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멀고도 어려운 단어 ‘화학’. 그러나 우리 일상의 모든 순간에는 화학이 크고 작은 마법을 부리고 있다. 이광렬 교수가 간단한 화학 상식으로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법, 안전·산업에 얽힌 화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장결석은 체내 칼슘옥살레이트(옥살산칼슘) 생성과 관계가 있다. GETTYIMAGES
우유와 견과류를 거의 동시에 먹으면 이 돌가루가 장에 만들어진다. 그러면 돌가루가 변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 돌가루가 신장에 생성된 상태이고 이후 신장에 칼슘 양이온과 옥살레이트 음이온이 시차를 두고 들어오면 원래 있던 돌가루 위에 추가로 돌가루가 생긴다.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 커다란 돌덩이로 자란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신장결석이라고 부르는 질병이다. 신장결석은 이후 여러 조각으로 쪼개지면서 소변으로 배출되고 이때 소변이 나오는 길, 즉 요도 내벽에 상처를 내면서 피오줌을 유발한다. 신장결석이 아주 고통스러운 통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유다.
석회동굴 석순 만들어지는 원리와 유사
그렇다면 신장결석은 왜 생기는 것일까. 이는 석회동굴 속 석순이 만들어지는 원리와 유사하다. 석회동굴 아래쪽에 죽순처럼 자라난 돌을 석순이라고 한다. 석순은 탄산칼슘으로 이뤄진 석회석이 동굴 천장 습기에 녹아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생성된다. 탄산칼슘이 칼슘 양이온과 탄산 음이온으로 나뉘었다가 물이 증발하면서 다시 탄산칼슘이 되고, 이것이 기존 석순 위에 반복적으로 떨어지면서 석순이 자라나는 것이다.칼슘옥살레이트가 물에 녹는 반응을 화학식으로 써보면 ‘인포그래픽’과 같다. 이때 25℃ 물에 녹은 칼슘 양이온과 옥살레이트 음이온 농도를 서로 곱하면 2.3×10-9라는 숫자(용해 평형 상수)가 나온다. 십억 분의 1 곱하기 2.3이니 아주 작은 숫자다. 이 말인즉슨 칼슘옥살레이트는 한번 체내에 생기면 혈액 등 물에 잘 녹지 않고 거꾸로 가는 반응, 다시 말해 칼슘 양이온이 옥살레이트 음이온과 칼슘옥살레이트를 만드는 반응은 아주 잘 일어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보자. 어떤 사람의 신장에 작은 결석이 생겼다. 그런데 이 사람은 평소 물을 잘 마시지 않는다. 음수량이 적으니 신장결석이 녹아서 몸 밖으로 나가기 어렵다. 또한 다른 사람과 똑같은 양의 칼슘 양이온과 옥살레이트 음이온이 있더라도 그 농도가 높기에 칼슘옥살레이트가 더 잘 생긴다. 원래 있던 신장결석이 점점 커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의사들은 신장결석 환자에게 “물을 많이 마시라”고 말한다. 신장결석을 녹이려면 많은 물이 필요하다.
그러면 신장결석이 있는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한다. “술도 결국 수분이니 술을 마시면 되겠군.” 그러나 알코올은 이뇨 작용을 촉진해 탈수를 유발한다. 여기에 통풍까지 있는 사람이라면 술은 최악의 선택이다.
결정 잘 녹도록 수분 충분히 섭취해야
통풍이라는 병도 따지고 보면 요산 결정이 물에 녹는 반응과 요산 결정이 생기는 반응이 서로 싸우다가 후자가 이겨서 발생하는 것이다. 요산은 체내 푸린이라는 화합물이 분해되면서 만들어진다. 원래대로라면 혈액에 녹아 신장으로 이동해 소변으로 걸러져야 하는데, 어떤 이유로 몸속에 너무 많은 요산이 생기면 피에 녹지 않고 바늘처럼 뾰족한 결정으로 바뀐다. 이것이 관절 같은 곳에 쌓여 일반 세포를 찔러대면서 큰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 바로 통풍이다.신장결석과 마찬가지로 통풍을 다스리려면 요산이 피에 잘 녹을 수 있도록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산 결정이 물에 녹는 반응이 더 우세하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당연히 술은 삼가야 한다. 또 푸린이 많이 든 음식을 피하고 필요시 요산 생성을 막는 약도 먹는 편이 좋다.
사람 몸속에 특정 성분이 많아져 평형이 깨지면서 발생하는 질병들이 있다. 평형을 적절히 유지하려면 이런 성분들이 질병으로 커지기 전에 잘 녹아 없어지도록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건강에 좋다는 영양제나 보충제를 갑자기 마구 먹는 것은 오히려 평형 유지에 해롭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을 읽고 나면 큰 컵에 물 한 잔을 따라 마시기를 권한다.
이광렬 교수는… KAIST 화학과 학사, 일리노이 주립대 화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03년부터 고려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 저서로 ‘게으른 자를 위한 아찔한 화학책’ ‘게으른 자를 위한 수상한 화학책’ ‘초등일타과학’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