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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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에서 충분한 설명 요구하는 건 보호자 권리

[황윤태의 동물병원 밖 수다] 과잉진료 의심되면 검사 항목·치료법 구체적으로 물어야

  • 황윤태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입력2025-10-2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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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반려동물이 ‘이 음식’을 먹어도 될까, ‘이런 행동’을 좋아할까. 궁금증에 대한 검색 결과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황윤태 수의사가 진료실에서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반려동물에 관한 사소하지만 실용적인 팁들을 소개한다.
    동물병원 진료실은 수의사와 보호자가 ‘반려동물 건강’이라는 공동 목표를 이루고자 대화하고 협력하는 장소다. GETTYIMAGES 

    동물병원 진료실은 수의사와 보호자가 ‘반려동물 건강’이라는 공동 목표를 이루고자 대화하고 협력하는 장소다. GETTYIMAGES 

    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동물병원에서 과잉진료를 걱정해봤을 것이다. 특히 반려동물 상태에 비해 과도한 검사를 요구하는 것 같거나 치료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나왔을 때 과잉진료가 아닌가 의심한다.

    정부와 대한수의사회는 불필요한 오해를 막고자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중대 진료 시 사전에 서면 동의를 받고 예상 진료비를 고지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또 동물병원 내부에 진찰료, 상담료, 입원비, 접종비, 혈액검사비, X선 촬영비 등을 게시하게 하고, 전국 동물병원이 공개한 내역을 분석 정리한 온라인 시스템도 구축했다. 해당 사이트를 방문하면 전국 동물병원의 최저·최고·평균·중간 비용을 손쉽게 열람할 수 있다(QR코드 참고). 

    검사 없이는 진단하기 어려운 질환들

    동물병원 진료비 정보 홈페이지 바로가기.

    동물병원 진료비 정보 홈페이지 바로가기.

    그럼에도 과잉진료 논란을 불식하기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5세 푸들이 며칠째 구토 증세를 보이고 밥도 잘 먹지 않다가 기력을 잃었다고 가정해보자. 보호자는 이 푸들을 데리고 동물병원에 가서 “예전부터 간혹 구토한 뒤 밥을 거르고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크게 나곤 했지만 하루 지나면 괜찮아지던 아이”라고 설명한다. 보호자는 이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수의사 관점은 다르다. 아직 어린 나이에 같은 임상 증상이 반복되는 것은 부신피질기능저하증(애디슨병) 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빨리 진단해 치료하지 않으면 신장 기능 손상으로 이어지거나 쇼크로 사망할 수 있다. 수의사가 문제 원인을 정확히 찾으려고 각종 혈액검사와 호르몬 검사를 권한다면 이것을 과잉진료로 봐야 할까. 

    임상 현장에서는 이런 사례가 적잖다. 반려동물의 경우 심장병에 따른 폐수종과 노령에 따른 기침은 겉보기에 큰 차이가 없다. 퇴행성관절염이 야기한 보행 능력 저하를 노령성 기력 저하로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도 흔하다. 과잉진료를 피하겠다는 생각에 필요한 검사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반려동물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셈이다.

    진료실은 함께 고민하고 선택하는 공간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과잉진료를 방지하면서 반려동물 건강도 챙길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수의사와 보호자가 충분히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수의사가 전문 지식을 과시하듯이 어려운 용어를 써가며 보호자에게 ‘고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보호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야 한다. 보호자는 진료 중 자기 의견을 분명히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검사 목적을 이해할 수 없다면 그에 관한 설명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비용이 부담된다면 검사 항목을 조정할 수 없는지, 좀 더 저렴한 치료 방법은 없는지 등을 적극적으로 수의사에게 물어보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진료실은 일방적으로 결정을 강요받는 곳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선택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신뢰와 예의다. “나는 당신을 믿지 않아”라는 보호자의 말투와 눈빛은 수의사를 더욱 방어적으로 만들고 이는 자칫 질병 진단을 늦출 수 있다. “어차피 말해봤자 모를 거야”라는 수의사의 예단은 보호자에겐 거만함과 불친절함으로 비칠 것이다. 보호자는 수의사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수의사는 보호자의 마음과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진료실에 있는 모두가 ‘반려동물 건강’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지향하고 있음을 기억하고 대화를 나눈다면 분명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황윤태 수의사는… 2013년부터 임상 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경기 성남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한국동물병원협회 위원을 맡고 있다. 책 ‘반려동물, 사랑하니까 오해할 수 있어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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