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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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데모’ 발매를 바라는 이유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5-10-0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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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출신 밴드 비틀스. 비틀스는 사망한 멤버 존 레넌(왼쪽에서 두 번째)의 1970년대 데모 녹음을 사용해 2023년 마지막 신곡 ‘나우 앤드 덴(Now And Then)’을 발표했다. 뉴시스 

    영국 출신 밴드 비틀스. 비틀스는 사망한 멤버 존 레넌(왼쪽에서 두 번째)의 1970년대 데모 녹음을 사용해 2023년 마지막 신곡 ‘나우 앤드 덴(Now And Then)’을 발표했다. 뉴시스 

    하나의 음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친다. ‘데모(demo)’는 중간 결과물로서 음원이라 할 수 있다. 최종 결과물이 아니기에 그 안에 담긴 모든 것은 변경 가능하다. 때로는 작곡가가 느낌만 내려고 적어둔 ‘아무 말’이 가사로 쓰인다. 실제 아티스트가 녹음했지만 최종본이 아닌 데모도 있고, 때로는 널리 알려진 아티스트 혹은 연습생이 가이드를 녹음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회자돼 호기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음악 팬들은 데모를 들으면서 최종 결과물과 달라진 부분을 비교하고, 작품의 의도를 좀 더 심도 있게 고찰하며, 아티스트의 목소리가 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확인한다.  

    글로벌 팝 시장에서는 ‘음반 발매 10주년’ ‘디럭스 에디션 출시’ 등을 기념해 인심 좋게 데모 트랙을 공개하는 일이 제법 있다. 반면 K팝은 이런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K팝 업계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작곡가가 많아지면서 그들의 데모가 인터넷에 공개되는 사례가 더러 있긴 한데, 대부분 비공식 경로를 통한 것이다. 이런 특성은 K팝이 ‘단 하나의 정답’만 내놓는 것을 미덕으로 삼아온 역사와 관련 있다고 할 만하다. 

    ‘완벽’만 추구하다 놓치는 것들

    K팝은 늘 완벽해야 하고, 대중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여겨진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모습을 보이려면 모든 것이 감독돼야 한다. 그러니 K팝 같지 않은 가사, 완벽하게 관리되지 않은 시험 녹음, 다른 사람의 보컬 같은 것은 설 자리가 없다. 이 같은 통제주의는 훌륭한 상품을 만들지만, 음악의 근원적 속성 중 어떤 측면은 외면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돌아보면 세상을 뒤흔든 노래 혹은 아티스트는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대체로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아티스트의 자서전, 평전, 회고록 등이 잔뜩 발간되고 기념 음반, 재발매반, 박스세트 같은 것이 나온다. 오랜 팬들은 사랑하는 아티스트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하고, 젊은 세대는 거장의 발자취를 깊이 있게 이해한다. 이때 가장 유용하면서도 매혹적인 재료가 바로 데모다. 음반에 수록하려고 준비했으나 여러 이유로 최종 배제된 ‘비사이드(B-Side)’ 음원 역시 마찬가지다. 음반에서 ‘탈락’한 이 부산물들은 음악이라는 것이 수없이 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살아 숨 쉬는 존재임을 확인케 한다. 그래서 어느 시대 음악이든 오늘 이 자리에 살아 있게 해준다. 1970년대 말 녹음된 존 레넌의 데모를 현대 인공지능(AI) 기술로 되살리는 이유도 여기 있다. 물론 그것이 존 레넌이고 비틀스이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이제 K팝도 30년 역사가 쌓였다. 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K팝의 프로페셔널리즘으로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사랑한 과거 K팝을 역사적으로 되새기고 오늘에 되살리는 일의 가치에도 공감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어쩌면 데모 발매를 검토해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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