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 엔비디아 제공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가 엔비디아의 2026 회계연도 2분기(5~7월) 실적을 분석하며 한 말이다. 엔비디아가 8월 28일(현지 시간) 발표한 2분기 실적에는 지난 1분기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중(對中) 수출 통제에 따른 타격이 반영돼 있었다. 여기에 하반기 실적도 중국 정부의 H20 구매 거부 움직임 등 악재가 낀 것으로 확인되자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 전망치 하회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 467억4000만 달러(약 65조2000억 원, 전년 동기 대비 56%), 조정 주당순이익(EPS) 1.05달러(전년 동기 대비 54%) 실적을 올렸다(표 참조).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 평균인 매출 460억6000만 달러(약 64조2000억 원), EPS 1.01달러를 상회했다. 그러나 AI 칩 등 주요 사업 부문인 데이터센터는 시장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매출 411억 달러(약 57조3000억 원)로 월가에서 예상한 413억 달러(약 57조6000억 원)를 약간 밑돌았다.시장 불안을 가중한 건 중국 리스크 재점화다. 이날 엔비디아가 발표한 3분기 가이던스(매출 450억 달러·약 75조1000억 원)에는 H20 매출이 반영되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H20 구매 금지령’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는 ‘엔비디아가 중국 매출의 15%를 세금으로 내는’ 조건으로 H20 재판매를 승인했는데, 이후 엔비디아가 비용 전가를 위해 H20 가격을 18%가량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중국 정부가 맞대응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삼성전자 등에 H20 부품 생산 중단을 통보하기도 했다.
엔비디아 경영진은 이날 실적 발표 직후 열린 콘퍼런스 콜에서 중국 관련 해명에 나섰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 정부에 15% 세금을 내야 한다는 명문화된 규정은 발표되지 않았다”며 “(3분기 가이던스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정학적 문제가 해결되면 3분기에 20억~50억 달러(약 2조8000억~7조 원)의 H20 매출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중국시장은 엔비디아에 500억 달러 규모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H20 외에 블랙웰을 중국에 판매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받을 ‘현실적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3%가량 하락했다. 월가에서는 일부 투자은행(IB)이 엔비디아에 대해 중국 악재를 고려한 보수적 전망을 내놓았다. 도이치방크는 최근 엔비디아 목표주가 155달러, 투자 의견 중립을 재확인했다.
“2030년까지 AI 인프라 지출 5600조”
한편 엔비디아 2분기 실적으로 AI 거품론 확산에는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빅테크의 AI 설비투자 지속, 차세대 AI 칩 루빈 양산 준비 등에 차질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크레스 CFO는 “2030년까지 AI 인프라 지출이 3조~4조 달러(약 4166조4000억~5555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차세대 루빈 플랫폼도 예정대로 내년에 대량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황 CEO는 “상위 4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만 해도 이미 2배 이상 늘어 연간 6000억 달러(약 833조3000억 원)에 이르렀다”며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앞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투자자들이 AI에 과도하게 흥분해 있다”고 발언해 AI 거품론에 불을 붙였다. 이후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AI 도입 기업 95%는 성과가 없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메타가 갑작스럽게 산하 AI 연구소의 외부 인력 채용을 중단하면서 불안을 키운 바 있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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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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