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중 16억 혐의만 유죄 인정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2018년 1월 기소된 지 7년9개월 만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배임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 기각했다.
재판부는 조 회장의 전체 혐의 중 특가법상 횡령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조 회장은 계열사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에서 타인 명의로 급여를 수령해 회사 자금 16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조 회장에게 제기된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모두 무죄로 봤다. 조 회장은 2013년 7월 자신이 대주주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 상장이 무산돼 투자자 지분을 사들여야 하는 부담을 안았다. 이에 대금 마련을 위해 GE에 유상감자·자사주 매입을 하도록 해 17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았다. 2008∼2009년 개인 자금으로 구입한 미술품 38점을 효성 아트펀드가 비싸게 사들이도록 해 약 12억원의 차익을 얻은 혐의도 적용됐다.
재판부는 “자본금을 감소시킬 합리적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재무상태에 비춰 과다한 규모의 자산이 유출되고 이로 인해 회사 경영과 자금 운영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이 초래됐다면, 회사의 재산을 보호할 의무를 위배한 것이고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의 유상감자 행위가 업무상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을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상감자 행위로 인해 회사 경영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을 때만 유죄로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다.
앞서 1심은 횡령 혐의와 미술품 관련 배임 혐의는 유죄로, 나머지 배임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조 회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미술품 관련 배임 혐의 역시 무죄라고 보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