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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찾는 MZ들, 정작 사장 말은 안 들어요”...복잡한 재건축·재개발 절차도 ‘이것’만 믿는다는데 [더테크웨이브]

황순민 기자
입력 : 
2025-06-09 15:00:00
수정 : 
2025-06-14 10: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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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요약은 OpenAI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핵심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려면 기사 본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공지능(AI)과 프롭테크(PropTech) 기술이 부동산 시장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으며, 이는 정비사업과 부동산 중개업계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AI 기반의 자동화와 정보 투명성 증대가 이루어지면서, 소비자 경험과 사업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디지털 인프라를 갖춘 나라로서, 이러한 기술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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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플랫폼 ‘얼마집’ 운영사
한국프롭테크 송지연 대표 인터뷰
송지연 한국프롭테크 대표. 한국프롭테크
송지연 한국프롭테크 대표. 한국프롭테크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이 부동산 업계 구석구석에 파고들고 있다. 한때 ‘기술 사각지대’로 불리던 부동산 시장은 이제 ‘AI 전환’의 시험대에 서 있다. 특히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과 부동산 중개 등 아날로그 방식이 고착됐던 영역에서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프롭테크(PropTech)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AI·빅데이터·가상현실(VR)·블록체인 등 혁신 기술을 결합한 혁신 서비스를 의미한다.

프롭테크가 쏘아올린 부동산 시장의 ‘AI전환’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산업 구조와 소비자 경험, 투자 기회까지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의미가 있다. 앞으로 정비사업, 중개, 임대관리 등 전통적 아날로그 사각지대에서의 혁신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초기엔 온라인 정보 제공이나 단순 시스템 구축 등에 머물렀던 프롭테크는 최근 들어 AI 기반의 자동화·예측분석·맞춤형 추천, 전자계약, 스마트 건설, 가상투어, 임대관리 등 부동산 산업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실제로 AI를 활용한 부동산 가치평가, 자동 임대관리, 전자 동의서, 챗봇 상담 등은 이미 시장에 안착한 것으로 평가된다.

복잡한 정비사업 절차와 대면 중심의 중개 프로세스도 디지털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비사업 분야는 그간 종이 동의서, 오프라인 총회, 수작업 인증 등 비효율이 만연했던 대표적 아날로그 영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최근 전자 동의서, 온라인 총회, 자동 소유주 인증 등 정보기술(IT) 서비스가 속속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는 사업 속도와 투명성의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조합 리더십의 세대교체와 법적 규제 완화도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부동산 중개 시장 역시 AI 기반 가치평가, VR 투어, 블록체인 스마트계약 등으로 효율성과 신뢰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중개인의 역할도 정보 전달자에서 전문 컨설턴트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 AI 프롭테크의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시장조사업체 ‘마켓.US’에 따르면 AI 기반 프롭테크 시장은 2023년 205억 달러에서 2033년 1599억 달러로 연평균 22.8%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미국, 중국, 유럽 등에서는 AI를 활용한 부동산 자동화, 예측분석, 스마트빌딩 관리, 맞춤형 고객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중이다. 투자 규모도 수십억 달러에 달하며, AI 프롭테크가 부동산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주 <더테크웨이브>가 만난 송지연 한국프롭테크 대표는 아파트 실소유자 플랫폼 ‘얼마집’을 운영중이다. 얼마집은 전자동의서, 설문·투표, 분담금 안내 등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핵심 기능을 디지털화해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던 아날로그 절차를 간소화했다.

1982년생인 송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몰로코, AB180 등 혁신 기업에서 핵심 멤버로 경력을 쌓았다. 그는 “재건축 사업에 AI기술 등 IT를 접목하면 사업 진행도 빨라지고, 투명성을 강화해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도 완화할 수 있다”면서 “BM(수익모델)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있지만 국내에서도 프롭테크 혁신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를 만나 AI 등 기술이 바꾸는 프롭테크 업계 동향과 혁신,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복잡한 재건축 절차, 앱으로 간편히”

-얼마집은 어떤 서비스이고,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요.

=‘얼마집’은 쉽게 말해, 도시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추진을 빠르게 도와주는 IT 서비스입니다. 부동산 소유주 자동 인증을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전자동의서 등 재건축·재개발 핵심 절차를 전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소유주가 많아 의견 수렴, 동의서 제출, 소통이 복잡한 과정을 자동화·전자화해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서비스 대상은 모든 아파트 단지인가요.

=우선 주 타깃은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추진 단지입니다. 준공 30년 이상 단지, 추진위 설립 전부터 대상입니다. 일부 신축이나 기축 단지에서도 커뮤니티 필요에 따라 사용하지만, 전체 이용자 중 비중은 작습니다.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 등 조합 내 갈등이 심한 곳도 대상이 될 수 있나요.

