 앞두고 호가도 올라 시세보다 1억 원 비싸게 계약서를 써야 했다.

    그럼에도 A 씨는 “지금 아니면 내 집 마련 기회를 놓친다”고 생각했다. 서울 아파트는 공급 절벽 상태인 데다,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는 추세라 ‘똘똘한 한 채’ 선호가 높아지면 원하는 집을 적정 가격에 사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불안 심리는 A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높은 금리 부담과 대출 규제에도 30, 40대는 여전히 서울 주택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수요층이다.

    1~8월 4조 원 빌려 집 산 3040

    올해 서울 지역 ‘갭투자’ 주력 세대는 3040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1~8월 기준 서울 아파트 갭투자 의심 거래 5673건 중 3040세대 비중은 78%(4430건)에 달했다. 자금 조달 구조를 보면 전체 조달액 약 6조7000억 원 가운데 차입금은 63.4%인 약 4조2900억 원이었다. 자기자금은 36.6%(약 2조4800억 원)에 그쳤으며, 출처는 △부동산 처분 대금 △금융기관 예금 △증여·상속 △주식·채권 매각 대금 순이다.

    30대 직장인 B 씨도 투자와 실거주를 겸해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신용대출을 최대한 끌어다 쓰고, 일부 증여를 받은 뒤 보유하던 비트코인도 처분해 총 12억 원을 마련했다. “재건축 분담금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집값이 떨어져도 압구정동 아파트는 가치가 유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도 암호화폐를 팔아 아파트를 사겠다는 게시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자금 출처의 상당 부분이 암호화폐 수익인 경우 자금조달계획서에 어떻게 기재해야 하는지, 증여로 간주돼 세금이 부과될 위험은 없는지 등을 묻는 글도 적지 않다.



    자기자금 확보 방식은 다양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다수는 대출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다. 자기자금 없이 전액 차입금만으로 아파트를 매입한 사례도 67건 확인됐다. 그중 약 42%(28건)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14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14건)에 집중됐고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4건) 등 비강남권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3040세대의 자금 조달에서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빚내서 집 사는 시대를 끝내겠다”며 “영끌과 갭투자 수요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6·27 규제에서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고, 9·7 대책에서는 규제지역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50%에서 40%로 낮추는 규제를 시행했다. 이후 차입금 규모는 감소 추세를 보였다(그래프 참조).

    10억~12억 아파트 수요 감소 전망

    정부는 10월 15일 서울 전역과 수도권 지역 12곳(경기 성남 분당, 광명, 평촌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지정했다. 서울 전체가 토허구역으로 묶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아파트뿐 아니라 동일 단지 내 아파트가 1개 동 이상 포함된 연립·다세대주택까지 해당된다. 지정 기간은 10월 20일부터 내년 말까지며 필요시 연장도 검토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서울에 주택을 매입하려면 구청 허가를 받아야 하고, 실거주 목적이 아닌 갭투자성 거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융 규제도 한층 강화된다.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15억 원 미만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6억 원으로 유지되지만, 15억~25억 원은 4억 원, 25억 원 초과는 2억 원으로 제한된다. 스트레스 금리 산정 기준도 현행 1.5%에서 3.0%로 상향됐고, 전세대출 이자 상환액도 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된다. 정부는 투기성 대출을 조기에 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수민 NH농협 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규제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건 10억~12억 원대 아파트”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구간은 실수요자들이 불안감에 무리해서 진입한 가격대인데, 규제지역 지정으로 LTV가 60%에서 40%로 낮아져 대출이 6억 원에서 4억 원으로 줄어든 만큼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 3040세대의 내 집 마련 경로가 전세 거주 후 자금을 모아 매입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갭투자를 통해 차익을 실현한 뒤 갈아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며 “이런 과도기적 상황에서 규제가 강화되면 매수 심리가 일정 부분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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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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