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리프하르트 오픈마인드 창업자 인터뷰
‘꿈의 디바이스’로 불리는 휴머노이드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하드웨어(HW) 기술 발전이 무르익었고, 인공지능(AI) 등 이를 뒷받침하는 소프트웨어(SW)가 속속 개발되면서다. 스마트폰이 그러했듯, 인간과 같은 형태의 로봇은 하드웨어의 발전보다 소프트웨어와의 결합력과 대량 제조의 구현력이 맞물릴 때 비로소 일상의 기술이 될 수 있다.
이번주 <더테크웨이브>가 만난 얀 리프하르트 오픈마인드(OpenMind)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상용화 시대를 연 것처럼 로봇용 운영체제(OS)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픈마인드는 모든 지능형 로봇이 사용할 수 있는 범용OS를 개발하는 회사다. 인공지능(AI)과 생물학, 분산시스템 분야의 전문가인 얀 리프하르트 스탠퍼드대 교수가 창업했다.
오픈마인드는 휴머노이드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술의 경계면에 소프트웨어 운영체제(OS)와 거버넌스를 심어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여기서 경계면이란 사람과 기계의 접점, 모델과 모델의 접점, 로봇과 로봇의 접점을 의미한다. 개방형 시스템(오픈소스), 공유 인공지능, 분산 네트워크 등이 핵심 키워드다.
오픈마인드가 개발한 OM1은 어떤 제조사의 로봇에든 탑재할 수 있는 범용 AI 운영체제다. 기존 로봇들이 미리 프로그래밍된 특정 작업만 수행했다면, OM1은 인간처럼 상황을 보고 판단하며 실시간으로 학습하는 ‘지능형 두뇌’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삼성·LG·샤오미 등 어떤 스마트폰에도 설치돼듯, OM1은 테슬라 옵티머스부터 중국 유니트리까지 모든 로봇에 ‘지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드론, 4족 로봇, 휴머노이드 등 다양한 폼팩터의 로봇에 탑재될 수 있다.
리프하르트 CEO는 “로봇은 단순히 움직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이해하고, 환경에 적응하며, 서로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로봇이 대규모로 자율 동작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 로봇 생태계와의 협력을 위해 방한한 리프하르트 CEO를 만나 로봇용 OS 기술 개발 트렌드, 휴머노이드 시장에 대한 전망, 제조 강국 한국의 로봇 기술 잠재력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스탠퍼드 대학 교수로 일하다가 로봇OS 창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부터 로봇에 강한 매료를 느꼈고, 최근에야 다양한 핵심 기술이 성숙해 사람에게 실제로 유용한 ‘똑똑한 기계’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목표는 인간을 돕는 스마트 머신을 현실에 배치해 실사용 데이터를 통해 무엇이 유용한지 빠르게 학습하고 개선하는 것이다.
-로보틱스 분야의 안드로이드가 되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애플처럼 완전 폐쇄형 풀스택도 존재하겠지만, 다수의 휴머노이드는 오픈소스 코어 위에 제조사가 깊게 커스터마이즈하는 스마트폰 생태계와 유사한 구조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삼성 사례처럼 강한 커스터마이즈 역량이 있어도 코어는 오픈소스를 채택하는 방식이 주류가 될 것으로 본다.
-로봇 전용OS는 무엇이 다른가. 스마트폰 등 다른 디바이스 OS와의 차이와 개발 난제는.
▶휴머노이드는 관절마다 소형 컴퓨터, 배터리 관리, 통신 칩, 균형 전용 중앙 컴퓨터, 그리고 클라우드(음성 인식·공간 인지)까지 최소 10개 이상 컴퓨팅 유닛의 합성체다. 오픈마인드 소프트웨어는 위치·공간 비전·오디오를 융합해 다중 AI가 처리하도록 클라우드로 올리고, AI 의사결정을 물리 동작·음성·표정 등으로 변환하는 ‘중간 계층’ 역할에 집중한다. 전 스택을 재발명하지 않고 가장 병목인 융합·중계·실행 계층을 해결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ROS와 같은 기존의 로봇 소프트웨어와의 차별점은.
▶과거 ROS2 같은 스택은 반복 작업(픽 앤 플레이스)에 최적화됐지만 지금은 환경 인지와 자율 의사결정, 대화·교육·감정 유발까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선 10~20개의 상이한 (AI) 모델을 유연히 연결·집계·전달하는 동적 아키텍처가 필요하다. 그 부분을 해결하려는 게 우리의 목표다.
-로봇을 제조하는 하드웨어 기업들이 자체 OS 개발에 뛰어들 가능성은. 아니면 스마트폰 시장처럼 통합OS를 쓰는 형태로 흐름이 이어질까.
▶다수의 휴머노이드 제조사는 고객 기능 요구(다국어, 수학 교육, 홈 케어 등)에 의해 쉽게 커스터마이즈되고 그냥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원하는 흐름이 있다. 이것이 우리에겐 기회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미국 판매 교육용 제품은 오픈마인드 OS를 탑재해 학생들이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도록 재구성하는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로보틱스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의 시장성은 어떻게 보고 있나.
