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차명거래 의혹을 받는 이춘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무소속). 뉴스1
주식 차명거래 의혹을 받는 이춘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무소속)과 관련해 한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 내용이다. 이 의원은 8월 4일 국회 본회의 도중 보좌관 명의 계좌로 주식을 거래하는 장면이 포착돼 이튿날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고 민주당을 탈당했다. 대주주 요건 강화를 포함하는 세제개편안에 대해 투자자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이 같은 논란이 불거져 정부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대주주 요건 강화 반대 청원 14만 돌파
이 의원 측은 8월 4일 본회의장에 보좌관 휴대전화를 잘못 가져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도 같은 보좌관 명의의 주식 창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무엇보다 이날 이 의원이 거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종목들까지 공개되면서 ‘내부자 거래’(미공개 정보 이용 거래), ‘이해충돌’ 의혹으로 파장이 번지고 있다. 이날 보좌관 명의 계좌에는 네이버, LG CNS 등 종목들이 담겨 있었다. 같은 날 오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인공지능(AI) 국대’ 개발 참여 기업 5곳에는 두 기업이 모두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이 의원이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으로서 AI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부자 거래 혐의 수사에도 착수해야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최근 정부 여당은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이 되는 대주주 요건과 관련해서도 민심 악화에 직면한 상태다. 지난달 말 정부가 발표한 올해 세제개편안에는 대주주 기준을 기존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조정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 내용이 현실화할 경우 대주주 수는 수만 명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다. 투자자들은 미국 등 해외 증시에 비해 국내 증시 상승폭이 크지 않은데 높은 세율(지방세 포함 27.5%)까지 적용되면 ‘큰손’들의 투자 유인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주주가 기준 적용을 회피하고자 연말 대규모 주식 매도에 나서면 전체 증시가 휘청거릴 가능성도 크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에 관한 청원’이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14만 명 이상 동의(8월 6일 기준)를 받은 배경이다.
투자자들은 세제개편안 내용 가운데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율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하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이 25%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10%p 높은 35%로 정해졌고, 이 경우에도 부동산 등 다른 시장 자산가들이 넘어올 정도의 유인이 되지 못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정부가 제시한 고배당 기업의 기준(배당성향 40% 이상 또는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 배당금 증가)이 까다로운 편이라 해당하는 기업 수 자체도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배당소득 최고세율·법인세가 더 문제”
이와 관련해 국내 한 조세법 전문가는 “한 종목을 10억 원 이상 갖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데다, 양도차익을 실현하지 않고 계속 배당을 받으려는 수요가 있어 어쩌면 대주주 요건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며 “그보다 중요한 건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과 법인세 인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고세율이 예상치보다 10%p나 높아졌기 때문에 자금을 묶어둘 창구로서 매력이 반감됐고, 여기에 법인세까지 오르면 기업 영업이익이 줄면서 배당도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한국 세제개편안에 따른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최근 글로벌 자산배분 계획에서 아시아 신흥국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하고 그 원인으로 ‘한국 세제개편안’을 꼽았다. “이번 조치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코리아 업’ 프로그램 취지에 완전히 역행한다”며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으로 코스피가 초과 수익을 낸 만큼 이번 세제개편안이 지수 추가 하락을 부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계 IB CLSA도 ‘이런, 증세라니(Yikes, tax hikes)’ 제하 보고서에서 세제개편안 탓에 한국 증시가 조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LSA는 “주주 친화적인 신정부 기조를 감안할 때 이번 세제개편안은 의외”라며 “실망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내면서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도 한국 증시에 대해 우려 섞인 전망을 밝혔다.
민주당은 최근 여론 악화를 반영해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 원 이상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상태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8월 6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실은 어떻게 할지 심사숙고하겠다는 입장이고, 우리는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달했으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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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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