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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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비추는 콘서트 중계 유감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5-09-2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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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록밴드 콜드플레이 콘서트에서 객석을 비추던 화면에 다정한 커플이 포착됐다. 둘은 각기 가정이 있는, 한 회사의 사장과 인사담당자였다. 두 사람이 당황해하는 모습은 인터넷에 퍼졌고, 패러디가 쏟아지며 올해의 밈(meme)이 됐다. 이를 ‘콜드플레이 캠’이라고도, ‘콜드플레이 밈’이라고도 한다. 밴드의 성취와 음악 세계가 송두리째 가려지고 웃음거리가 돼버렸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팬도 있다. 콜드플레이 같은 아티스트의 업적이 이 정도로 덮이지는 않을 것 같으니 안심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최근 객석 캠, 휴대전화 촬영 등 콘서트에서 몰입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GETTYIMAGES

    최근 객석 캠, 휴대전화 촬영 등 콘서트에서 몰입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GETTYIMAGES

    콘서트만 줄 수 있는 ‘핵심 경험’

    언젠가부터 콘서트에서 카메라가 객석을 비추는 순간이 늘어났다. 미디어 활용과 팬 응대에 관심이 많은 K팝은 더 그렇다. 공연을 보러 온 스타를 비추기도 하고, 공연 아티스트의 히트곡 안무를 따라 추는 ‘챌린지’를 시키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 시기 콘서트가 열리지 못하는 아쉬움을 극복해보려 한 여러 시도 속에서 관객 얼굴 노출이 조금은 익숙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콘서트는 퍼포먼스와 관람의 교환 그 이상이며, 아티스트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는 시간이라는 가치가 부각된 듯하다. 

    하지만 ‘객석 캠’의 효과는 생각해볼 일이다. 음악에서 콘서트는 음반보다 앞서 존재한 핵심적 경험이다. 음원, 뮤직비디오, TV,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가 따라잡을 수 없는 독보적 경험이다. 콘서트가 다른 매체보다 우월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예를 들어 반고흐의 그림을 아주 훌륭하게 프린트하더라도 원작의 ‘오라’는 고사하고, 물감의 우툴두툴한 두께감이 물리적으로 주는 감흥을 재현할 수는 없다. 음악에서 콘서트의 가치는 그것과 비슷하다. 360도 라이브, 멀티캠 등 차이를 줄이려는 기술적 시도가 꾸준히 있어왔고, 언젠가는 정말 극복될지 모르지만 아직은 아니다.

    내가 간 공연장에 불륜 경영자나 유명인이 함께 자리한다는 게 재미는 있다. 하지만 아티스트와 함께한 시간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객석 캠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콘서트만 가능한 독보적 경험을 강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다른 매체를 따라가는 방향인 듯해 아쉬울 뿐이다. 

    관객들이 모조리 휴대전화로 아티스트를 촬영하고 있고, 그 장면을 누군가 촬영해 유튜브에 올린다. 댓글은 이렇게 말한다. “제발 휴대전화 좀 끄고 현재를 즐겨.” 댓글이 조금 ‘꼰대’스러운 데는 있지만 사람들은 대개 공감한다. 대중이 콘서트에서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 아닐까. 가장 개인적 기억에 가까운 매체 중 하나인 휴대전화 ‘직캠’ 정도로도 따라잡을 수 없는, 그 순간의 어떤 경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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