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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법원 "네트워크 병원도 가맹사업법 대상"

박홍주 기자
입력 : 
2025-10-22 17:51:26
수정 : 
2025-10-22 23: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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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원이 '네트워크 병원'이 프랜차이즈 사업의 일종이라는 첫 판결을 내리며, 상위 법인이 의료 과정을 통제할 경우 가맹사업법이 적용될 수 있음을 밝혔다.

재판부는 A사가 B씨의 의원 운영에 대한 상당한 통제를 행하였고, 이로 인해 가맹사업법 위반 주장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의료업계에서 프랜차이즈 개념의 적용 가능성을 명확히 하여 관련 사업 구조 검토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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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프랜차이즈 첫 적용
병원과 계약 맺은 브랜드법인
의약품 처방 등에 개입하자
병원, 법인에 해지소송 걸어
법원 "법인은 가맹본부 해당
계약해지 손해배상 못 받아"
사진설명
병원이 브랜드 법인과 계약을 맺고 이름과 운영 매뉴얼을 제공받는 '네트워크 병원'이 일종의 '프랜차이즈' 사업이라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본사가 실질적으로 의료 과정 등을 통제할 경우 가맹사업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3단독 이현종 판사는 지난 6월 병원 경영 지원 회사(MSO) A사와 가정의학과 의사 B씨가 서로 제기한 손해배상 및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양측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B씨가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지만, A사의 가맹사업법 위반이 원인이 됐으므로 B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다.

양측은 2021년 1월 일종의 네트워크 병원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A사는 B씨에게 의료 기술 교육 및 경영 노하우, 의약품 특가 공급 등을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B씨는 A사에 보수 5500만원과 매달 매출의 6% 상당(최소 3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B씨는 A사에 가맹사업법 위반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A사가 매출 수수료 책정을 명목으로 환자 진료 차트를 무단으로 열람하고 계약상 홍보 용역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 뿐 아니라 A사가 취급하는 의약품을 구매하도록 강제했다는 점 등이 이유였다.

그러자 A사는 B씨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며 위약금 670만원과 손해배상액 6350만원, 로열티 미수액 1484만원 등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계약은 적법하게 해지했다"며 오히려 A사가 컨설팅 용역 보수 중 남은 계약 기간에 해당하는 2076만원을 반환하라고 맞소송을 냈다.

쟁점은 B씨가 계약 해지의 이유로 든 가맹사업법 위반을 병원에 적용할 수 있느냐였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병원의 핵심 업무인 의료 행위는 가맹본부가 표준화를 강제할 수 없어 가맹사업법이 적용되기 어렵다고 봤다. 가맹사업법이 적용되지 않으면 병의원은 계약 해지 등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재판부는 "가맹사업법은 특정 산업 또는 영업에 대한 적용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며 "의료 서비스가 어느 정도로 표준화됐는지, 본부의 지시 및 통제가 어느 정도인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재판부는 A사가 B씨의 의원에 주사제나 수액을 본부 기준에 맞춰 용량을 배합하도록 했고, 특정 증상에 대해 처방 프로그램을 표준화한 점을 고려해 가맹사업법 대상이 맞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A사가 B씨에게 제기한 손해배상과 위약금 요구는 부당하다고 봤다.

B씨가 역으로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도 기각됐다. 재판부는 A사가 제공한 컨설팅 용역에 대해 흠이 있다고 볼 객관적 자료가 없고, 계약이 3년간 존속한 점을 고려하면 A사가 보수를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그동안 애매했던 프랜차이즈 개념의 의료계 적용 가능 여부를 분명하게 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B씨를 대리한 법무법인 바른의 백광현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단지 의료업 분야라는 이유만으로 가맹사업법 적용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앞으로 네트워크 병원 브랜드를 운영하려는 MSO들과 의료인들은 사업 구조를 검토할 때 가맹사업법상 리스크를 함께 점검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병원

개별 병원이 병원 경영 지원 회사(MSO)의 브랜드를 사용하고 홍보·교육·납품 등 경영 전반을 지원받는 방식. 프랜차이즈 본사 개념인 MSO가 병원에 브랜드 경영 매뉴얼을 제공하고, 병원은 MSO에 브랜드 사용료와 컨설팅 로열티 등을 제공.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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