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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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세운 인류의 꿈, 두바이

[재이의 여행블루스] 이슬람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묘한 매력

  • 재이 여행작가

    입력2025-10-1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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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현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두바이 전경. GETTYIMAGES

    초현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두바이 전경. GETTYIMAGES

    공항을 나서자마자 뺨을 스치는 뜨겁고 건조한 바람이 중동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뜨거운 모래 온기가 가득한 사막 한가운데에 인류가 세운 경이로운 도시 두바이가 우뚝 서 있다. 과거 어촌이자 무역항에 불과했던 작은 마을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화려하게 변화하는 도시가 됐다. 

    그 변화의 속도와 크기는 상상을 초월하지만, 막상 그 땅을 걷고 있으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인류의 집념과 꿈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두바이는 18세기 초 작은 어촌마을로 출발해 페르시아만 무역 거점으로 발전했다. 19세기에는 진주 채취와 해상 교역으로 번영했다. 하지만 1966년 석유가 발견되면서부터 도시 운명이 완전히 바뀌었다. 석유를 기반으로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 개발이 진행되고, 이제는 석유 외에도 금융, 관광, 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두바이는 이 같은 역동적인 역사를 지나오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로 성장했다. 

    전통과 미래가 충돌하듯 어우러지는 풍경

    중동이라는 지역이 주는 심리적 거리감과 부담감이 있을 수 있다. 그런 편견을 깨뜨리기에 가장 적합한 도시가 바로 두바이다. 두바이국제공항은 세계 주요 도시들과 촘촘히 연결돼 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직항으로 약 9~10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공항에 내리면 잘 정비된 메트로와 택시, 고속도로망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도심 접근이 용이하다. 

    도시는 해안선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펼쳐져 있다. 도시 남쪽에는 역사적 정취를 간직한 ‘올드 두바이’, 북쪽에는 초고층 건물과 대형 쇼핑몰, 인공섬이 이어지는 신도시가 펼쳐진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전통과 미래가 충돌하듯 어우러지는 풍경을 마주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두바이 여행의 진정한 묘미다. 

    가장 먼저 발길이 닿는 곳은 두바이의 상징 부르즈 할리파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기록된 이 초고층 타워는 도시 어디서든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망대에 오르면 마치 항공 뷰처럼 끝없이 펼쳐진 사막과 페르시아만, 그리고 수직으로 솟은 도시의 실루엣이 한눈에 들어온다. 발아래로는 두바이 몰이 펼쳐지고 몰 앞에서는 매일 저녁 초대형 분수 쇼가 열린다. 



    두바이가 주는 묘한 매력은 이슬람 문화가 기반인 중동 지역 특유의 전통과 현대 문명이 기묘하게 섞여 있다는 점이다. 엄숙한 모스크의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지는 거리에는 동시에 세련된 패션과 첨단기술이 공존한다. 두바이 사람들은 전통 가치와 현대 라이프스타일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살아간다.  

    두바이가 현대적 풍경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도시의 뿌리를 알고 싶다면 ‘두바이 크리크’로 향하자. 이곳은 과거 어부와 상인이 모여들던 항구였고 지금도 전통시장인 수크(Souk)가 고유한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주변에 있는 금시장, 향신료시장, 직물시장을 순서대로 둘러보면 수백 년 전 이곳을 오가던 상인들의 역동성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골목골목에서는 짙은 향신료 냄새와 아랍어가 뒤섞인 시장 특유의 소음, 금빛 장신구들의 반짝임이 오감을 자극한다. 특히 ‘아브라’라는 전통 나룻배를 타고 두바이 크리크를 건너는 경험은 이 도시가 걸어온 시간 속을 천천히 가로지르는 일처럼 느껴진다. 익숙한 도시 리듬과는 다른 두바이만의 이국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도시 밖으로 나서면 두바이의 상징인 아라비아 사막이 기다리고 있다. 사막 사파리는 두바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다. 붉게 물든 모래언덕 위를 사륜구동 차량이 질주하고, 야전 캠프에서는 전통식 저녁과 함께 아랍식 커피와 대추야자, 벨리댄스 공연이 이어진다. 해 질 녘 바람이 모래 위를 스칠 때 마주하는 적막한 사막의 아름다움은 도시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경험이다. 별빛 아래서 모닥불을 마주한 채 맞는 조용한 시간은 이국의 밤이 주는 가장 깊은 위로다. 

    사막 한가운데, 이국의 밤이 주는 위로

    두바이는 쇼핑 도시이기도 하다. 특히 초대형 쇼핑몰 ‘몰 오브 디 에미리트’는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테마파크, 수족관, 인공 스키장 등을 갖춘 복합 문화 공간이다. 두바이 근교 도시 여행도 추천한다. 고요한 전통 도시 샤르자는 정적인 분위기와 함께 박물관, 미술관이 인상적이다. 해변 산책길은 물론, 유네스코 창의도시로서 갖는 예술적 감성이 여행자 발길을 붙든다.

    또한 아부다비는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를 보기 위해서라도 꼭 다녀올 만하다. 대리석과 금장으로 장식된 거대한 모스크는 그야말로 황홀한 아름다움 그 자체다. 음식 역시 두바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중동 특유의 향신료가 살아 있는 무타발, 병아리콩 스프레드인 훔무스, 아랍식 스튜 요리인 살로나 등은 꼭 경험해봐야 한다. 아랍식 디저트로 대추야자와 견과류가 들어간 바클라바, 다양한 향신료와 조합된 독창적인 맛을 자랑하는 두바이 초콜릿도 놓쳐서는 안 된다.  

    두바이는 유럽을 가기 위한 경유지로 잠시 스쳐 지나기엔 아까운 도시다. 가능하다면 사막에서 하루, 도시에서 또 하루, 근교 도시와 바다를 바라보며 보내는 저녁을 포함해 사흘 이상 머무르기를 권한다. 두바이의 리듬은 빠르고 화려하지만, 그 안에는 의외로 고요하고 절제된 얼굴도 있다. 전통과 미래 도시가 공존하는 도시 두바이로 떠나보자.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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