=연락은 오지만, 이해관계자 간 불신이 심한 곳은 도입이 쉽지 않습니다. 서로를 믿지 못해 IT 도입에도 의심이 많습니다. 실제로 구청 등 공공기관에서 도입해도 오해와 소문이 도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울시의 ‘정비 몽땅’ 같은 공공 플랫폼과 얼마집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서울시 정비 몽땅도 좋은 플랫폼이지만, 실사용률이 낮고 자료 접근성에 제약이 많아 실제로는 네이버 카페, 오픈카톡방, 밴드 등 파편화된 커뮤니티를 많이 씁니다. 얼마집은 소유주 인증을 자동화해 폐쇄적이고 불편한 기존 방식을 대체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얼마집 전자동의서 이용 관련 이미지. 한국프롭테크
얼마집 전자동의서 이용 관련 이미지. 한국프롭테크

-소유주 인증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는 구조인가요.

=휴대폰 본인 인증만 하면 등기소 데이터와 매칭해 자동으로 소유주임을 인증합니다. 유료 고객은 본인 소유 동·호가 자동 팝업으로 뜨고, 이 과정은 완전 자동화돼 1분 이내에 끝납니다. 등기부 등본상의 정보와 건축물 데이터 등을 교차 검증해 예외 케이스도 처리하죠.

-등기부 등본 열람 비용 문제는 없었나요. 자동화 난이도는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등기부 등본 열람 자체는 비용이 들지만, 커뮤니티 이용 등 기본 기능은 무료로 제공해 체험 후 유료 전환을 유도합니다. 등기 정보 자동화는 기술적으로 아주 어렵진 않아요. 등기소 시스템 변화 등 예외 대응이 필요합니다. 등기 변동 이력도 자동 추적하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사각지대 흔들리는 부동산 시장

-서비스 출시 후 실제 시장 반응은 어떤가요.

=초반에는 조합장, 추진위원 등 오프라인 영업과 현장 홍보로 시작했습니다. 목동 3단지에서 성공적으로 동의서 징구를 빠르게 마치면서 인근 단지로 바이럴이 일어났고, 현수막, QR코드 등으로 확산됐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장년층이 많은 소유주 특성상 디지털화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오히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한번 도입한 플랫폼은 쉽게 교체하기 어려워서 선점 전략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채팅, 데이터가 쌓이면 옮기기 어렵기 때문에 초반 선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초기 단계부터 진입해 데이터와 커뮤니티를 쌓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얼마집의 비즈니스 모델(BM)이 궁금합니다. 유료 기능도 있나요.

=기본 기능은 무료입니다. 다만 소유주 인증 후 대시보드에서 데이터 열람·관리, 설문·투표, 특정 소유주 대상 문자 발송 등 고급 기능은 유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자동의서의 경우엔 무료와 유료 혼합으로 운영중입니다. 대규모 단지의 경우 세분화된 기능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오프라인 총회(시공사 선정 등)도 디지털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ICT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받아 전자동의서가 가능해졌지만, 법적으로 서면·현장 병행이 필수입니다. 연령대가 높아 아날로그 방식도 병행해야 하지만, 점차 전자 방식이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얼마집 전자투표. 한국프롭테크
얼마집 전자투표. 한국프롭테크

-정비사업 조합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서비스는 무엇이 있나요.

=조합원들은 감정평가, 분담금 등 투명한 정보에 관심이 많습니다. 데이터가 쌓이면 평당 공사비, 분담금 추정, 간평 순위 등 차별화된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분담금 계산기 베타를 운영했으나, 변수와 리스크 때문에 일시 중단한 적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간평 결과, 분담금 등 맞춤 정보 제공이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로 살펴보면, 부동산 소유주 연령 구조는 어떻던가요. 국내 노후 아파트의 세대교체 전망도 궁금합니다.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아파트 소유주 중 60대 이상은 30% 정도로, 생각보다 50대 이하가 많습니다. 60대 이상은 자녀에게 물려주기도 하고, 정비사업장에서는 고령 소유주가 많아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기도 합니다

데이터 잘 쌓으면 전세사기 예방도 가능

-사업 확장(스케일업)과 새로운 고객군 확대 계획이 궁금합니다.

=일단 당장은 전자동의서 서비스의 고객 확대와 실제 사례 축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비사업 시장만으로는 매출 한계가 있어, 일반 부동산 투자자, 빈집 플랫폼, 농촌 이주 등으로 확장 가능성을 모색 중입니다. 정부와 빈집 플랫폼 협업 논의도 진행 중인데요. 해외 수요(이주노동자 숙소 등)도 검토 중입니다

-시공사와의 협업 광고 등도 BM 확장 측면에서 고려한 적이 있나요.

=시공사에서 광고 문의가 오기도 했지만, 조합 내 갈등과 오해 소지로 아직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광고를 하려면 모든 시공사 광고를 동등하게 노출하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전세 사기 등 사회적 이슈 해결에 얼마집과 같은 프롭테크 기술이 활용될 수 있을까요.

=등기부 등본·DB가 쌓이면 다물권자(여러 집 소유자) 리스크 등도 분석해 위험 경고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아직은 단권 분석만으로는 한계가 있지만, 데이터가 쌓이면 충분히 확장이 가능합니다.

