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휴머노이드 등 필수재
네오디뮴 합금 연 3600t 생산
87%대 中의존율 낮출지 주목
호주 최대 희토류 광산 기업이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한국에 구축한 ‘희토류 합금 공장’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과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손잡은 호주가 한국 희토류 가공 공장 증설에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21일 호주 증권거래소 등에 따르면, 호주 최대 광산 기업 중 하나인 ASM(Australian Strategic Materials)은 총 5500만 호주달러(약 509억원)에 달하는 유상 증자 공시를 했다. ASM은 모집한 자금을 우선적으로 한국 공장 2단계 증설에 투입하기로 했다.
ASM은 2022년 한국 충북 오창에 생산법인(KSM)을 세워 가동하고 있는 상태다. KSM은 ASM이 생산 정제한 네오디뮴을 합금 형태로 가공 처리해 영구자석 생산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향후 2단계 증설이 완료되면 2027년까지 오창 공장의 네오디뮴 합금 연간 생산능력은 현재 대비 2배인 3600t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ASM은 오창 공장 3단계 증설 가능성도 시사했다. 3단계 증설이 완료될 경우 생산능력은 연 5600t까지 확대된다. 이와 동시에 미국 공장 설립 계획도 밝힌 상태다.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전기자동차 구동모터의 핵심 부품이다. 기존 자석보다 5~12배의 강력한 자력을 띠고 있어 전기차 구동모터·풍력발저기 터빈·휴머노이드 로봇 서보모터 제조를 위한 필수재로 꼽힌다.
삼일PwC경영연구원에 따르면,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현존하는 자석 중 가장 자력이 강하다. 최근에는 기존 전기차, 풍력발전기 외에도 휴머노이드 로봇에도 네오디뮴 영구자석을 대량 사용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당 2~4kg의 네오디뮴 영구자석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컨퍼런스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개발·생산에 대해 “(영구)자석 문제로 옵티머스 생산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ASM이 이번에 한국내 네오디뮴 합급 공장을 증설하면서, 희토류 소재 확보에 비교적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네오디뮴 영구자석을 거의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며 “이번 투자가 한국의 희토류 공급망 재편에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중국에 의존적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네오디뮴 영구자석을 거의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중국은 전세계 희토류 매장량 9000만t 중 4400만t을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전세계 희토류 생산량 39만t 중 70%에 가까운 27만t을 혼자 생산하고 있을 정도로 희토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2023년 85%, 2024년 87.1%, 올해 1~9월 87.6% 등 네오디뮴 영구자석 수입을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이 문을 걸어 잠그면 전기차부터 로봇, 에어컨, 냉장고, 스마트폰 등 네오디뮴 영구자석을 일부 사용하는 품목들 모두 생산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박가현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주요 희토류 생산국들이 희토류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희토류 광산 투자·협업 기회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며 “영구자석 대체·저감 기술 개발과 시설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