▶한때 ‘단일 범용 모델’ 관념이 유행했지만, 실제 스택은 레고 블록처럼 보행·사고·기억·음성·보안·거버넌스 등 다수 모듈의 조립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세 조작 모델은 특히 격차가 크며, 조작 특화 기업이 공백을 메울 기회가 있다. 용도별로 필요한 기능 조합이 크게 달라 ‘단일 만능’보다 ‘모듈 최적화+오케스트레이션’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엔비디아와 협력 중이나 세부 사항은 공개할 수 없다.
-인간처럼 작동하는 휴머노이드 상용화는 갈길이 멀다는 회의론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전면 반박한다. 24시간 배터리, 발끝 균형, 5지 정밀 조작 같은 ‘극단 스펙’ 없이도 가정·학교·병원 등 약 200개 사례에서 (로봇은) 지금 당장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실제 시장의 니즈 파악을 위해 미국 가정에 ‘퀀텀 펫’(개 형태)을 배포해 실사용 데이터를 축적할 계획이 있다. 목적은 ‘완벽한 인간 모사’가 아니라 ‘현재 하드웨어로도 가능한 유의미한 유틸리티’의 대량 검증이다.
-로보틱스 OS 시장의 향후 5년 시장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나. 테슬라, 보스턴다이내믹스와 같은 기업들이 자체로 폐쇄형 스택을 구축할 경우, 시장 성장이 더딜 가능성은.
▶테슬라 옵티머스처럼 칩까지 자체 개발해 생태계를 완전히 통제하는 전략은 존재할 것이고 이 역시 문제없다. 그러나 진짜 난제는 코어 기술보다 ‘수백만 대 규모의 제조’다. 따라서 휴머노이드 시장의 승자는 필연적으로 대량 제조 역량을 가진 기업이 될 공산이 크다. 배터리·센서·컴퓨팅·소프트웨어를 저가·대량으로 품질을 유지하며 제공해온 경험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제조 역량을 갖춘 대기업들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인가. 하드웨어만을 만들어온 소규모 로봇 스타트업들의 미래는.
▶현재 메타·엔비디아·오픈AI·애플 등 빅테크가 휴머노이드를 대거 구매해 실리콘밸리에선 물량 자체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 성숙기에 들어서며 소형 업체에 대한 인수 합병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대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는 전략적으로 매우 영민했다. 구조적으로는 ‘스마트폰(삼성 등)·자동차(현대 등)처럼 대량 제조·신뢰성·사용성·저소음·가격’을 동시에 달성해본 기업이 유리하다. 한마디로 ‘다리 달린 스마트폰’을 대량 생산해본 역량이 관건이다.
-한국에서는 대규모언어모델(LLM)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조에 강점이 있는 한국이 로보틱스 분야에 ‘집중투자’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로봇은 산업·의료·수출·국방 면에서 한국이 지금 당장 집중해야 할 핵심 분야다. LLM 격차는 치명적이지 않다. 실제 현장 시스템은 10~20개 모델의 조합으로 돌아가며 오픈소스 모델도 늘고 있다. 관건은 모델 자체보다 ‘대량 제조’와 ‘OS를 통한 신속 업그레이드’ 역량이다.
-그렇다면 ‘소버린AI’에 대한 집착을 버려도 될까.
▶항공기 비유처럼 엔진·소프트웨어·재료·유체역학·교육·가격경쟁력을 병렬적으로 끌어올려 종합 제품을 만든다. 어떤 단일 돌파구에 올인하기보다 병렬 발전을 통해 전체 시스템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
-AI는 차세대 핵무기급 자산이라는 인식이 있다. 요샌 AI와 로봇이 결합하는 ‘피지컬AI’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이 분야에서 미·중 격차는 어느 정도인가. 한국에도 기회가 있을까.
▶지정학·군사 전략 평가는 내 전문 분야가 아니다. 다만 ‘대규모 제품 제조’가 다음 단계의 승부처라고 생각한다. LG·삼성·화웨이·현대 같은 ‘대량·신뢰·가격·소음·내구’의 공업 능력을 갖춘 기업들이 유리하다. 한국의 기회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한국 기업과의 협력에 열려 있나.
▶한국은 우수한 대학·인재 풀과 삼성·LG·현대 같은 ‘수십 년 제조 DNA’를 갖춘 드문 허브 후보지다. 이 판단에 따라 로봇 서밋(Open Robotics Summit)을 직접 주최해 한국에서 열었다. 한국 공급망의 중요성과 실수요자·개발자와의 접점을 빠르게 넓히려는 의도였다. 특히 LG와는 휴머노이드 거버넌스·사이버보안 이슈를 함께 다루고 있다.
-로봇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것도 매우 인상깊다.
