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6

..

로제 ‘아파트’, K팝 첫 MTV ‘올해의 노래’ 수상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5-09-12 09: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글로벌 히트곡 ‘아파트(APT.)’로 ‘2025 MTV 비디오 뮤직어워드(VMAs)’에서 ‘올해의 노래’를 수상한 로제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글로벌 히트곡 ‘아파트(APT.)’로 ‘2025 MTV 비디오 뮤직어워드(VMAs)’에서 ‘올해의 노래’를 수상한 로제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2025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MAs)’에서 로제의 ‘아파트(APT.)’가 ‘올해의 노래’를 수상했다. VMAs 사상 최초 K팝 수상이다.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사실 VMAs는 2019년 ‘최고의 K팝’ 부문을 신설하면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K팝을 차별하려고, 즉 ‘본상’으로부터 격리하려고 해당 부문을 만든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던 것이다. 반대로 글로벌 팝에 밀릴 수 있는 K팝에 자리를 만들어준 조치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동안 VMAs의 ‘본상’이라 할 수 있는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비디오’ 부문 후보가 된 K팝은 2021년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뿐이니, 양측 주장 모두 아주 근거 없다고 하기는 어렵겠다. 로제의 수상은 그만큼 놀라운 성과라 할 만하다.

    이번 VMAs의 서프라이즈는 이뿐이 아니었다. 블랙핑크 리사의 ‘본 어게인(Born Again)(feat. Doja Cat, Raye)’이 ‘최고의 K팝’을 수상한 것이다. 이 노래에는 한국어가 포함돼 있지 않고, 가창자 중 누구도 한국인이 아니다. 리사는 블랙핑크 멤버이긴 하지만, 솔로 활동을 할 때는 글로벌 팝을 지향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 리사의 솔로 곡을 VMAs가 2022년, 2024년에 이어 벌써 세 번째 ‘최고의 K팝’으로 선정해 꽤 논란이 되고 있다. ‘K팝이 아닌 작품’에 K팝 상을 주는 것이 아시아 정체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의 발로라는 주장과 ‘비한국인’은 K팝 상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바로 차별주의라는 주장이 나란히 제기된다.

    캣츠아이, 헌트릭스… 점점 다양해지는 K팝 세계

    그런데 로제의 작품은 이번 VMAs에서 두 부문 후보로 올랐다. ‘올해의 노래’를 수상한 ‘아파트’ 외에 ‘톡식 틸 디 엔드(Toxic Till The End)’가 ‘최고의 K팝’ 부문 후보였다. ‘아파트’는 브루노 마스의 참여로 가창자 중 한국인 비율이 낮았고, ‘톡식 틸 디 엔드’는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라 더 K팝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런 농담을 논외로 하고 두 곡을 보면 ‘올해의 노래’로 조명받기 어려운 작품이 ‘최고의 K팝’ 부문 후보에 포함되는 일도 있고, 그런 취지에서 리사의 ‘본 어게인’이 ‘최고의 K팝’ 부문 후보가 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K팝의 정의가 불분명하다는 것은 현재 세계적으로 공유되는 인식이다. VMAs는 그저 넓게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고도 할 수 있다. 뭔가가 모호하게 남으면 못 견디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지만, 아무래도 올해 K팝은 그런 면에서 좀 더 인내심이 필요할 것 같다. 올 연말 각종 시상식에는 리사 외에도, 미국에서 제작돼 한국에서 활동하는 ‘캣츠아이’, 한국계 외국인들이 K팝을 소재로 창작한 영화 속 걸그룹 ‘헌트릭스’도 서 있게 될 테니 말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