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전자(왼쪽)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제공
삼전은 파운드리, 하이닉스는 메모리 주도권
상반기 ‘5만전자’를 면치 못하던 삼성전자 주가는 7월 8일 올해 2분기 잠정 실적 발표 이후 되살아나기 시작했다(그래프1 참조). 8월 들어 7만 원 선을 오르내리며 선전하고 있다. 주가는 7월 말 테슬라, 8월 초 애플과의 파운드리 계약 소식이 발표되면서 기지개를 켰다. 삼성전자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이 엔비디아로 확대될 것이라는 점도 밸류에이션 상승 요인이다. 7월 엔비디아에 납품된 HBM4 샘플은 초기 시제품시험과 품질시험을 통과하고 이달 말 프리프로덕션(PP) 단계에 돌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자료 | 네이버 증권
외국인 매수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7월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3조4950억 원어치 순매수해 같은 기간 전체 순매수액의 56%를 차지했다. 세법개정안 발표 이후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8월 27일 기준 50% 넘는 외국인 보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7월 초 30만 원 선을 돌파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뒤 ‘골드만삭스 쇼크’를 맞고 고꾸라졌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독주체제를 형성하며 상반기 시가총액이 83조 원 가까이 뛰었다. 그런데 7월 17일 나온 골드만삭스 보고서에는 가격 경쟁 심화로 HBM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고, 이날만 주가가 8.95% 빠졌다.
8월 초 지나친 우려가 반영됐다는 시장 반응 속에서 신제품 개발 소식이 더해지자 최근 주가는 조금씩 반등하고 있다(그래프2 참조). SK하이닉스는 8월 25일 321단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고 집적도를 가진 모델로,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술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다. 엔비디아가 성장세가 둔화된 실적을 내며 삼성전자와 한미반도체 주가가 하락한 8월 28일에도 홀로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 주가는 8월 21일 24만5000원에서 28일 26만8500원으로 일주일 만에 9.5% 오르며 회복세를 보였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통해 루빈의 양산 준비가 지연 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에 따라 내년 HBM4 출시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가 완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8월 2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 컨센서스는 33만6667원이다.
자료 | 네이버 증권
“인텔, 삼전·SK하이닉스와는 상황 달라”
반도체 시장을 낙관하기에는 트럼프 변수가 남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6일(이하 현지 시간) 반도체 100% 관세를 예고한 데 이어, 19일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을 대가로 반도체 기업의 지분 인수를 구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인텔 지분 10%를 미국 정부가 완전하게 소유 및 통제하게 됐다”고 밝혔다.하지만 해외 기업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대상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조 바이든 정부에서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기 싫겠지만 이미 계약은 이뤄진 상황”이라며 “인텔의 경우 회사 사정이 어렵고 자국 기업이라 지분 확보가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는 주주들이 미국 정부의 지분 인수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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