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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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부·학계 “전두환·노태우 범죄수익 뿌리 뽑아야” 한목소리

‘국가폭력범죄 범죄수익 비자금 환수’ 국회 간담회서 ‘독립몰수제’ 도입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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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5-08-11 16: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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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가폭력범죄로 인한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간담회’가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 주최로 열렸다. 박균택 의원실 제공

    8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가폭력범죄로 인한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간담회’가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 주최로 열렸다. 박균택 의원실 제공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부정한 자산을 환수하는 것이 정의의 실현이며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는 일이다.”(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노태우 일가의 900억 원대의 추가 비자금 정황이 드러났지만 추징금 완납을 이유로 사실상 면죄부를 받고 있다.”(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8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폭력범죄를 통한 범죄수익 비자금 환수를 위한 간담회’에서 여당 지도부는 축사를 통해 전두환·노태우 군사독재정권 비자금 환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차명보험 210억 원’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바 있다. 여당 지도부는 물론 정부, 학계에서도 범죄수익 추징 공감대가 높아지면서 ‘독립몰수제’ 도입을 통한 전두환·노태우 신군부 비자금 환수 논의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국가폭력범죄 범죄수익 환수 어려워”

    12·12 사태 등으로 구속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앞줄 오른쪽)과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6년 12월 서울고법에서 선고 공판을 앞두고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동아DB]

    12·12 사태 등으로 구속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앞줄 오른쪽)과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6년 12월 서울고법에서 선고 공판을 앞두고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동아DB]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광주 광산갑)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가폭력범죄로 인한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최근 박 의원은 ‘범죄수익은닉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내란 등 국가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시효가 만료되더라도 범죄수익을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뼈대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박재평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법상 국가폭력 범죄에 따른 범죄수익 환수가 어려운 점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간담회에서 “국가범죄는 공권력의 조직적 개입 등으로 실체가 드러나기 어렵다”며 “이처럼 기소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가범죄에 따른 범죄수익을 추징할 방안으로 독립몰수제가 주목받고 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법무부 국제형사과 전성환 검사는 “범죄수익의 해외 유출이 많은데 확정 판결까지 기다리면 실효적 환수가 어렵다”면서 “(그에 대한 대안으로) 법무부는 올해 업무보고에 독립몰수제를 반영해 적극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 검사는 이어 “독립몰수제는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 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태국, 페루 등이 도입한 제도”라면서 “국가폭력 범죄 뿐 아니라 마약, 금융사기 등 민생침해 범죄로까지 독립몰수제 도입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립몰수제 도입 논의는 40년 넘게 해결하지 못한 신군부 비자금에 대한 국민적 공분에서 촉발됐다. 1979년 12·12 쿠데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무력 진압을 통해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등 신군부는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했다. ‘정치헌금’ 명목으로 기업인들로부터 챙긴 막대한 불법 정치자금이 토대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 받았으나 867억 원을 미납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초 전 전 대통령 자택 소유권 이전 소송에서 당사자 사망을 이유로 패소하는 등 추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태우 비자금’ 관련 추가 의혹 다수 제기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추징금 2628억 원을 완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해 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비자금 의혹이 제기됐다. 노 관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상대로 한 재산 분할 소송에서 “부친의 돈 300억 원이 SK에 흘러가 오늘날 SK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져 노 과장 측은 항소심에서 1조3808억 원의 재산분할 판결을 이끌어냈다.

    ‘노태우 비자금’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 부인인 김옥숙 여사가 210억 원의 차명 보험을 납부하거나, 아들이 운영하는 재단에 147억 원을 기부한 점을 근거로 추가 비자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신군부 비자금 관련 의혹을 밝히고 환수해야 한다는 데는 여야가 초당적 공감대를 형성한 모습이다.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과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비자금 환수의 법리적 근거를 뒷받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독립몰수제 도입에는 정부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국가폭력 또는 군사 쿠데타 시도는 철저하게 처벌하고 소멸 시효를 없애서 상속자들에게도 민사상 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독립몰수제 도입’은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집에도 포함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독립몰수제 도입 필요성을 묻는 질의에 “양형 체계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면서도 “사망이나 피의자 특정 불가 등으로 범죄수익이 일실되지 않도록 (독립몰수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과거 청산 위한 국회의 실질적 역할 중요”

    신군부 비자금 환수는 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역사적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간담회 토론자로 참여한 강성필 민주당 부대변인은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몰수법의 취지에 찬성하는 비율은 85%에 달하며, 이 가운데 소급 적용을 통해 원금과 수익까지 모두 적극 환수해야 한다는 응답이 70%에 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허연식 5·18기념재단 위원은 “과거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사 과정에 신군부 비자금에 대한 유의미한 제보들이 있었지만 입법적 한계로 조사에 착수하지 못했다”면서 “제대로 된 과거 청산을 지금이라도 실현하겠다는 단호한 의지와 국회의 실질적인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와 정부, 학계에서 독립몰수제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관련 법안이 연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박균택 의원은 “12·3 불법 비상계엄과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독립몰수제를 도입해 부정축재 재산을 끝까지 환수해야 한다”며 “관련 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우정 기자

    김우정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김우정 기자입니다. 정치, 산업, 부동산 등 여러분이 궁금한 모든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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