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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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후보 맨시티, 핵심 선수들 떠나자 시즌 초반 연패

[위클리 해축] 창의적으로 상대 수비 흔들 더브라위너 같은 자원 없어

  • 임형철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 EA SPORTS FC 한국어 해설

    입력2025-09-20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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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시절 케빈 더브라위너. 뉴시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시절 케빈 더브라위너. 뉴시스 

    2025∼2026시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개막 직후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기세는 매서웠다. 8월 16일(이하 현지 시간) 개막전에서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에 거둔 4-0 대승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가 여전히 강력한 우승 후보임을 보여줬다. AC 밀란에서 야심 차게 영입한 미드필더 티자니 라인더르스는 이날 데뷔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는 활약을 펼쳤다. 엘링 홀란도 개막전 득점 행진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축구 세계에서 한순간도 방심은 금물. 이어진 두 경기에서 맨시티는 충격적 연패로 절대 강자 이미지에 균열이 생겼다.

    개막전 압승은 신기루?

    개막전 압승은 신기루였을까. 맨시티는 8월 23일 토트넘 홋스퍼와 홈 개막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0-2로 완패해 11경기 리그 무패 행진을 마감했다. 8월 31일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알비온 원정에선 뼈아픈 1-2 역전패를 당했다. 두 경기 만에 승점 6점을 잃은 맨시티의 리그 순위는 8위까지 추락했다. 맨시티 행보를 놓고 시즌 초반부터 불안하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맨시티의 난맥상은 일시적 부진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게 필자 견해다. 지난 몇 년간 EPL을 지배한 맨시티는 케빈 더브라위너, 카일 워커, 에데르송 같은 핵심 선수가 떠나고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작게는 선수 세대교체에 따른 성장통, 크게는 맨시티의 구조적 취약점이 이번 시즌 초반에 드러난 것이다.  

    맨시티는 더브라위너로 상징되는 베테랑들과 결별한 ‘탈(脫)더브라위너 시대’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려스러운 점은 상대 팀들이 맨시티 공략 해법을 찾았다는 것이다. 토트넘과 브라이턴이 맨시티에 거둔 승리는 우연이 아니었다. 토마스 프랑크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조직적이고 강도 높은 맨투맨 압박으로 맨시티의 후방 빌드업을 완전히 파괴했다. 그 결과 맨시티는 전술 측면에서 완패를 거뒀다. 파비안 휘르첼러 감독의 브라이턴도 비슷한 전략으로 맨시티를 무너뜨렸다. 맨시티의 왼쪽 측면을 집중 공략하는 맨마킹 수비 블록으로 공격 활로를 차단했다. 결국 지난 시즌부터 꾸준히 지적받아온 맨시티 수비의 구조적 결함이 다시 노출됐다. 

    과거 맨시티는 이런 압박을 이겨낼 비장의 무기를 갖고 있었다. 워커의 경이로운 주력(走力)은 높은 수비 라인의 뒤공간을 완벽히 커버하는 ‘보험’이었다. 더브라위너의 천재적인 패스는 상대 압박을 무력화하는 ‘해결사’ 역할을 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떠난 지금 맨시티 시스템은 조직적 압박에 어느 때보다 취약해졌다. 

    더브라위너의 대체자로 영입된 라인더르스는 분명 훌륭한 선수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극찬했듯이 그는 수비 라인을 무너뜨리는 패스, 박스로 직접 침투하는 역동적 움직임이 강점이다. 하지만 그는 더브라위너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유형의 선수다. 라인더르스의 라인 브레이킹 패스가 득점 기회로 직결되는 비율이 높지 않고 수비 기여도 또한 낮은 편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팀이 어렵거나 상대의 밀집 수비에 고전할 때 무에서 유를 창조하던 더브라위너와는 차이가 크다. 결론적으로 현재 맨시티에는 더브라위너처럼 창의적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 자원이 없는 것이다.



    맨시티 수비도 큰 변화를 맞았다. 수비수 워커와 골키퍼 에데르송의 동시 이탈 때문이다. 수년간 팀 후방을 지탱한, 리더십과 노하우를 갖춘 선수진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 시즌 초반 번리에서 재영입한 제임스 트래퍼드가 골문을 지켰지만 높은 수비 라인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토트넘전에서 나온 그의 치명적 패스 미스는 실점으로 직결돼 패배 빌미를 제공했다.

    최근 맨시티에 합류한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 GETTYIMAGES 

    최근 맨시티에 합류한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 GETTYIMAGES 

    골키퍼 돈나룸마, 완벽한 맨시티 데뷔전

    연패로 침체된 맨시티 분위기는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의 더비를 계기로 반전했다. 맨시티는 9월 14일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맨유를 3-0으로 완파해 압도적 경기력을 선보였다. 필 포든이 영리한 헤더로 선제골을 기록했고 홀란은 멀티골을 터뜨리며 리그 5호골로 득점 선두에 올랐다. 양쪽 측면을 뒤흔든 제레미 도쿠는 2도움으로 승리 일등 공신이 됐다. 특히 이날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의 데뷔전은 완벽했다. 맨시티가 올여름 이적시장 막바지에 돈나룸마를 파리 생제르맹에서 영입한 것이 빛을 발했다. 여러 차례 안정적으로 선방한 그는 맨유 브라이언 음뵈모의 발리슛을 환상적으로 막아냈다. 이로써 맨시티는 경기 흐름을 완전히 가져왔다. 

    하지만 맨시티가 맨유에 거둔 화려한 승리를 과대평가하긴 어렵다. 최근 후벵 아모링 감독의 맨유는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링 감독은 최근 리그 31경기에서 승점 31점을 얻는 데 그쳤다. 강등권에 해당하는 처참한 성적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즌 맨시티의 진정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맨시티는 당장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이탈리아 챔피언 SSC 나폴리를 상대해야 한다. 리그에서는 강력한 우승 경쟁자인 아스널과의 원정전을 앞두고 있다. 두 팀과의 험난한 대결에서 맨시티가 전술 약점을 극복했는지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맨시티가 위기를 딛고 다시 EPL 왕좌를 향한 여정을 이어갈지 축구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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