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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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주의 강조한 李 정부 인사 키워드… ‘온건 성향 중진’ ‘실무형 전문가’ ‘탕평’

‘영남 5 : 호남 6’ 지역 안배, ‘여성 비율 30%’ 약속 지켜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5-07-07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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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 취임 한 달이 지나면서 조각(組閣)이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정부인 만큼 대통령실은 속도전을 펼쳤다. 7월 3일 현재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를 제외한 17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고, 대통령실 차관급 이상 고위 참모 인선 역시 윤곽을 드러냈다. 이재명 정부 초반을 이끌 인사를 ‘온건 성향 중진’ ‘실무형 전문가’ ‘탕평’ 등 3개 키워드로 정리했다.

    법무부엔 5선 정성호, 복지부엔 전 질병청장 정은경

    이 대통령이 지명한 17개 부처 장관 후보자 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신은 모두 7명(41%)이다. 이 중 재선인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제외하면 모두 3선 이상 중진이다. 정동영(통일부), 안규백(국방부), 정성호(법무부), 윤호중(행정안전부) 의원 등 5선도 4명이나 된다. 

    이들 의원이 하나같이 당내에서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것도 공통점이다. 강경 개혁파 대신 정무 감각을 오래 쌓은 이들을 중용해 정책 추진에 안정감을 얻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평소 호형호제하는 막역한 사이지만,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검찰·사법개혁에 대해 비교적 온건한 입장을 내비쳤다. 후보자 지명 후 “국민이 가장 바라는 건 안정감”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춘 검찰개혁이나 사법체계 변화를 고민하고 준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 후보자는 친문재인·이해찬계 인사로 분류되지만 지난 대선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당내 전략통으로 꾸준히 인정받아온 인물이다.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 역시 각각 3선, 4선 의원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당내 요직을 거쳤다. 당정 사이 가교 역할을 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6월 29일 정치인 출신 장관 후보자 임명에 대해 “한미 관세 협상 등 막중한 현안들이 놓여 있어 인사를 긴급히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며 “지금까지 호흡해온 분들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는 초기 인선에서 실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중용했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초대 질병관리청장을 지낸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있다. 퇴임 후 강단에 섰던 그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일찍이 하마평에 올랐다.



    기업 출신 장관 후보자도 3명이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네이버 대표 출신이다. 엠파스 창립 멤버를 거쳐 네이버에 입사한 그는 대표 재직 기간에 사내독립기업(CIC) 분사, 전략투자, 창업 플랫폼 구축 등으로 벤처업계와 긴밀히 협력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후보자는 원전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두산에너빌리티 사장(마케팅 부문장)을 지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발탁됐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철도 기관사 출신으로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지명 발표 당시 열차를 운행하고 있어 장관 후보자가 역사에서 걸어 나오는 생경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실무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대거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반면, 학계 출신은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이 유일하다.

    이재명 정부의 첫 내각 인선이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다. 왼쪽부터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뉴스1

    이재명 정부의 첫 내각 인선이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다. 왼쪽부터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뉴스1

    尹 정권 장관 유임, 한나라당 3선 출신도 발탁

    이번 내각 인선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이다. 여야 정권교체 후 지난 정부 국무위원이 유임된 사례는 김대중 정부 출범 시절 이기호 노동부 장관 이후 두 번째다. 차관급인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역시 유임됐고, 장관급인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유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3선 의원을 지낸 인물로 ‘외연 확장’을 상징하는 사례로 꼽힌다. 21대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선대위에 영입된 그는 고향이 경북 안동으로 이 대통령과 동향 출신이다. 이 대통령은 7월 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마음에 드는, 또는 같은 쪽만 쭉 쓰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지역과 성별 면에서도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 모습이 보인다. 총리 및 정부 부처 17개 장관급 인선을 분석한 결과 출신 지역별로는 영남 5명(강선우·구윤철·김영훈·권오을·전재수), 호남 6명(김성환·김정관·안규백·정동영·정은경·조현)으로 영호남 안배가 이뤄졌다. 여성 후보자는 5명(강선우·송미령·이진숙·정은경·한성숙)으로 29.4% 비율을 차지했다. 

    이재명 정부 첫 내각 인선에 대한 전문가와 여론의 평가는 우호적인 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념이 아닌 실용 가치를 우선해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이들을 지명했다”며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질 의혹 등 일부 논란이 있지만 과거 정부와 비교하면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국회의원 비중이 커 입법부가 행정부에 예속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국갤럽이 6월 24~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64%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14%), ‘추진력·실행력·속도감’(13%) 등을 꼽은 사람이 많았다. 이어 ‘소통’ ‘전반적으로 잘한다’가 각각 8%, ‘인사(人事)’ 6% 순이었다(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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