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챔피언십 포츠머스로 임대된 양민혁(왼쪽)과 버밍엄 시티의 백승호.
주전 위상 굳건한 백승호
백승호(28·버밍엄 시티)2022년 카타르월드컵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멋진 중거리포를 터뜨린 중앙 미드필더다. 바르셀로나 유소년 아카데미 출신으로 해외 생활 적응력이 높다. 스페인 바르셀로나B와 지로나, CF 페랄라다, 독일 SV 다름슈타트 98을 거쳐 2021년 전북 현대에 입단했다. 백승호는 지난해 잉글랜드 2부 리그에 속한 버밍엄 시티로 이적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시즌 팀이 3부 리그로 강등됐음에도 잔류를 택했다. 결과적으로 팀이 2부 리그로 다시 승격하면서 실리와 신뢰를 동시에 챙기게 됐다.
버밍엄 시티는 2부 리그로 생환한 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노리고 있다. 특히 공격 포지션에서 전방위 영입이 인상적이다. 3선 중앙 미드필더로 뛰는 백승호 자리에는 토미 도일이라는 젊은 미드필더가 영입됐다. 물론 백승호와 일본인 미드필더 이와타 도모키의 위상은 굳건하다. 백승호는 팀 핵심 전력인 만큼 부상이나 경기력 저하 등 변수만 없다면 주전 자리가 쉽게 흔들리지 않을 전망이다.
배준호(22·스토크 시티)
이번이 잉글랜드에서 뛰는 3번째 시즌이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와 왼쪽 윙포워드를 오가는 선수다. 이번 시즌 첫 경기는 중앙에서 시작했다. 소르바 토머스라는 측면 미드필더가 팀에 합류했고 베테랑 루이스 베이커가 3선으로 내려가면서 배준호의 중앙 배치는 더 잦아질 전망이다. 그는 2023년 여름 스토크 시티에 입단하자마자 팬들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을 받을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았고, 등번호도 10번을 달고 있다.
스토크 시티는 2018∼2019시즌부터 챔피언십에서 경쟁 중이지만 하위권을 맴도는 상황이다. 게다가 득점이 줄면서 승점 쌓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번 시즌 배준호에게 더 많은 공격 포인트, 특히 득점이 요구된다. 다만 배준호는 본인이 직접 득점을 올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K리그에서도 마무리보다 연계와 돌파에 재능을 보였다. 잉글랜드 무대 진출 후 지난 시즌 3골이 최다 득점이다. 본인을 더 큰 무대에 어필하려면 공격 포인트 축적이 필수다. 당장 팀을 살리고 자기 가치도 키울 득점력 향상 여부가 이번 시즌 관건이다.
잉글랜드 챔피언십 스토크 시티의 배준호(왼쪽)와 스완지 시티의 엄지성.
엄지성, 속도·체력 적응이 관건
엄지성(23·스완지 시티)주로 왼쪽에서 뛰며 오른발을 쓰는 측면 미드필더 스타일 선수다. 스완지 시티에서 간혹 오른쪽에 배치되기도 하지만 주로 왼쪽을 담당한다. 개막전이던 미들즈브러 원정에서도 왼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광주 FC 에이스였던 그는 지난 시즌 유럽 무대를 처음 경험했다. 첫 시즌 리그에서만 37경기에 출전(2285분)했으니 그 나름 괜찮은 데뷔였다. 다만 K리그에 있다가 유럽으로 넘어가 사실상 한 시즌 반을 쉼없이 달려야 했다. 낯선 웨일스 스완지에서 생활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더구나 시즌 초반 팀에 적응할 즈음 국가대표팀에서 부상을 당해 자칫 유럽 데뷔 첫 시즌이 완전히 꼬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엄지성은 조금씩 적응력을 높이며 밝은 전망을 보이고 있다. 특히 36라운드 이후 3골을 터뜨려 자신감을 찾은 게 큰 수확이다. 다만 방심은 금물이다. 임대생 루이스 오브라이언의 이탈로 팀의 허리 개편이 불가피하다. 같은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기존 선수뿐 아니라, 새로 합류한 멜케르 비델, 제이다네 이누사도 신경 써야 한다. 엄지성으로선 잉글랜드 챔피언십의 경기 속도와 체력 조건에 적응하는 것이 급선무다. 안정감만 찾을 수 있다면 좋은 킥에서 시작되는 다양한 공격을 앞세워 포인트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양민혁(19·토트넘 홋스퍼→포츠머스 임대)
‘한국 축구 미래’로 일컬어지는 측면 미드필더다. 양민혁은 지난해 K리그 강원 FC 최고 ‘히트 상품’이었다. 고등학생이 K리그에 등장한 것도 놀라운데 12골 6도움으로 MVP급 활약까지 펼쳤다. 양민혁은 곧바로 유럽 진출을 타진했고 손흥민이 있던 토트넘 홋스퍼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출전 시간을 늘리고자 두 시즌 연속으로 챔피언십 임대를 택했다. 제아무리 프리미어리그라도 뛰지 못하면 의미가 없기에 장기적 관점에서 출전 시간을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양민혁이 뛰게 될 포츠머스는 구단 파산의 아픔을 극복하고 13시즌 만에 지난 시즌 챔피언십으로 복귀했다. 이 팀이 3부 리그 강등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안정적인 공격 지원이 필수다. 포츠머스에는 양쪽 측면에 조시 머피와 맷 리치라는 확실한 주전이 있다. 다만 리치의 팀 이탈이 유력시되면서 측면 보강을 꾀하고 있다. 당장 양민혁은 같은 임대 선수 신분인 플로리앙 비앙키니와 주전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아드리안 세게치치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의 적응 여부에 따라 경쟁이 수월할 수도, 치열해질 수도 있다. 포츠머스 신입생들은 나이까지 엇비슷해서 양민혁으로선 최대한 빨리 존 무시뇨 감독 눈에 드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