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북중미월드컵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선수로서 동반 출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스트라이커 오현규(벨기에 KRC 헹크, 왼쪽)와 조규성(덴마크 FC 미트윌란). 뉴시스
헹크 주전 공격수 된 오현규
오현규는 카타르월드컵에선 정식 엔트리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 국가대표팀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은 그를 예비 엔트리에 넣었다. 오현규가 국가대표팀에서 월드컵 무대를 지켜보고 훈련한다면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과적으로 엔트리 교체는 없었지만, 벤투 감독은 여차하면 부상당한 손흥민과 황희찬 대신 오현규를 기용할 생각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첫 월드컵 경험은 어린 공격수 오현규에게 큰 자극이 됐다. 국가대표팀 유니폼은 받았지만 등번호는 없고, 월드컵에 동행했지만 단체 사진조차 찍지 못한 설움이 강한 동기 부여가 된 것이다.오현규는 월드컵 이후 국내 무대를 떠나 스코틀랜드 셀틱 FC로 향했다. 셀틱은 스코틀랜드 최고 명문이자 유럽 대항전에도 꾸준히 나가는 팀이다. 이적료나 연봉 등 대우도 나쁘지 않았기에 유럽 빅리그를 향한 출발점으로 괜찮은 선택이었다. 당시 감독이던 안지 포스테코글루가 아시아 선수에 대한 편견이 없는 것도 장점이었다. 하지만 오현규에게 스코틀랜드 무대는 녹녹지 않았다. 주전 공격수 후루하시 교고의 위상이 확고했고 유럽축구의 벽도 높았다. 교체로 투입되면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도 심했다. 다행인 것은 그사이 오현규가 국가대표팀에 꾸준히 호출된 점이다. 당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 첫 명단부터 아시안컵까지 오현규는 빠지는 법이 없었다.
지난해 여름 오현규는 팀을 옮기며 변화를 모색했다. 선수로서 강한 인상을 남기려면 역시 소속팀 출전 시간이 늘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벨기에 KRC 헹크로 이적한 후에도 곧장 출전 시간이 늘어나진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국가대표팀 요르단 원정에서 중요한 골을 터뜨리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에는 헹크의 주전 공격수로 우뚝 섰다. 올여름 독일 분데스리가 VfB 슈투트가르트 이적이 성사 직전까지 가는 등 몸값도 높아진 모습이다.
대한민국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을 선수로 촉망받던 조규성은 부상 때문에 긴 시간 재활에 매진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의 활약 덕에 선수 운명이 완전히 바뀔 것으로 기대됐는데 뜻밖의 난관에 부딪힌 것이다. 조규성도 월드컵 후 유럽 진출을 모색했다. 큰 대회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기에 여러 팀이 줄지어 좋은 제안을 들고 왔다. 그중 독일 분데스리가 FSV 마인츠 05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슨 영문인지 빅리그 직행 기회를 걷어차고 덴마크 미트윌란 유니폼을 입었다. 다소 아쉬운 선택이었지만 더 큰 문제는 그 후 발생했다. 미트윌란에서 2023∼2024시즌을 잘 마친 조규성은 평소 상태가 좋지 않던 무릎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이 수술에서 문제가 생겨 2024∼2025시즌을 통째로 쉬게 된 것이다. 당연히 국가대표팀에서도 지난해 3월 이후 모습을 감췄다.
돌아온 조규성, 몸싸움 가뿐히 소화
간간이 훈련 소식만 전해질 뿐 누구도 복귀 시점을 특정할 수 없던 올해 8월, 드디어 조규성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약 1년 3개월 만의 복귀였다. 돌아온 조규성에게선 엄청난 노력의 흔적이 역력했다. 온몸은 가지런한 근육으로 뒤덮였고 그 덕에 상대 수비와의 몸싸움도 가뿐해 보였다. 그렇게 조금씩 경기 감각을 끌어올린 조규성은 9월 컵대회 올보르 BK 전에서 복귀 골을 터뜨렸다. 연이어 비보르 FF, 란데르스 FC와의 리그 경기에서도 골을 기록하는 등 득점 본능이 되살아났다.조규성이 잇달아 득점에 성공하면서 그의 국가대표팀 발탁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코치진도 조규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국가대표팀은 스트라이커로 오현규를 꾸준히 선택했다. 홍명보 감독은 초기에 주민규(35·대전하나시티즌)를 적극 발탁했고 9월 평가전까지는 오세훈(26·일본 마치다 젤비아)도 우선순위에 올렸다. 당장 10월에는 몸 상태를 고려해 조규성이 국가대표팀 명단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지금처럼 순조롭게 경기 출전이 이어진다면 11월에는 복귀 가능성이 조금씩 커질 전망이다. 조규성이 빠진 사이 국가대표팀에서 그 나름 입지를 다진 오현규도 긴장할 필요가 있다. 두 선수가 서로의 발전을 이끌 건강한 긴장 관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