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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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뮤비 표절 논란이 남긴 것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5-10-2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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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티(R.Tee)의 ‘담다디(DAMDADI)(feat. SOYEON(소연) of i-dle)’ 뮤직비디오 캡처. 뉴스1

    알티(R.Tee)의 ‘담다디(DAMDADI)(feat. SOYEON(소연) of i-dle)’ 뮤직비디오 캡처. 뉴스1

    프랑스 인디음악가 이졸트(Yseult)가 최근 화제다. 서바이벌 오디션 ‘누벨 스타(Nouvelle Star)’로 이름을 알렸고, 지난해 파리올림픽 폐막식 무대에 오르기도 한 그가 지금 한국에서 입길에 오른 건 표절 논란 때문이다. 그는 한국 아티스트 알티(R.Tee)의 ‘담다디(DAMDADI)(feat. SOYEON(소연) of i-dle)’ 뮤직비디오가 본인 작품을 표절했다며 ‘아킬레스 필름’ 홍민호 감독과 알티의 레이블에 해명을 요구했다. 이졸트는 흑인 여성 인디음악가로서 고독한 경험을 다룬 작품이 자본력 있는 프로덕션에 의해 ‘강탈’된 것에 대해 크게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불길은 엉뚱하게도 이졸트와 전소연 팬덤의 분쟁으로 번졌다. 걸그룹 아이들(i-dle)의 전소연은 피처링 보컬리스트로 참여하고 출연했을 뿐, 뮤직비디오 표절 여부와 무관하다는 게 팬들 주장이다. 맞는 말이다. 분명 다른 주체를 제쳐 놓고 전소연을 지목한다면 이는 부당한 데가 있다. 다만 그는 작품 제목에 ‘피처드 아티스트’로 이름이 올라 있고, 그럴 때는 작품 관계자로서 어느 정도 책임이 걸리는 것도 사실이다. 

    전소연이 아이들의 프로듀싱과 콘셉팅 등 다방면에서 창조력을 발휘하는 인물이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길 바랄 수는 있겠다. 그러나 논의를 위해 작품을 언급하면서 피처드 아티스트를 임의로 삭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상식과 논리’ 무색하게 하는 K팝 그림자

    K팝 문화에는 아티스트가 부정적인 맥락과 명시적으로 결부되는 걸 최대한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다. ‘최근의 불미스러운 일’ 같은 표현으로 사안을 가리거나, ‘유명 걸그룹 멤버’처럼 아티스트를 익명화할 것을 기대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는 종종 건강하고 투명한 논의를 가로막는다. 또한 K팝 외부 세계에서는 누구도 동의하거나 이해해주지 않는 ‘룰 아닌 룰’이다. 혹시라도 아티스트에게 미칠지 모를 오명을 우려한다는 ‘원칙’이 어디서나 보편적으로 적용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이번처럼 흑인-여성-인디라는 소수자성을 지닌 목소리가 다수의 힘과 대결할 때는 폭력적인 입 틀어막기가 될 우려가 있다. 그것은 잠재력과 가치를 조망받고 있는 팬덤 문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소연 팬들의 우려가 근거 없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번 사건을 보도하며 적잖은 언론 매체가 ‘전소연 뮤비’ ‘전소연 참여 뮤비’ 등을 헤드라인으로 뽑고 그의 얼굴을 자료사진으로 내걸었다. 분명 곡 주인은 전소연이 아닌 알티이고, 그는 블랙핑크 곡 등 작곡자로도 유명하며 최근 ‘쇼미더머니’에 프로듀서로도 출연한 인물이다. 그를 가리고 전소연을 부각하는 보도들은 상식과 논리를 무색하게 한다. 결국 최대한 가리고 덮으려는 K팝의 특수하고 다소 불건강한 문화는 우리 사회에서 비롯된 것이다. 홍민호 감독은 알티의 레이블을 통해 사과하면서 알티와 전소연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래도 불똥은 이졸트와 전소연이 맞고 있다는 게 참담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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