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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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성향만 높여도 코스피 5000 갈 수 있다

[홍춘욱의 경제와 투자] 현재 25%인 배당성향 40%로 높이면 적정 PER 17.6배로 수직 상승

  • 홍춘욱 이코노미스트·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입력2025-09-2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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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는 9월 16일 3449.62로 마감했다. 뉴스1 

    코스피는 9월 16일 3449.62로 마감했다. 뉴스1 

    코스피가 역사적인 최고치를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2021년 6월 25일 기록한 3316.08을 4년 3개월 만에 넘어선 것이다. 코스피 사상 최고치 돌파의 가장 직접적인 동력은 미국 증시 강세다. 특히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 주식이 크게 상승했다. 

    정부의 태도 변화도 큰 영향을 미쳤다. 9월 11일 이재명 대통령은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으로 강화하는 원래 안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배당을 더 많이 늘리면서 세수에 큰 결손이 발생하지 않으면 최대한 배당을 많이 하게 하는 게 목표”라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도 입법 과정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2025년 세제개편안에는 배당소득 2000만 원 미만은 14%, 2000만~3억 원 이하는 20%, 3억 원 초과분은 35% 세율로 예정돼 있다.

    이 두 가지 약속은 만년 저평가에 시달리던 한국 증시의 상승 잠재력을 높인 요인이 됐다. 특히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완화는 한국 증시의 기본체력을 바꿔놓을 강력한 모멘텀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정부가 2015~2017년 ‘배당소득 증대세제’를 도입하면서 상장기업 배당금이 급격히 늘어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그래프1 참조).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이 각각 시장 평균보다 20% 높고 총배당금이 10% 이상 증가한 상장기업에 적용되는 세제로, 이들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을 대상으로 최대 25% 배당소득세율을 적용했다. 

    배당 분리과세 최고세율 완화는 강력한 모멘텀 

    배당이 늘어나면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한 모형을 통해 살펴보자. A라는 회사는 매년 주당순이익(EPS)이 1000원이며 모든 순이익을 배당하는 것으로 가정한다. 즉 A사 배당성향은 100%다. 물론 이런 회사는 현실에서 흔치 않음을 감안하자. 이 회사가 부담하는 시장 이자율(Ke)을 10%라고 가정하면 1년이 지난 후 들어오는 배당금의 현재가치는 909(=1000÷1.1)원이 될 것이다. 그리고 2년 뒤 배당금 현재가치는 826원(=1000÷1.1²)이고, 이렇게 무한 계산하면 A사 주식 1주를 보유함으로써 얻는 현금흐름의 현재가치 합계는 1만 원이 된다(무한등비급수의 합 공식을 활용하면 미래 현금흐름 합을 계산할 수 있다). 이 내용을 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A사 사례에서 보듯이 기업 이익이 일정하고 모두 배당된다고 가정하면 적정 주가는 주당순이익을 이자율로 나눈 값이 된다. 금리가 인하될 때 주가가 오르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배당성향 100% 가정은 현실적이지 않다. 주주 중시 경영을 펼치는 선진국 기업들도 순이익의 60% 정도만 주주들에게 보상하고 나머지는 미래 성장을 위해 투자한다. 그리고 내부 유보가 발생하면 이 기업의 이익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에 주주들도 이를 더 선호할 것이다. 



    이제 A사가 주당순이익(1000원)의 30%만 배당하고 나머지를 재투자하며 회사 이익성장률(g)은 10%로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1년 차 주당순이익은 1000원이고 배당금의 현재가치는 273원(=300÷1.1)이다. 그런데 10% 이익률을 가정했기에 2년 차 주당순이익은 1070원으로 증가해 배당금의 현재가치는 265원(=321÷1.1²)이 된다. 이런 방식으로 계산하면 3년 차 배당금 현재가치는 258원, 4년 차는 251원, 5년 차는 244원이 된다. 이 또한 미래 현금흐름 합은 1만 원이 되며, 아래에 나오는 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DPS는 주당배당금이다. 

    즉 기업의 적정 주가는 이자율과 이익성장률, 그리고 배당성향에 의해 좌우된다. 직관적으로 보더라도 꽤 설득력 있는 모형이라고 생각한다. 수출이 늘어나는 등 기업 수익성이 개선되면 주가가 상승하고, 인플레이션 위험 등을 이유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주가는 하락한다. 현재 한국 배당성향이 25%인데, 만일 40%로 인상된다면 한국 주식시장의 적정 주가 레벨도 그만큼 상승해야 한다. 

    배당 확대, 한국 증시 디스카운트 해소 출발점

    그동안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이 11.0배였는데, 배당성향이 40%로 높아지면 적정 PER은 17.6배가 될 것이다(그래프2 참조). 이 정도 PER을 적용하면 코스피 5000도 결코 꿈은 아니다. 물론 배당을 지급함에 따라 기업 수익성이 악화될 위험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은 지난 20년 동안 배당을 지급하지 않았음에도 수익성이 떨어져왔다. 배당성향 개선은 한국 증시 디스카운트 해소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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