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엄마 잡학사전-236] 초등학교에서는 매년 1학기와 2학기에 학부모 상담주간을 운영한다. 보통 1학기에는 담임교사가 학부모로부터 아이의 생활·학습 관련 정보를 듣고, 2학기에는 교사가 지난 학기 동안 수업하며 개선할 점이나 발전시키면 좋은 부분을 학부모에게 말해주는 식이다. 학부모 입장에선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담임교사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 상황이 허락하는 한 연차를 내고서라도 참석하려는 행사 중 하나다. 참석이 어려울 경우 전화상담으로 대체할 수 있다.
그런데 올해는 학교에서 평소와 다른 내용의 가정통신문이 왔다. 2학기에는 학부모 상담주간을 따로 운영하지 않고 학부모 상담을 상시 운영하니, 원하는 사람은 상담신청서를 작성해 상담을 요청하라는 것이다. 통상 상담 주간을 운영하니 가능한 날짜와 시간을 선택하라고 했는데 2학기부터 바뀐 모양이다. 2학기부터 학부모 상담을 자율로 돌린 학교는 비단 우리 동네 뿐 아니다. 지방의 학교들도 속속 학부모 상담주간을 운영하는 대신 자율 상담으로 바꾸고 있다.
교사들의 안전사고 부담 때문에 매년 가던 현장체험학습을 올 상반기에는 교내 체험활동으로 돌리더니, 이제는 학부모 상담마저 학부모 자율로 돌리니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 학부모 민원이 늘고 교사 안전사고 부담이 커지면서 교권을 보호하려는 시도는 좋지만, 학생들의 권리가 그만큼 축소되는 것 아닌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과연 얼마나 많은 학부모들이 상담을 신청할 지도 의문이다.
일부 교사는 학부모와의 소통 수단인 하이클래스의 전화와 문자 상담을 막아놓기도 한다. 수업 중에 하이클래스 전화를 받지 않거나 문자를 확인하지 않는다며 불평하는 ‘진상 학부모’가 더러 있다보니 학부모와 불필요한 소통을 최소화하려는 마음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중요한 전달 사항이 있어 수업 끝날 때 맞춰 교실에 전화를 해도 연결이 안 되면 학부모는 발만 동동 굴러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학부모 상담은 학교 자율로 정할 수 있다. 학교 단위에서 실시하는 상담과 관련해 이러쿵 저러쿵 교육청이 지침을 내리거나, 상담주간을 운영하는지 수시 상담을 하는지 현황을 취합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 자율·수시 상담’이라는 미명 아래 상담이 얼마나 이뤄지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교육부는 2023년 교육 주체의 큰 축인 학부모에 대한 세심하고 촘촘한 지원을 위해 학부모정책과를 신설했다. 하지만 정작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은 학부모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진상 학부모를 걸러낼 시스템이 없다 보니 접촉 자체를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정부 부처와 교육 현장간 엇박자에 학부모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