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대북·통일정책과 코리안드림’을 주제로 열린 ‘제3회 코리안드림 통일전략포럼’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10월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T아트홀에서 열린 ‘제3회 코리안드림 통일전략포럼’에서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강조한 말이다. 사단법인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통일천사)과 한국글로벌피스재단이 공동 주최한 이날 포럼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대북·통일정책과 코리안드림’을 주제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오 연구위원와 조성렬 경남대 초빙교수가 발제를 맡고 정경영 한양대 겸임교수, 남광규 매봉통일연구소 소장, 이수석 국민대 글로벌평화·통일대학원 교수, 조경환 성균관대 겸임교수가 토론에 참여했다. 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는 좌장으로 전체 논의를 이끌었다.
서인택 통일천사 공동상임의장은 개회사에서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통일 관련 논의는 ‘북한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즉 대북정책에만 매몰된 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국론 분열과 정치 공방의 장이 되고 말았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방법론이 아니라 비전”이라고 밝혔다. 또 “코리안드림은 통일을 통해 실현되는 나라에 대한 비전”이라면서 “코리안드림을 바탕으로 한 통일·대북정책이 마련돼 한반도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운전자론’에서 ‘페이스 메이커론’으로
이날 포럼에서 첫 번째 발제는 조성렬 경남대 초빙교수가 맡았다. 조 교수는 ‘이재명 정부의 대북·통일정책 평가와 바람직한 추진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현 정부 정책 기조를 심층 분석하고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9·23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하면서 (북한의) 북·미 사이를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 정상화 노력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교수는 이것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분명하게 차별화된 부분이라고 소개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봤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조했고, 평양이 워싱턴에 가려면 반드시 서울을 거쳐야 한다는 ‘서울 경유론’을 폈다. 이재명 정부는 다르다. 이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이 피스 메이커가 돼달라. 한국은 페이스 메이커가 되겠다’고 한 것이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준다.”
조 교수는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가 복원되려면 북·미 협상 재개가 필수적”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돼 미·러 관계가 회복되고, 북한 전투병이 러시아 전선에서 모두 철수한 뒤 북·미 협상이 재개되면 비로소 남북 소통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월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T아트홀에서 열린 ‘제3회 코리안드림 통일전략포럼’ 현장. 좌장을 맡은 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왼쪽에서 네 번째) 주도로 여러 전문가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지호영 기자
“1990년대 북한은 동구 사회주의 붕괴와 대기근으로 체제 붕괴 위협에 빠졌다. 이때 국력 우위를 가진 김대중 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을 펴자 적극 호응했다. 그 과정에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이 채택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때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남북관계가 얼어붙었다. 최근 북한은 한류 등 영향으로 북한 내부에 ‘친남한화’가 확산하는 것에 대응하고자 단일민족을 부정하고 남북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갔다. 이로써 한국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이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희망 없는 정책은 동력 없다”
오 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에서조차 두 국가론이 제기되는 데 대한 우려도 표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0월 1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평소 피력해온 ‘남북 간 평화적 두 국가론’을 언급하며 “(이 의견이) 정부 입장으로 확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조현 외교부 장관 등이 “두 국가론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한 상황에서 나온 불협화음이라 논란이 컸다. 오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두 국가론은 사회 전반에 반통일 여론을 증폭하고 그 결과 한민족의 영구 분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는 어떤 형태의 두 국가론에도 절대 동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이어진 토론에서 조경환 성균관대 겸임교수는 “대북정책은 큰 그림 안에서 정교하게 조율돼야 한다. 모순되는 여러 정책이 돌출하면 신뢰도가 떨어진다”면서 “각 부처 장관이 두드러지고 국가안보실장이 왜소해 보이는 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당분간 남북 경색이 이어지겠지만 정부는 통일을 향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 사회에 통일에 대한 인식을 확산할 수 있는 ‘비전 제시’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경환 교수는 “희망으로 정책을 설계할 수는 없지만, 희망이 없는 정책은 동력을 잃는다”면서 “기대와 현실이 합쳐질 때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은 우리에게 엄청난 미래 가져다줄 것… 고령화, 인구 감소, 자원 부족에 해법”
서인택 공동상임의장 “통일 한국에 대한 시민의 비전 공유가 통일 앞당길 것”
‘제3회 코리안드림 통일전략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서인택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 공동상임의장. 지호영 기자
많은 사람이 통일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게 왜 중요한가.
“요즘 한국 젊은이들이 통일을 원치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통일을 부담이자 비용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실상 들여다보면 통일은 우리에게 엄청난 미래를 가져다줄 수 있다. 현재 한국을 위협하는 고령화, 인구 감소, 자원 부족 등 여러 문제의 해법이 된다. 수출 의존형 경제구조도 바꿀 수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수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44% 수준이다. 일본(22%)의 2배에 이르니 관세 인상에 훨씬 큰 타격을 받는 것이다. 통일을 통해 내수시장을 키우면 좀 더 안정적인 경제 운영이 가능하다. 이런 걸 많은 시민이 안다면 통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사라질 것이다.”
통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 정말 통일이 이뤄질까.
“물론이다. 비전은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한국 민주화운동 역사를 보라. 같은 비전을 공유한 많은 사람이 목숨 걸고 싸워 민주주의를 이뤄냈다. 그런 면에서 시민들이 통일 한국에 대한 꿈, 즉 코리안드림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시민운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리안드림의 의미를 설명한다면.
“우리 민족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즉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이상에 기반을 둔 통일 한반도 비전이다. 우리 민족은 과거 수없이 외세 침략을 당했지만 단 한 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았다. 이러한 평화 정신은 3·1운동 당시의 비폭력 저항으로도 확인된다. 기미독립선언문을 보면 우리 선조들은 일제에 대한 복수 목적으로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다. ‘구시대적 힘의 논리에 매몰된 이들을 정의와 진리로 일깨우자’고 다짐했다. 이 이상을 현대적으로 되살려 통일 대한민국의 목표로 만든 것이 코리안드림이다. 구성원들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고 경제적 번영이 실현되는 새로운 나라 건설에 대한 입체적 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향후 계획은.
“통일천사는 2012년 창립 이후 코리안드림을 확산하고자 열심히 뛰어왔다. 워크숍을 300회 이상 열었고, 2만5000명 넘는 통일운동 활동가를 양성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17개 시도에서 많은 회원이 풀뿌리 통일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비전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도록 더욱 힘을 쏟을 생각이다.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 세계의장은 한강대축제 당시 기조연설에서 정부를 향해 △코리안드림을 국가 비전으로 선포하고 △통일부를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 민간 전문가 중심 통일추진위원회로 재편하며 △초중고교 정규 교육과정에 코리안드림을 핵심 교과로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통일은 국가가 주도해 ‘톱다운’ 방식으로 이룰 수 없다. 정부가 통일 열망을 가진 시민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면 통일의 날이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송화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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