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남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 지호영 기자
글로벌 투자 전략가인 문남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나란히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우고 있는 미국 S&P500 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S&P500 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9월 16일(현지 시간) 각각 사상 처음으로 장중 6626.99와 2만2352.25를 기록한 뒤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그래프 참조).
과거 미국 경기 확장 7년간 지속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산업이 주도하는 기술주 열풍과 금리인하에 따른 유동성 개선 기대가 미국 강세장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8월 “20여 년 전 닷컴버블과 유사하다”고 발언한 후 ‘AI 버블’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문 수석연구위원을 9월 17일 만나 사상 초유의 길에 들어선 미국 증시 현황과 전망에 관해 물었다.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증시는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다. 미국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국은 2020년 5월 이후 경기 확장에 들어갔고 올해 7월 기준 63개월째 진행 중이다. 1980년 이후 미국은 경기 확장 국면에 들어가면 보통 7년 1개월가량 지속됐기 때문에 이번에는 2027년 6월까지 확장 국면에 놓일 여지가 있다. 다만 길게 보면 상승하는 장이지만 연간으로 구분하면 차이가 있다.”
어떤 의미인가.
“올해는 계속 오를 것이다. 미국에서는 2006년 이후 신(新)행정부가 들어서면 집권 1년 차에는 정책 기대감에 증시가 연초부터 연말까지 계속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올해도 같은 패턴을 이어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물론 그 바탕에는 경기 확장, 기업 실적 개선이 깔려 있다. 하지만 2026년은 연초, 늦으면 4월부터 가을까지 하락할 수 있다. 우선은 투자 심리가 약해지면서 미국 증시가 너무 비싸진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고,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될 가능성도 크다. 또 내년 11월 중간선거가 있는데, 미국 증시는 지금까지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 좋지 않았다. 하지만 2026년 가을을 저점으로 다시 상승해 2027년 상반기 피날레를 보이며 꺾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6600 선인 S&P500 지수는 어떤 흐름을 보일까.
“올해 하반기 S&P500 밴드 상단을 6900으로 보고 있는데, 지금의 강한 시장심리를 반영하면 일시적으로 7000 선을 상회할 여지도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9월 금리인하를 시작으로 글로벌 주요국의 유동성 증가에 대한 기대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를 연말까지 밀어 올리는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연말 정도 되면 다시 6800 선으로 내려와 한 해를 마무리할 것 같다. 또 내년에는 6500 선 전후로 예상하고 있고, 2027년 상반기에는 7000 후반까지도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 이처럼 연간으로 나누면 다른 흐름을 보이겠지만, 중요한 것은 펀더멘털이 올라가는 증시는 계속 올라갈 수 있고 그 대표 증시가 미국이라는 점이다.”
AI 반도체, 범용에서 주문형 반도체로
현 강세장을 이끈 주역으로 대형 기술주 M7(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메타플랫폼스·아마존닷컴·알파벳·테슬라)이 꼽힌다.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도 유효한가.“물론이다. 다만 AI 부문과 관련해 달라진 흐름이 있는데, 지난해까지는 학습용이 주류였다면 올해 들어서는 추론용으로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용되는 반도체도 범용(GPU)에서 주문형 반도체(ASIC·에이식)로 옮겨 가고 있기 때문에 기존 M7에 ASIC 강자 브로드컴을 추가한 배트맨(BATMMAAN: 브로드컴·알파벳·테슬라·마이크로소프트·메타플랫폼스·애플·아마존·엔비디아)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
AI와 관련한 변화 흐름이 기업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나.
“최근 들어 AI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우선적으로 봐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아무래도 ASIC이 점유율을 높여가면 브로드컴이나 AMD 주가가 차별화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다만 증가율이 지난해를 고점으로 해서 내려오는 속도가 가파르다. 그렇다고 이제 엔비디아 주가가 못 올라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동안 엔비디아가 독점적으로 받던 시장의 관심이 브로드컴이나 AMD 같은 기업으로도 분산되는 흐름으로 바뀐 것이다.”
M7 내에서도 올해 상반기 주가 상승률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생각하는 AI 혁명에 부합하는 기업 주가는 계속 오르겠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 주가는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 애플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주가 발목을 잡았던 상황인데 최근 애플이 미국 내 투자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오르기는 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전 세계 시장점유율을 봤을 때 애플이 과거처럼 시장을 계속 확대하는 흐름은 아닌 것 같다. 애플만의 생태계에서 자체적인 성장은 가능할 수 있지만, 전 세계 사용자가 계속 증가하지 못한다면 다른 기업처럼 주가가 계속 올라가는 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AI 성과에서 앞서나갈 기업은 어디라고 보나.
“M7은 모두 좋은 기업이다. 물론 앞서 설명한 대로 주가 차별화가 나타나겠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같이 가는 흐름을 보일 것이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업 히스토리를 살펴봤을 때 2008년 미국 모바일 혁명 당시 미래 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했던 알파벳,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산업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메타플랫폼스가 조금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현재 예상보다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본다.”
미국 증시 따라가는 글로벌 증시
최근 오라클 주가가 하루 동안 35.97% 치솟으며 ‘AI 거품 신호’라는 평가도 나왔다.“오라클 이전에도 주가가 급등한 기업이 많았던 만큼 큰 의미를 부여할 이유는 없다. 다만 미국 증시가 역사상 최고치를 자꾸 경신하니까 일부에서 투자심리 위축을 조정하는 흐름들이 있고, 이런 상황은 지난해에도 동일했다. 사실 오라클 주가 급등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업들이 AI CAPEX(자본적 지출)를 줄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미국 기술주 CEO들은 ‘과소투자의 위험보다 과잉투자의 위험이 훨씬 작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와 AI 인프라를 제공하는 글로벌 IT 기업)의 CAPEX 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AI 혁명 자체가 3년밖에 안 됐기 때문이다.”
AI 혁명이 언제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나.
“1989년 시작된 인터넷 혁명은 18년간 지속됐다. 2007년 애플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시작된 모바일 혁명은 15년간 계속됐다. 이런 지속 기간을 감안하면 2022년 오픈AI 챗GPT가 등장하며 시작된 AI 혁명은 12~13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금 AI 관련 기업 주가만 보고 ‘너무 많이 올랐다’ ‘버블이다’를 논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제 내년 정도면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옵티머스2)을 출시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AI에 관한 큰 그림을 놓고 보면 관련 기업의 저변이 확장될 수밖에 없다. 현재도 대형주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중형주로 확장되고 있다.”
현재 주요 글로벌 증시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미국 증시가 좋으면 다른 나라 증시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제와 증시의 벤치마크는 미국 경제와 증시이고, 미국 증시가 올해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만큼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어 다른 나라 증시도 풍선 효과로 연동돼 올라가는 것이다.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국가 증시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고, 이에 부합되는 국가가 미국이다. 다만, 다른 나라 증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하락 구간으로 접어들면 그 폭이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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