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애플과의 계약 소식이 나오기 전 삼성전자 분위기는 상당히 답답했다. 주가는 물론 실적도 저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 부문이 중요한 계약을 따낸 것은 아주 큰 변화 계기다. 시장에선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도 곧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관련해 좋은 소식을 알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이제 삼성전자가 결과만 보여준다면 주가는 ‘7만전자’에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결과 보여주면 ‘7만전자’에서 더 오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상윤
삼성전자와 테슬라의 파트너십이 갖는 의미는.
“테슬라가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계약을 맺었다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계약을 교두보 삼아 다른 미국 빅테크의 일감 수주가 이어진다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대한 시장 우려가 완화될 것이다. 다만 일각의 시각처럼 이번 계약이 판도를 완전히 바꿀 것인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계약은 총 165억 달러(약 22조8000억 원) 정도다. 계약 기간은 8년이지만, 내년까지 실제 물량은 거의 없고 내후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6년을 기준으로 잡으면 연간 26억∼27억 달러(약 3조6000억∼3조7000억 원) 수준이다. 파운드리 사업치고 큰 규모는 아니라고 본다. 삼성전자가 이번 테슬라와의 계약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릴 것이라기보다 이를 레퍼런스 삼아 다른 기업과의 계약을 이끄는 변화 변곡점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공정(工程) 개입 우려도 있는데.
“머스크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굉장히 수준 높은 엔지니어라서 파트너십을 맺은 후 상대 기업의 공정에 깊이 개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테슬라가 배터리 사업에서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과 협력할 때도 그가 공정 하나하나에 신경 쓰며 개입했다고 한다. 머스크가 삼성전자와의 협업에서 트랜지스터 구조에까지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머스크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파악해보니 삼성전자는 ‘이 계약에 목숨을 걸었다’는 분위기라고 한다. 성과를 기대해볼 만 하다.”
애플과의 칩 공급 계약은 어떤가.
“세계 반도체산업에서 애플은 엔비디아와 함께 가장 중요한 고객이다. 삼성전자로선 원래 고객이던 애플을 TSMC에 뺏긴 게 매우 뼈아픈 대목이었다. 현재 애플 아이폰에 탑재되는 이미지센서는 소니가 전량 공급한다. 최근 들리는 바에 따르면 애플이 소니와의 협력에 불만이 있었다고 한다. 이번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 공급 계약은 지난해 이미 양측 간 구두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과의 관계 개선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향후 테슬라와의 계약을 넘어서는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왼쪽에서 네 번째)가 2023년 5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회동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23조 원 규모의 인공지능 칩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 제공
“3분기 영업이익 10조 원 전망”
시장에선 삼성전자 실적이 2분기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74조5663억 원, 영업이익 4조676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0.67%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55.23% 급감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이 4000억 원으로 2023년 4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삼성전자 실적 ‘2분기 바닥론’을 어떻게 보나.
“동의한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는 특히 파운드리에서 큰 적자를 냈다. 다만 이는 여러 비용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영향이 컸다. 파운드리 사업이 하반기 곧장 흑자를 내긴 어렵겠지만 적자폭을 줄일 것 같다. 메모리 사업도 HBM 재고 상각 처리 비용이 반영돼 상황이 안 좋았다. 하지만 요즘 글로벌 반도체산업 전망을 보면 삼성전자 실적도 연내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미국 마이크론이 2025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자사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고, 일본 키오시아가 발표한 실적과 다음 분기 가이던스도 굉장히 좋다. 향후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9조∼10조 원까지 대폭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할 경우 SK하이닉스의 내년도 공급 물량 협상에 영향을 끼칠 여지는 없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향후 실적이 악화될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우려의 주된 근거는 이렇다. 엔비디아가 내년도 HBM3E 전체 물량이 아닌, 상반기 물량만 놓고 SK하이닉스와 협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1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전자의 HBM3E 납품이 실현되면 시장 분위기가 지금처럼 SK하이닉스 일변도는 아니겠지만 사업 수익성이 크게 나빠질 것 같진 않다.”
현시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전략을 조언한다면.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최근 여의도 펀드매니저들 분위기를 보면 SK하이닉스가 잘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에 대해선 부정적인 얘기밖에 없었다. 이번 테슬라와 애플 일감 수주를 놓고도 ‘앞으로 삼성전자가 잘해내는 게 중요하다’는 의심 섞인 눈초리가 있다. 하지만 계속 부정적 분위기가 이어지다가 하나 둘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오는 것은 중요한 포인트다. 그런 점에서 단기 모멘텀은 삼성전자에 유리한 국면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최근 삼성전자에 주가수익률이 다소 뒤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너무 저렴해 장기 관점에서는 밸류에이션 매력이 커질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다면 투자 포트폴리오에 조금씩 담는 게 좋을 것 같다. SK하이닉스는 기업 실력에 비해 주가가 크게 조정받은 만큼 자금 여력이 된다면 함께 담는 것도 방법이다.”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매출 400억 달러 돌파 전망”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산업에서 남은 변수는 단기적으로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 발표,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반도체 100% 관세’다.당장 관건인 엔비디아 2026 회계연도 2분기(5~7월) 실적 전망은.
“우리 리서치센터 차원에선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을 매출 460억 달러(약 63조6000억 원), 영업이익 300억 달러(약 41조5000억 원) 정도로 예상한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증가율이 다소 둔화하되 전년 동기 대비로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여겨볼 게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이다. 2분기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은 최초로 400억 달러(약 55조3000억 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성장률이다. 참고로 지난주 발표된 AMD의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때에 비해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다시 말해 압도적 1등 기업인 엔비디아의 매출 증가율이 여전히 후발 주자들보다 높다는 것이다. AMD나 브로드컴 공급이 아닌, 엔비디아 공급 여부가 반도체 시장에서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주는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100% 관세’ 발표에 따른 영향은.
“현재 시장에선 실제 그 정도 관세는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문제는 아직 이렇다 할 얘기가 없는 반도체 파생 제품, 즉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전자기기다. 이들 품목에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 결과적으로 수요 감소에 따라 반도체산업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삼성전자는 가전 사업에서 고전할 우려가 높다. 중국 업체들의 성장으로 차별화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부 하이엔드 제품을 제외한 영역에선 중국과의 가격 경쟁만 남았는데 녹록지 않다. 다만 미국발(發) 관세 이슈만 국한해서 보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난다) 행보가 반복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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