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기억 나지 않는다”
주요 피의자 잇단 구속영장 후
다음날 특검에 비밀번호 제공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영장 청구 직전에야 그간 기억하지 못했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기억해냈다고 한 것과 관련 논란이 커지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20일 “오늘 새벽 휴대폰(채 상병 순직 사건 발생 당시 사용한 기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발견했기에 그 비밀번호를 오늘 오후 특검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잊어버린 비밀번호를 찾아내기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시도를 거듭했지만 실패를 거듭하다 오늘 새벽 2시 30분쯤 기적적으로 그 비밀번호를 확인했다”며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게 됐다”고 덧붙였다.
임 전 사단장은 채 상병 순직 당시 소속 부대장으로 무리한 호우 실종자 수색 작전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해 1월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를 확보했지만, 임 전 사단장이 “20자리에 달하는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포렌식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공교롭게도 임 전 사단장이 비밀번호를 기억해냈다고 밝힌 날은 특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주요 피의자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날이다. 이어 다음날인 21일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와 군형법상 명령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임 전 사단장의 이런 급작스러우면서도 시기선택적 기억회귀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신은 해병대도, 군인도 자격이 없다. 당신 같은 사람을 시정잡배 같다고 하는 것”이라며 “면책의 기적을 바라지 말고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말 비슷한 사안으로 검찰에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공을 하지 않았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소환되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수사 당시 사건 연루 의심을 받은 한 전 국민의힘 대표의 아이폰11을 압수했으나, 24자리에 달하는 비밀번호를 풀지 못 해 포렌식을 하지 못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SNS 계정에 ‘하나님의 사랑으로 20자리 휴대전화 비밀번호가 생각났다는 임성근’을 언급하며 “자신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20여 자리로 설정해 ‘채널A 사건’ 수사를 피했던 한동훈에게도 이 ‘하나님의 사랑’이 내려지길 빈다”고 비꼬았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서울중앙지검은 한동훈에게 무혐의 처분을 하고 전화기를 돌려줬다. 반면 채널A 사건으로 한동훈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던 정진웅 검사는 그 과정에서 벌어진 몸싸움을 이유로 독직폭행으로 기소당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며 “다행히 정 검사는 추후 무죄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 역시 임 전 사단장의 너무도 늦은 비밀번호 제출 발언에 대해 “희대의 망언”이라고 몰아붙이면서 “또 한 분, 스무 자리 넘는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한동훈 전 대표에게도 하나님의 사랑이 닿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