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코노미-26] 17살이 되지 않은 소녀와 사랑에 빠지는 것에 대해 그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이미 서른이 훌쩍 넘어버린 자신의 나이도 문제였지만, 정작 장애물은 따로 있었다. 소녀가 자신의 양녀였기 때문이다. 아내가 전남편 사이에서 낳아 온 딸. 어려서부터 유독 자신을 따랐던 귀여운 아이. 그녀는 어느새 여자의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나 있었다. 아내의 완강한 반대에도 그는 결국 양녀와의 새 삶을 선택했다. 사회가 그들을 “근친상간”이라고 손가락질해도 두 사람의 관계는 견고했다. 딸을 낳았고, 몇 년 후에는 다시 아들을 낳았다.
사람의 탈을 쓰고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한 남자는 19세기 독일 화학자 카를 프란츠 아하르트였다. 당대 사회는 그를 미친 난봉꾼으로 묘사하지만, 역사는 그를 다른 이름으로 기억한다. ‘세계를 달콤하게 만든 사람’. 설탕 제조법을 혁신해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인의 혀를 단 맛으로 적셔줬기 때문이었다.
혁명은 혀에서만 그친 것이 아니었다. 사탕수수 농장에서 짐승처럼 일하면서 설탕을 생산하던 아메리카 노예들이 존재 이유가 약해졌다. 노예 해방을 앞당겼다는 의미였다. 한 난봉꾼이 만든 혁신이 인종 간 평등을 불러온 역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