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극복 야전사령관’.
안도걸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59)이 얻은 별칭이다. 4·10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그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추경 편성이 거듭된 탓에 역대 예산 편성을 가장 많이 해본 ‘예산통’으로 꼽힌다. 코로나19 당시 3번의 본예산, 7번의 추가경정예산 등 경제 관료로서 총 10번의 전무후무한 예산 편성 기록을 보유 중이다. 새희망자금, 버팀목자금 등 소상공인 지원금 이름을 직접 작명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는 이력답게 “국회에 예산 전문가가 꼭 필요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저는 10번의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정부와 국회의 다양한 의견을 조율한 경험이 있습니다. 의사 결정 과정을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이뤄낼 수 있는 전문 역량을 키워왔죠. 지금 국회는 예산 관련 의사 결정이나 절차가 보다 신속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국회의 예산 심사 능력도 강화해야 하죠. 헌법상 예산편성권과 예산증액동의권이 행정부에 있는 만큼 입법부의 예산 심사 능력이 더욱 전문적이어야 운용의 묘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안 전 차관은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 지난 3월 11일 광주 동남을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지역구에서 현역인 이병훈 의원을 제치고 경선을 통과한 것. 광주는 그의 고향이다.
광주 동구 동명동·운림동에서 자라고, 서석초·무등중·동신고 등 초중고를 모두 광주에서 보냈다. 이후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 서울대 대학원 행정학 석사, 하버드대 공공정책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제33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 기획재정부 경제예산심의관, 예산실장 등 예산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21년 기재부 제2차관으로 임명됐다. 임명권자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를 “민주당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경제 전문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34년간 경제 관료로 일한 안 전 차관은 “윤석열정부 경제 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축소 지향적 재정 운용’을 꼽았다.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경제를 살려야 합니다. 그래야 세수가 늘고, 건전성도 확보되죠. 재정을 풀어 경기를 살리고, 이를 통해 ‘자연 세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정부는 세입과 세출의 ‘축소 균형’을 지향하고 있지만, 지금 같은 경기 불황기에 나라가 재정건전성만 앞세우는 건 결국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겠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것이죠.”
안 전 차관이 제시하는 대안은 ‘확장 재정’이다. 이는 코로나19 당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확장 재정을 통해 재정의 선순환을 달성한 경험에 근거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당시 국채 발행을 통한 적극적 재정 지출에 힘입어 2021년 경제가 4.1% 고성장하면서, 세수 기반이 커졌고 61조3000억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했습니다. 초과 세수를 활용해 국민 재난지원금을 초고소득층 10%를 제외한 국민 대다수에게 지역화폐로 지급함으로써 서민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었죠. 가장 보람을 느꼈던 정책은 ‘소상공인 손실보상 제도’를 법제화해 영업 피해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실행한 일입니다. 현 정부가 소극 재정으로 지난해 1.4%라는 역대급 저성장에 56조원이나 세수 결손이 발생한 것과 크게 대비되는 일이죠.”
인터뷰 내내 그의 대답에는 전라도 사투리 억양이 옅게 묻어 나왔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답게 학창 시절에는 소위 모범생이었다고. 광주에서 토목 사업을 하던 아버지로부터 ‘자신에 대한 엄격한 관리’를 배운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지난 2022년 5월 차관직에서 물러난 그는 광주시 재정경제자문역을 맡았고, 광주경제연구소를 차려 각계각층을 만나왔다. 그가 진단하는 광주시 경제는 ‘퇴보한’ 수준이라고. 다양한 정책을 다뤄본 경험을 통해 광주 원도심의 경제·문화적 발전을 이끌겠다는 복안이다.
“광주 원도심이 지닌 문화적 잠재력,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정신을 잘 승화시키면서 품격 있는 도시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구체적으로 광주 원도심에 미래 신산업을 일으키는 ‘예향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실행할 계획이죠.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는 ABC 산업을 육성할 계획인데요. 인공지능(AI), 바이오의료(Bio), 문화관광 산업(Culture)을 키울 수 있는 청사진을 이미 만들어놨습니다. 원도심에 유망 벤처기업이 창발하고, 청년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넘쳐나게 할 것입니다.”
안 전 차관의 지역 공약은 국회에 입성한다면 발의할 ‘1호 법안’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처음 발의할 법안으로 ‘국가 대(大)개조법’을 제시했다. 시스템 반도체, AI, 바이오 등 미래 신산업을 전국에 고르게 배치·육성해 수도권 과밀과 지방 소멸을 막아내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뤄내자는 게 법안의 목표다.
“수도권 젊은이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혼도, 출산도 피하는 한편 지방은 일할 사람이 없는 실정입니다. 수도권은 비만인데, 지방은 빈혈 상태인 것이죠. 국가 대개조법이 시행되면 수도권의 경쟁은 완화되고, 지방에는 일할 젊은이들이 몰려들 것입니다. 이와 함께 수도권과 해외의 고급 인재를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지방에 유치·정착시키는 ‘균형발전 인재 확산 캠페인’도 펼칠 계획이죠.”
그가 말한 ‘균형발전 인재 확산 캠페인’을 되묻자 디테일한 정책 설명이 이어졌다. 해외나 수도권 지역에서 역량을 쌓은 고급 인력이 지방 기업이나 대학 연구소로 가면 무상 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소득세도 10년은 완전히 면제하는 정책이라는 것. 아울러 개발도상국의 과학 기술 인재에게 ‘패스트트랙 비자’를 부여해 지방 소재 대학이나 연구소에 5년 이상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디테일한 정책으로 승부 보겠다”는 안 전 차관은 롤모델 정치인으로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꼽았다. 김 전 대통령처럼 정치인으로 끊임없이 실력을 키워 국민에게 ‘고품격 정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당선된다면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분야별 전문가들의 견해를 참고해 정책의 내용과 우선순위를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저는 故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각오로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세를 보여주셨죠. 그는 IMF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정보화 시대의 선도 국가로 도약시켰습니다. 저도 그를 본받아 정치에 대한 비전을 ‘실력을 키우는 정치’로 세웠죠. 실력을 키우기 위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분야별 전문가들의 견해를 정기적으로 참고해 정책의 내용과 우선순위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1호 (2024.03.20~2024.03.26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