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진화는 가벼움의 진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스포크 가전, 노트북을 떠나서 AI(인공지능) 디바이스 까지 최대한 많은 것을 담되 최소한의 크기와 무게로. 이것이 현대 기술의 성능의 지표가 되고 있다.
이 와중에 나온 송길영 작가의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 은 점점 더 가벼워지는 세상과 그 속에 살아야 하는 개인에 대한 촌철살인과 같은 책이라고 평하고 싶다.
핵개인의 시대를 건너 이제 문명 자체가 가벼워지고 있다는 저자는 거대한 기업의 대마필‘사’ 를 주장한다. 핵심은 AI 의 급속한 발전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플랫폼 기업들의 전략은 ‘거대해지기’ 였다. 가장 빠르게 거대해지는 이들이 가장 확실하게 시장을 점령한다. 아마존이 그 선두였고 국내의 쿠팡이 이를 답습해 시장을 점령하여 다른 경쟁자들을 빠르게 추월했다.
‘일단 커져라 그러면 이길것이다.’ 이는 거의 증명된 시장경제의 사실이 되었다.
그러나 AI 시대를 맞아 사실이 달라졌다. 겨우 2~3년 동안의 시장 변화이지만 그 속도는 과거 20년, 30년의 조직, 일하는 방식 그리고 개인의 삶의 방식까지도 급속도로 바꾸고 있다. Gumloop 라는 AI 워크플로우 자동화 서비스 회사는 2023년 캐나다의 작은 방에서 2명이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채 2년도 안돼 연매출 100만달러를 넘어섰지만 샌프란시스코로 본사를 이전하고도 전체 직원이 10명 내외이며 앞으로도 이러한 규모의 직원 수준을 유지하려한다. Gumloop 뿐만 아니라 많은 AI 기반의 기술, 서비스 회사들은 최소의 규모로 조직을 경량화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과거와는 매우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AI기술이다.
힘든 것은 이제 이미 무거워진 ‘기업, 사회, 정부’ 이다. 다이어트가 힘든 이유는 이미 지니고 있는 지방들이 내 단백질과 모든 세포들과 단단하게 결합하여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비대해진 것들에 비참함이 발생한다. 다이어트를 해 본 이들은 알겠지만, 운동, 식이조절은 시간과 재화를 투입 (신선하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도 요즘은 돈이 든다)해야할 뿐만 아니라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심지어는 요요라는 더 괴로운 상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정말 가진 자(지방을 가진 자)의 괴로움이란 실로 말할 수 없다. 위고비가 나왔다고 한다. 비싸지만 기적의 다이어트 약이 나오면서 별다른 괴로움 없이 살을 빼고 있다는 소식이 번졌고 너도 나도 위고비를 맞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AI 로의 전환을 위한 컨설턴트, 조직, 도구 및 DX(디지털 전환)를 밀어내고 AX(AI 전환)가 기업의 생존 전략 ‘위고비’ 로 전면에 나섰다. 아직 부작용은 모르지만 살기 위해 해야하지 않겠는가. 송영길 작가가 책에서 다룬 ‘대마필사’ 라는 말은 이미 기업에서 스스로 자각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개인이다. 한없이 가벼운 시대 모든 것이 가벼워지기 위해, 떠 있기 위해 물밖으로 나가기 위해 무거운 것들을 버리고 있다. 가라앉는 타이타닉이든, 날아오르지 못해 무거운 열기구이든 모래주머니를 버리고 최대한 가볍게 적어도 생존하거나, 더 높은 곳으로 날아가기 위해 가벼워지고 있다. 인간은 가벼운 존재인가, 무거운 존재인가? 당신의 조직은 그 자체가 살기 위해 가장 무거운 것을 먼저 버릴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어쩌면 인간이 대부분의 조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무섭기 그지없는 조직, 사회, 문명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가볍게 떨구도록 만드는 AI가 각 개인에게도 작은 구명조끼를 나누어 주었다. 누군가의 도움없이도 물 위에 떠있을 수 있도록, 혹은 심지어 하늘을 날 수 있도록 날개를 나누어 주었다. AI라는 도구는 기업들의 경량화만 가속화시킨 것이 아니라 개인들도 초경량화 시키는 말 그대로 판단이 없는 도구이다(아직까지는).
이러한 AI라는 날개를 가지고도 아직 인간은 쓰러질지라도 거대한 배를 붙잡고 있다. 이는 인간이 초개인으로 살수 없는 (핵개인은 또다른 의미를 가진다) 사회적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송길영작가의 이번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해답을 찾았다. 거의 마지막 장에 나오는
경량문명의 그라운드 룰 ground role
1. 우리는 지금 만납니다.
2. 우리는 잠시 만납니다.
3. 우리는 다시 만납니다.
지금, 잠시, 다시는 AI가 바꿀 초경량의 현상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만납니다. 라는 말은 인간으로서 외롭지 않게 살아갈 확고한 희망의 구절들이다. 지금, 잠시, 다시 라는 부사가 명확하고 방향성과 방법론을 나타내 주지만 ‘우리’ 라는 함께로 ‘만납니다’ 라는 공동체로의 순환과 회귀는 인간을 외롭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과 아무리 가벼워도 혼자만 부유하거나 둥둥 떠다니는 것이 아닌 따로, 또같이 살아가리라는 메시지를 준다. 적어도 내게는 AI 와 나 그리고 또 힘들었지만 함께 하고 싶은 인간들이 함께 살아갈 희망을 발견했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가볍지만 외롭지 않았으면 한다. 지식전파사에도 출연하셔서 이 이야기를 들려주실 것이라 감사를 전한다.
유튜브 : 지식전파사 -송길영 작가 편
[손은정 공학박사, 인문공학커뮤니케이터, 작가]
글쓴이는 공학박사이자 작가, 설치미술가로서 글로벌 빅테크, 대기업 등에서 20여 년 이상 근무하면서 기술과 인간의 삶의 점들을 연결하는 것에 의미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