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라리가 한지 플리크 FC 바르셀로나 감독(왼쪽)과 사비 알론소 레알 마드리드 감독. 뉴시스
디펜딩 챔피언 바르셀로나는 모든 대회 우승이 목표다. 4시즌 만에 되찾은 리그 정상을 지키는 동시에 10년 넘게 얻지 못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최대 강점은 전력 연속성이다. 한지 플리크 감독이 구사하는 축구는 과감하고 공격적이다. 부임 첫해 선수단을 강하게 휘어잡은 플리크 감독의 지도력이 이번 시즌에 무르익을 전망이다. 수비라인을 중앙선 부근까지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바르셀로나의 함정에 많은 팀이 오프사이드 반칙을 범하기 일쑤다.
18세 동갑 라이벌 야말과 마스탄투오노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와 라민 야말, 하피냐가 버티는 막강한 공격진도 건재하다. 18세 야말은 득점력을 키워 더 위력적인 선수로 성장 중이다. 페드리, 프렝키 더용이 버티는 허리는 매우 든든하다. 유소년 시스템에서 좋은 선수가 계속 배출되는 것도 바르셀로나의 축복이다. 이번 시즌에는 프리시즌 때 좋은 활약을 한 2008년생 듀오 토니 페르난데스와 기예 페르난데스뿐 아니라, 왼쪽 수비로 1군에 합류할 조프레 토렌츠 같은 선수들이 대기하고 있다.바르셀로나의 불안 요소는 수비와 소폭에 그친 전력 보강이다. 전력 보강이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적시장에서 왼쪽 윙 포워드 보강에 애썼지만, 공을 들인 스페인 국가대표팀 주전 니코 윌리암스 영입에 실패했다. 공격진은 업그레이드되지 않았고 수비 리더였던 이니고 마르티네스가 팀을 떠났다. 극한 수비로 오프사이드 함정을 파려면 중앙 수비수의 판단과 위치 선정이 중요하다. 이니고의 빈자리를 로날드 아라우호가 채웠지만 수비라인 컨트롤이 불안하다. 수비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의 최대 관건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엘 04 레버쿠젠을 성공적으로 이끈 젊은 감독 사비 알론소의 다음 행선지는 ‘독이 든 성배’ 레알 마드리드였다. 카를로 안첼로티의 뒤를 이은 알론소 감독에 대한 기대감은 하늘을 찌른다. 알론소 감독은 선수단 자율성을 우선시한 전임자와 달리 시스템과 전술 철학이 확고하다. 그런 그가 경기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도 이적료 1억6750만 유로(약 2715억4600만 원)가량을 지원해 새 감독에 힘을 실어줬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 거액을 선수 4명을 영입하는 데 다 써서 중앙 수비수와 측면 수비수 등 부족한 포지션을 성공적으로 채웠다. 최근 영입으로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은 어려지고 빨라졌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AFC 본머스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중앙 수비수 딘 하위선(20)이 수비진 평균 연령을 확 낮췄다. 왼쪽 풀백 알바로 카레라스(22)도 20대 초반 젊은 나이다. 신예 프랑코 마스탄투오노(18)는 레알 마드리드가 바르셀로나 야말의 호적수로 꺼내 든 동갑내기 카드로서 관심을 끈다. 일부 베테랑 수비진을 제외하면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과 미드필더는 모두 20대 초중반일 만큼 에너지가 넘친다. 베테랑 킬리안 음바페는 과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며 결정력을 뽐내고,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도 제 몫을 해내고 있다.
다만 알론소 감독의 변화무쌍한 전술이 성적 압박이 큰 레알 마드리드에서 얼마나 빠르게 자리 잡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레알 마드리드의 변화가 우승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감독이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석권하는 게 당연시되는 곳이 레알 마드리드다. 알론소 감독이 독이 든 성배와도 같은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을 잘 지킬지 주목된다.
아직 양강에 밀리는 AT 마드리드
디에고 시메오네는 2011∼2012시즌 중도 부임해 현재까지 AT 마드리드를 이끄는 위대한 감독이다. 오늘날 팀 위상을 만든 시메오네 감독은 ‘그 이상’을 해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임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AT 마드리드는 시메오네 감독의 역량으로 기존 라리가 양강 구도를 깨고 3강 구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팀 규모나 수익, 이적료, 선수 퀄리티 차이가 크다. 이런 한계를 극복해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를 제치는 게 AT 마드리드의 꿈이다.최근 이적시장에서 AT 마드리드는 큰 변화를 맞았다. 1억7500만 유로(약 2837억7000만 원) 정도를 들여 전체 포지션을 보강한 것이다. 최근 합류한 스페인의 수준급 공격형 미드필더 알렉스 바에나, 시메오네 감독과 같은 아르헨티나 출신인 티아고 알마다, 수비수 다비드 한츠코 모두 팀 전력을 높일 만한 선수다. 선수 7명이 새로 가세한 AT 마드리드는 시즌 초반 조직력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다. 팀을 떠나진 않았지만 그간 팀을 이끈 앙투안 그리에즈만을 대신할 에이스를 찾는 것도 고민거리다.
선수단 팀워크가 완성되기까지 자력으로 상황을 주도할 선수가 없는 게 AT 마드리드의 아쉬운 점이다. 공격수 훌리안 알바레스와 알렉산더 쇠를로트, 자코모 라스파도리만 해도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 스타일이다. 앙헬 코레아 같은 전진 드리블러의 이탈도 크게 다가온다. 최근 개막전에서 AT 마드리드가 지난 시즌 하위권 팀 RCD 에스파뇰에 패하고 갓 승격한 엘체 CF와의 2라운드에서 비겨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시메오네 감독은 이번 시즌 흩어진 퍼즐 조각과도 같은 선수단을 빠르게 맞춰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