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 부동산 투자자는 단순한 정보 수집가가 아니라 AI에게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대화형 전략가’로 거듭나야 한다. GETTYIMAGES
“미래 집값 예측해줘”는 우문(愚問)
부동산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알고 싶은 미래 집값은 주가 못지않게 예측이 어려운 영역이다. 현실적으로 운의 영향도 크게 작용한다. AI에게 덮어놓고 ‘미래 집값’을 물어본 후 그 답변에 집착해선 안 된다. AI 시대 부동산 투자자는 단순한 정보 수집가가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대화형 전략가’로 거듭나야 한다. 생성형 AI에 최적화된 질문을 설계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부동산 투자에서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AI에게 집값 전망 단서를 묻는 ‘과정 중심 대화’를 통해 길어낸 역발상 투자 아이디어와 미래 시나리오, 균형 잡힌 관점은 부동산 투자의 성공 확률을 높일 것이다.AI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목표 설정’이다. AI에게 달성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전달하는 프롬프트의 첫걸음이다. 가령 부동산 투자에 대해 질문하려면 순수 투자 목적인지, 실거주 가치도 함께 따지는지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달성하려는 수익률 기준도 가급적 구체적으로 짚는 게 좋다. 예를 들어 AI에게 다음과 같은 프롬프트를 제시할 수 있다. “순수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하려고 해. 오피스텔에 투자해 향후 10년간 연 6% 꾸준한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투자전략을 알려줘. 단, 수익률 계산 시 통상적인 월세 수익률 산정법을 기준으로 해줘.”
AI에게 최근 부동산시장 관련 정보와 자신의 투자 이력, 스타일, 자산 같은 ‘맥락’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AI와 투자자 사이에 일종의 라포(rapport)를 형성해 최적화된 답변을 얻기 위함이다. 이때 주장과 의견이 담긴 텍스트 정보보다 객관적 데이터 위주의 수치 정보를 제공하는 게 좋다. AI에게 투자 맥락을 전달할 수 있는 바람직한 프롬프트 예시는 다음과 같다. “분양권 매입은 5년 전 처음 했는데, 당시 다른 사람 조언만 듣고 투자하는 바람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매도했어. 현재 내 자산은 3억 원 정도이고 대출은 5억 원까지 가능해. 3년 후 결혼을 생각하고 있어. 내 MBTI 유형은 ISFJ야.”
필자의 부동산 투자 관련 질문에 챗GPT가 내놓은 답변. 필자 제공
번거로워도 지도(地圖) 형태 답변 유용
AI로부터 정제된 해답을 들으려면 답변 구조와 형태, 제약도 명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부동산이 지리적 재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도(地圖) 형태의 답변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 부동산 투자에서 지도는 수요 흐름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기술적 한계로 AI가 단번에 지도 형태로 답변을 내놓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여러 차례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실제 지도를 확인하려면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있다. 그럼에도 당장 AI에게 찾아달라고 요구할 만한 부동산 투자 관련 지도는 크게 4가지다. △입지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타임라인 지도 △인구 이동과 통근량 등 수요 흐름을 알 수 있는 네트워크 지도 △집값 변동 폭과 공급량을 보여주는 히트맵 지도 △최다 거래 또는 신고가 단지 등 부동산시장 특징을 표시하는 랭킹·스코어보드 지도다. 이를 통해 수요 흐름을 조망하면 어느 지역, 어떤 물건을 언제 매입·매도할지 참고할 수 있다.‘할루시네이션’은 AI를 활용할 때 주의해야 하는 핵심 변수다. 할루시네이션은 AI가 실제 존재하지 않거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마치 사실인 양 생성하는 현상이다. 특정 데이터나 주장에 대한 ‘편향’이 대표적인 할루시네이션이다. AI가 내놓은 부동산 투자전략 답변에서도 혹시 있을지 모르는 할루시네이션을 걸러내는 게 중요하다. 부동산투자에서 유의해야 할 4가지 AI 할루시네이션과 대응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최근 추세에 지나치게 높은 가중치를 주는 ‘최신성 편향’의 경우 시계열을 확장해 점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최근 2년간 집값과 과거 10년 추세를 비교했을 때 현재 시장 국면이 사이클상 어디에 위치하는지 설명해줘”라는 질문으로 AI의 최신성 편향을 피할 수 있다.
AI가 결과적으로 남게 된 표본에만 집착하는 ‘서바이벌 편향’의 경우 당장 사라진 실패 사례도 분석함으로써 균형 잡힌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10년간 성공한 재개발 사례 5개와 실패한 사례 5개를 비교해서 성공률을 분석하고, 성공과 실패 사례 사이의 차이를 설명해줘”라고 요구하는 식이다.
앞으로 부동산 투자 성패는 정교한 프롬프트 설계라는 준비 과정에서 갈릴 것이다. 사진은 서울 한강변 아파트 단지. 뉴스1
“투자 과정은 통제할 수 있다”
가장 흔한 편향인 ‘확증편향’에 대해선 AI의 주장을 반박할 ‘레드팀(red team) 시나리오’, 즉 반증을 요구하는 것이 유용하다. 가령 “A 지역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가설을 반박하는 최우선 증거 3개를 찾아 가중치와 함께 제시해줘”라고 요구할 수 있다.판단 기준점에 대한 편향인 ‘앵커링 편향’의 경우 다양한 기준을 비교해 편향성을 줄일 수 있다. 적정 분양가를 검증하고 싶다면 AI에게 “분양 가격 12억 원이 적정한지 동일 생활권에서 △기존 재고 아파트 거래가 △인근 경쟁 단지 분양가 △장기 평균 소득 대비 주택 구매력을 기준으로 비교해줘”라고 요구하는 식이다.
챗GPT의 경우 GPT-4 이후 버전에선 ‘연쇄적 사고(思考)’로 불리는 CoT(Chain-of-Thought)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관심을 끌고 있다. AI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때 정답을 바로 제시하지 않고 중간 추론 단계를 하나씩 표현하도록 유도하는 프롬프트 방식이다. AI의 사고 과정을 가시화함으로써 사용자가 최종 결론뿐 아니라, 과정 자체를 이해하고 검증할 수 있다. CoT의 부상은 AI를 활용한 부동산 투자의 핵심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세계적 투자자인 하워드 마크스 오크트리자산운용 회장은 “결과를 통제할 수는 없지만 과정은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AI 기술에 적용해본다면 앞으로 부동산 투자 성패는 정교한 프롬프트 설계라는 준비 과정에서 갈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