▶자율성이 커질수록 기계도 신원 증명, 신뢰, 거래, 시간 배분을 위한 ‘경제·거버넌스’ 인프라가 필요해진다. 예컨대 차량은 서로 위치·속도를 아는데도 충돌한다. 표준화된 상호 예고·조정 프로토콜이 없어 협조가 안 되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가 장을 보고 로보택시(웨이모)와 연동해 배송하려면 기계 간 직접 API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인간용 앱 호출만 가정한다는 비효율이 있다. 군의 ‘센서-플랫폼 통합 ’ 개념은 민간에서도 안전·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우리가 개발한 FABRIC은 더 많은 기계가 네트워크에 참여할수록 더 똑똑해지는 일종의 로봇들의 집단 기억 장치다. 로봇들이 서로의 경험에서 학습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가 개발한 로봇용 OS(OM1)과 FABRIC의 결합으로 어떤 로봇이든 글로벌 네트워크에 접속해 즉시 지능을 획득하고, 다른 로봇들과 신뢰할 수 있는 협업이 가능해진다.
※오픈마인드가 개발한 분산 네트워크(FABRIC)은
FABRIC은 전 세계 로봇들이 서로 신원을 확인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분산형 네트워크다. 처음 만난 로봇끼리도 마치 사람이 명함을 주고받듯 서로를 인증하고, 실시간으로 협업할 수 있게 해준다. 즉, 기계들이 어떻게 서로의 신원을 확인하고, 위치를 증명하며, 지식을 공유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한다.
예를 들어 배달 로봇이 웨이모 자율주행차의 도착을 감지하면, FABRIC을 통해 그 차량의 신원을 확인하고 위치를 검증한 뒤 인간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음식을 전달받을 수 있는 식이다. 이런 신뢰할 수 있는 기계 간 상호작용은 자율 물류부터 야생에서 활동하는 로봇들을 위한 보험·결제 시스템까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로봇 보안과 안전 측면에서 오픈마인드가 집중하는 영역은.
▶센서→모델→하드웨어로 흐르는 정보를 ‘자연어’로 표현해 사람이 쉽게 관찰·디버깅·수정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핵심 메시지는 “두려워 말고 참여하라. 하드웨어가 완벽하길 기다리지 말고, 올바른 소프트웨어 결합으로 오늘 가능한 일을 하자”이다.
-언젠가 휴머노이드가 ‘자아’를 갖게 될까.
▶물론이다. 자체 우선순위·기억·목표를 가지게 될 것이며, 때로는 인간이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인간이 이해·참여·통제·거버넌스할 수 있도록 ‘좋은 방식’의 소프트웨어를 구축해야 한다.
-기업가로서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이 ‘마법 같은 블랙박스’가 아니라, 누구나 읽고 개선 가능한 개방형 기술에 참여할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 이 때문에 코어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공개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함께 고치자고 제안한다.
오픈마인드는 로봇 운영체제(OS)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스타트업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얀 리프하르트(Jan Liphardt) 교수가 ‘로봇계의 안드로이드’를 표방하며 2024년 설립해 범용 로봇OS개발에 나서고 있다. 판테라캐피탈(Pantera Capital) 주도로 2000만달러(한화 약 277억) 규모의 시리즈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회사의 핵심 기술은 운영체제(OM1)과 분산네트워크(FABRIC)이다. OM1 플랫폼을 통해 모든 형태의 로봇이 인간 환경에서 인식·적응·행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난 6월 미국 자산운용사인 크레인쉐어즈의 휴머노이드 로봇 ETF를 상장시키는 나스닥 개장종을 울린 유니트리(Unitree) G1 휴머노이드 로봇이 바로 오픈마인드의 OM1 운영체제로 구동됐다.
분산형 조정 계층인 FABRIC으로는 안전한 기계 신원 확인과 지능형 시스템 간 협업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의 ‘몸체’를 만든다면, 오픈마인드는 모든 로봇이 공유할 수 있는 ‘집단 지능’을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얀 리프하르트(Jan Liphardt)는 오픈마인드의 창업자 겸 CEO다. 그는 스탠퍼드대학교 생물공학과 부교수(Associate Professor)로 재직 중이다. 복잡계·기계지능·민감 데이터의 책임 있는 활용을 통한 현실 세계 결정 지원 등이 그의 주요 연구 분야다.
슬론 리서치 펠로십과 시얼 스칼라상(Searle Scholars), 헬먼 펠로십 등 초기 커리어 과학자에게 수여되는 권위 있는 어워드를 수상했다. 미국 국립보건원, 미국 국립암연구소, 미국 에너지부 등으로부터 연구지원을 받아왔다.
오픈마인드는 얀 리프하르트가 진행한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물리적 로봇을 연결하는 초기 실험에서 출발했다. 그의 신념은 명확하다. 그는 “우리가 기계와 함께 살아갈 것이라면,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해해야 하며, 더 잘 생각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