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당자 포상 줘야 한다’는 댓글도 감사했지만, 더 기뻤던 건 ‘칸쵸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소비자 반응이었어요.”
평범한 과자에 이름 하나를 새겼을 뿐이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웠다. 편의점에서 품절이 이어지고, SNS에는 #칸쵸이름찾기, #칸쵸깡 해시태그와 함께 인증샷이 쏟아졌다. 단순한 발상이 ‘이름 찾기 놀이’로 번지며 올해 ‘마흔 살’이 된 칸쵸는 ‘국민 간식’으로 다시 떠올랐다. 반전 드라마를 쓴 주인공은 롯데웰푸드 비스킷마케팅팀의 노혜림 브랜드매니저(34)다.
2018년 입사한 그는 올해로 8년 차 직장인이다. 2020년부터 비스킷마케팅팀에 합류해 마가렛트, 롯데샌드, 엄마손파이 등 장수 브랜드를 맡아왔다. 칸쵸의 ‘내 이름을 찾아라’ 이벤트는 그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1년 가까이 준비한 프로젝트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신생아 등록 상위 500개 이름과 함께 칸쵸 캐릭터 4종(카니·쵸니·쵸비·러비) 등 총 504개 이름이 무작위로 칸쵸 표면에 새겨졌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칸쵸는 주요 판매 채널에서 품절 사태를 빚었다. 판매 속도는 기존보다 3배 이상 빠르게 증가했다. 가수 아이유는 본명 ‘지은’이 적힌 칸쵸를 찾는 방송을 라이브로 공개했고, 배우 이민정, 아이돌 세븐틴 팬들도 ‘이름 찾기’ 챌린지에 동참하며 열풍은 정점을 찍었다. 이런 아이디어의 비결은 ‘꾸준한 트렌드 파악’이다. 노 BM은 인스타그램은 물론 유튜브 쇼츠를 매일 챙겨보고, 초등학교 교사 지인들에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묻는 등 일상에서 트렌드 감각을 쌓는다.
“문득 칸쵸에 이름을 새기면 특별한 감정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MZ세대는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인증하는 걸 즐기니까요. 별다른 광고나 바이럴이 없었는데도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콘텐츠가 놀이처럼 퍼졌죠. ‘칸쵸깡’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줄은 정말 몰랐어요.”
하지만 과자에 ‘이름 하나’ 찍어 넣는 건 말처럼 쉽진 않았다. 칸쵸는 메탈 스크린이라는 특수한 판에 식용 색소를 묻힌 후 반죽에 그림을 새기는 ‘스텐실 기법’으로 만들어진다. 굽는 과정에서 과자가 부풀면서 글자가 번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노 BM은 연구·품질팀과 함께 1년간 공정을 조정했다. 이후 수차례의 테스트 끝에 안정적인 생산 설비를 완성할 수 있었다.
노 BM과 비스킷마케팅팀은 이미 ‘이름 찾기 2탄’을 준비 중이다. 이번 이벤트에서 이름이 빠진 이들을 위해서다.
“기억에 남는 반응은 ‘왜 내 이름은 없느냐’는 말이었죠. 다음 시즌엔 소외된 세대의 이름을 담으려 준비 중입니다. 과자를 바꾸지 않고도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오래된 과자들이 다시 사랑받을 수 있는 마케팅을 해보고 싶어요.”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1호 (2025.10.22~10.28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