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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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T×T 잇는 신인 보이그룹 ‘코르티스’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5-08-2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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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히트뮤직이 선보인 새 보이그룹 코르티스(CORTIS). 빅히트뮤직 제공 

    빅히트뮤직이 선보인 새 보이그룹 코르티스(CORTIS). 빅히트뮤직 제공 

    코르티스(CORTIS). 방탄소년단(BTS)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TOMORROW×TOGETHER)에 이어 빅히트뮤직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새 보이그룹이다. 이 5인조는 8월 10일 첫 뮤직비디오 ‘고!(GO!)’를 공개했고, 이어 18일 싱글 ‘왓 유 원트(What You Want)’를 발매했다. 두 곡은 각기 공식 뮤직비디오와 ‘컨셉추얼 퍼포먼스 필름’ 등 두 가지 버전의 영상이 공개돼 있다. 9월 8일 ‘고!’가 수록된 데뷔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라고 하니 아직 ‘프리데뷔’인 셈이다.

    ‘왓 유 원트’는 지저분하게 일그러지는 전기기타나 과장되게 두드러진 드럼이 거칠거칠한 질감을 내며 들락날락한다. 공간을 잡아먹을 만한 소리지만, 그래서 이들이 빠져나갈 때면 공간은 더 비워진다. 그곳에 심플한 멜로디와 랩, 곳곳에서 치고 들어오는 여러 명의 외침 같은 것이 생생하게 자리 잡는다. 사이키델릭의 영향을 받은 1990년대 그런지 록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데, 다만 힙합을 경유하며 K팝다운 외형을 갖는다. 목소리에 집중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며 건전하다. 신인의 낙천적인 패기가 기분 좋게 넘실댄다. 지저분하고 러프한 매력을 말끔하고 신선한 맥락 속에 근사하게 접목한 곡이다.

    작곡·안무·영상 연출에 참여한 멤버들

    이런 기조는 뮤직비디오에서도 잘 느껴진다. 꿈과 현실을 오가며 주유기에서 주스가 쏟아지는 것 같은 초현실적 장면을 제법 와일드하게 담고 있다. 얼굴이 코믹해질 정도로 초광각 촬영을 반복하는 등 아이돌 뮤직비디오에서 기대할 만한 모습이 아닌 것들도 꽤 있다. 어쩌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숙한 세대가 자기 자신을 담을 때 예쁘고 근사하기만 한 것보다 웃겨 보이는 게 쿨하다고 느끼는 감각이 반영됐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코르티스 멤버들이 작사, 작곡, 안무와 더불어 영상 연출에도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는 연습생 시절 멤버들이 직접 기획, 촬영, 편집까지 했다고 하며 ‘왓 유 원트’는 영상 프로덕션 이디어츠(IDIOTS)와 코르티스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사실 ‘고!’는 다양한 효과와 인상적인 컷들 속에서 분방함과 어수선함 사이에 걸쳐 있는 감이 없지 않다. 또 공동 창작 형태의 참여가 연차 높고 발언력 있는 아이돌이 프로덕션 방향성을 직접 결정하고 지휘하는 것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를 묻는다면 조금 애매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작곡돌’들을 보면서 우리가 깨달은 것이 있다. 전문 인력과의 공동 작업을 “남이 다 해줬다”와 동의어로 볼 필요가 없고, 자기 명의를 건 작업을 통해 아티스트는 성장한다는 점이다. 즉 코르티스가 크리에이터로서 다방면의 크레디트를 선언한다면 그 부분을 통해 이들의 성장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두 곡이 들려주고 보여주는 러프한 매력은 앞으로를 기대하기에 꽤 좋은 출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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