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국민연금제도로는 오는 2050년 노인 10명중 4명 이상이 ‘빈곤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공적연금 미시모의실험모형(PPSIM) 개발’ 연구보고서를 통해 ‘보험료율(내는 돈) 9%-소득대체율(받는 돈) 40%’의 현행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암울한 미래를 예측했습니다.
이 결과 현재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노인 빈곤율이 더악화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인 빈곤율은 올해 37.4%에서 점차 나빠져 오는 2050년에는 42.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더욱이 빈곤의 깊이를 보여주는 ‘빈곤 갭’ 역시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 빈곤 노인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질 전망입니다. 연구진은 특히 75세 이상 후기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소득 불평등’이 심화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노인 빈곤율 42% 전망은 구조개혁 없이는 안된다는 방증”이라며 “초고령사회 대비가 미흡하다면 지금의 젊은세대 역시 ‘빈곤한 노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제도의 소득대체율 인상 등 보장성 강화와 퇴직연금 의무화, 개인연금제도 활성화와 같은 다층적 소득 보장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럼, 제도적인 측면에서 벗어나 각 개인들이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요.
딱히 답이 안나와 답답하긴 매 한가지이지만, 10월부터 사망보험금을 쪼개서 만 55세부터 연금처럼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눈여겨 볼 만 합니다.
벌써부터 직장인들 사이에서 관심이 꽤 높은데요.
직장인 김모(55) 씨는 다음달 ‘사망보험금 연금 유동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는 “퇴직이 곧 도래하는데, 지금까지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했다”며 “고심한 끝에 기존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전환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의 핵심은 ‘사망보험금을 연금처럼’인데요.
가입자가 숨진 이후에 유족들이 받을 사망보험금을, 가입자 생전에 노후 연금처럼 받자는 겁니다. 국민연금을 받는 만 65세 전까지 생기는 ‘소득 공백’에 대응하는 제도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합니다.
당초 만 65세부터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이번에 적용 대상을 ‘확’ 넓힌 점이 인상적입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KB라이프 등 5개 보험사가 다음달부터 관련 서비스를 시작하고 다른 보험사는 순차 합류할 예정입니다.
보험료를 모두 납입한 만 55세 이상 가입자면 누구나 신청 가능합니다.
20년납 종신보험 상품을 가입한 사람이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했더라도 보험료 납부가 모두 완료되지 않았다면 유동화 신청은 할 수 없습니다. 20년납이든 30년납이든 무조건 보험료 납부를 완료한 종신보험 가입자만 유동화 대상이라는 얘깁니다.
또 사망보험금이 9억원 이하여야 하고, 금리확정형 보험만 됩니다. 투자 실적 등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변액보험이나 금리연동형 상품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가족이 몰래 신청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약자와 피보험자는 반드시 동일인이어야 합니다.
금융당국은 12개월 치 연금을 한번에 지급하는 ‘연지급 연금형’을 먼저 내놓을 방침입니다. 전산개발을 완료한 내년 초에는 매월 나눠 받는 ‘월지급 연금형’도 추가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연지급형으로 시작한 계약자도 이후 월지급형으로 얼마든지 전환이 가능합니다. 아울러 향후에는 요양시설 입소비용을 보전하거나 암, 뇌출혈 등 주요 질병에 대한 건강관리를 해주는 서비스형 상품도 나올 예정입니다.
사망보험금의 90%까지 유동화할 수 있습니다.
사망보험금이 1억원이라면, 9000만원까지는 연금화가 가능합니다. 연금을 받는 기간은 2년부터 1년 단위로 정할 수 있습니다.
가령 사망보험금 1억원에 20년 동안 매달 8만7000원씩 보험료를 낸 가입자가 보험금 중 7000만원을 연금으로 전환하면 55세부터 20년간 1년에 164만원을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30세에 종신보험에 가입해 매달 8만7000원씩 20년간 총 2088만원을 납입한 이모 씨의 경우 사망보험금 1억원 중 70%를 유동화(최대 90%까지 가능)해 20년 동안 연금으로 받으면 55세부터는 월평균 14만원, 20년간 총 3274만원을 수령케 됩니다.
여기에다 1억원의 30%인 3000만원은 향후 사망 시 사망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기존대로 사망보험금을 받으면 1억원이지만 55세에 연금 전환 시 가입자가 받는 실질적인 금액은 연금액(3274만원)과 사망보험금(3000만원)을 합쳐 총 6274만원이되는 셈입니다.
생전에 노후 보장을 받는다는 점에서 연금전환은 장점이 될 수 있으나 길게보면 수령하게 되는 총 보험금은 적어지는 구조입니다.
연금 개시 연령을 늦출수록 총 지급액은 많아집니다.
65세부터 연금을 받으면 월 18만원, 총 수령액은 4370만원이 됩니다. 70세는 월 20만원, 총 수령액이 4887만원이고, 75세는 월 22만원, 총 수령액은 5358만원이 됩니다.
결국 더 늦게 신청할수록 연금 액수는 늘어나는 구조인데, 연금전환 여부는 가입자 선택의 영역입니다.
보험료 납부가 끝난 가입자의 계약해지 시점에 따라 종신보험 해지환급금이 납부액을 초과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험료 납부완료 후 계약을 오래 유지할수록 해지환급금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가령, 30세에 가입 후 월 20만원을 20년간 납부 완료(총 4800만원 납부)한 가입자가 70세에 해지할 경우 해지환급금은 6000만~7000만원이 됩니다.
이 경우 본인 해지환급금을 확인해 연금으로 전환하는 것이 나을지 판단할 필요가 있는데요. 당장 노후 생활비가 필요한 55세 이상자라면 연금을, 그렇지 않다면 해지환급금으로 목돈을 쥐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월 150만원 이상 고액 저축보험료 납부자들의 경우 기존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전환할 경우 연금소득에 소득세(3.3%~5.5%) 및 이자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어 고려해야 합니다.
다만, 기존 종신보험에 ‘연금전환특약’ 존재하면 비과세 대상입니다.
현재 연금으로 전환될 수 있는 사망보험 계약은 75만9000여건 정도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각 보험사들은 사망보험금 유동화 자격이 있는 계약자에게 개별적으로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을 통해 대상자임을 통지할 예정입니다.
초기에는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대면 창구에서만 신청을 받을 예정입니다. 소비자들은 연금으로 전환된 금액을 받은 날부터 15일, 신청한 날부터 30일 중 더 이른 날짜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퇴 준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은퇴 시점 필요한 자금 파악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평소 자신이 얼마나 생활비로 쓰고 있는지를 비롯해 ▲은퇴하는 시점의 나이 ▲예상 수명 ▲물가 상승률 ▲투자 수익률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중요한 점은 목돈 즉 일시금 중심으로 은퇴 자금을 준비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매달 사용하는 생활비 중심으로 노후대비를 해야한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