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은 가장 조용하게, 그러나 가장 깊게 사람들 곁에서 함께한다. GETTYIMAGES
삶 깊숙이 함께하는 반려동물
원고 작성을 위해 책상에 앉을 때마다 늘 떠올린 건 생명의 무게였습니다. 그리고 그 생명을 품고 살아가는 보호자들의 따뜻한 책임감이었습니다. 반려동물 양육과 관련해 많은 보호자가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해 조심스럽게 답을 건네고 싶었고, 특히 치매·암 같은 중증질환에 관해서는 단순히 수의학적 지식으로 접근하기보다 ‘같은 보호자의 마음’으로 내용을 전달하고자 노력했습니다.현장에서 진료하다 보면 보호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이걸 어디서 제대로 알 수 있을지 모르겠고, 누구한테 물어보기도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때로는 단편적 조언들이 반려동물 건강을 위협했고, 누군가는 너무 늦게 병을 발견했으며, 또 누군가는 지나치게 불안에 떨면서 반려동물과의 관계를 망치고 있었습니다. 그럴 때 질병코드만으로는 풀 수 없는 얘기들, 의학적으로는 정답이 있지만 감정적으로는 찾기 어려운 해답을 함께 제시하려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배운 점은 수의사에게는 당연한 지식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것, 작은 정보 하나가 한 생명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려동물은 가장 조용하게, 그러나 가장 깊게 사람들 곁에서 함께합니다. 말은 하지 않지만 모든 감정을 전달하고, 무엇 하나 요구하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무한한 사랑을 줍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짧고도 아름다운 동행 안에서 늘 부족함을 느끼고 죄책감에 시달리며 ‘사랑은 책임’이라는 사실을 또다시 배우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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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와 반려동물 모두 행복하길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의 반려동물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요. 이제 막 세상을 배우기 시작한 천진한 얼굴일까요, 아니면 조금씩 발걸음이 느려지고 털이 희끗해지는 시기일까요. 혹은 이미 이별을 마주한 채 그 빈자리를 껴안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떤 상황이든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는 여러분은 가장 용감한 보호자입니다. 생명을 품고 사랑을 건넨 여러분의 마음은 이미 충분히 훌륭하기 때문입니다.이제 연재는 멈추지만 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또 다른 자리에서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건강한 공존을 위한 길을 계속 닦아나겠습니다. 더 많은 보호자가 외롭지 않도록, 더 많은 반려동물이 고통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언제나 단단한 다리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훗날 여러분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도 진심을 담은 글로 인사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긴 여정을 함께해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각자의 삶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계신 수많은 보호자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