-상업용 부동산, 오피스 시장 등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있을까요.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정보 미스매치가 심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건물주·임차인 매칭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주택시장보다 중개사 영향력이 약해 도전해볼 만한 분야입니다

정보 파편화 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프롭테크 활성화 측면에서 현재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부동산 정보는 매우 오픈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업무(동의서 징구, 거래 등)는 여전히 아날로그, 오프라인에 머물러 있습니다. 정보는 파편화되어 있고, 실제로 필요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국내 프롭테크(Proptech) 업계의 과제가 무엇이 있을까요. 앞으로 전망도 궁금합니다.

=직방 등 대형 플랫폼도 거래 매물 홍보 외에는 검증된 BM이 없습니다. 거래 외의 오프라인 업무를 얼마나 온라인화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소유주 연령대가 높아 IT 도입 저항이 있지만, 세대교체가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시장이 바뀔 것으로 봅니다.

-회사의 투자 유치 현황이 궁금합니다.

=2022년 시드 투자, 정부 지원금, 팁스(TIPS) 등 다양한 초기 창업 패키지 지원을 받았습니다

(지난 2022년 진행한 한국프롭테크 시드라운드에는 당근마켓, 클래스101, 숨고, 핀다 등에 투자한 스트롱벤처스가 리드했으며, TIPS 운용사인 더벤처스, 그리트벤처스가 참여했다.)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의 핵심을 무엇이라고 판단하시는지요.

=본인 인증, 등기 정보 자동화 등 핵심 기술을 자체 개발·특허화한 상태입니다.

-인력 등 확장 계획이 있나요.

=현재 10명 내외의 소규모 팀으로 운영중입니다. 스몰팀을 선호해 당분간 큰 확장 계획은 없습니다.

-경쟁사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요.

=국내 정비사업 IT 시장은 최근 2~3년간 규제 완화로 여러 스타트업이 등장했습니다. 각사마다 포커스가 조금씩 다르며, 얼마집은 커뮤니티 기반, 초기 단계부터 소유주 중심 접근이 특징입니다.

-AI 챗봇 등 자동화 서비스 계획이 있나요.

=조합원들의 질문이 반복적이고, 지식 수준도 다양해 AI 챗봇을 개발 중입니다. 단지별 맞춤형 정보 제공, 반복 질문 자동 응답 등으로 효율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송 대표님의 창업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몰로코(글로벌 AI 광고 플랫폼)에서 초기 멤버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테크가 잘 적용되지 않은 도메인에 창업 기회를 찾다가 부동산 분야를 선택했습니다. 가족의 부동산 거래 경험에서 느낀 불편함, 비효율 등이 창업 동기가 됐습니다.

-앞으로 목표와 포부를 밝혀주신다면요.

=사회적 이슈(전세 사기 등) 해결,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 미디어·공공 협업 등 다양한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언론·정부·시장과의 협업을 통해 회사를 더 알리고, 한국 부동산 시장의 프롭테크 혁신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송지연 대표는 누구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KT에서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한 송지연 대표는 몰로코(Moloco) 글로벌사업총괄, AB180 공동창업자(COO)등을 역임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애드테크 스타트업, 실리콘밸리유니콘 등 대기업과 벤처캐피탈, 스타트업을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한국프롭테크는 송 대표와 SK플래닛, 이셈버앤컴퍼니, 스타일쉐어, 원티드, 센트비 등에서 재직한 시니어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의기투합해 지난 2021년 창업했다.

송 대표가 프롭테크 업계에 직접 뛰어들게 된 배경에는 부모님이 소유한 아파트가 재건축을 추진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세계적인 IT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정비사업의 경우 여전히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는 점에서 사업 기회를 엿본 것이다.

얼마집은 아파트 소유주들이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을 빠르고 투명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각종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채팅방과 전자투표·서명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재건축 추진 과정에 필요한 각종 동의 절차를 앱 안에서 실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주민 참여도를 높이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사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실소유주만을 대상으로 한 자동 인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기존 오픈채팅방이나 카페와 달리 ‘진짜 소유주’만이 참여할 수 있는 신뢰성 높은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는 휴대폰 본인 인증만으로 등기부등본 정보를 연동해 간편하게 소유주임을 증명할 수 있다. 이 과정은 1분 이내에 자동으로 처리된다. 소유주가 바뀔 경우에도 실시간으로 인증 정보가 갱신돼 커뮤니티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크게 높였다.

가령 ‘얼마집’ 전자 투표 서비스는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나 재건축·재개발 추진단지가 기존에 집주인들에게 서면으로 징구하던 각종 동의절차를 앱 내에서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서면으로 제출할 때 필요하던 복잡한 서류 제출의 번거로움과 개인 정보 노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다.

얼마집은 2022년 말 출시 이후대치미도아파트, 목동3단지, 분당 양지마을, 한국토지신탁, 하나자산신탁 등 전국 2800여개 아파트단지 및 재개발 추진 구역에서 도입해 이용하고 있다. 작년 9월 진행된 분당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공모 접수에서 주민동의율 1위를 기록한 미금역세권 빌라단지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는 얼마집을 이용해 동의율을 빠르게 확보한 경우다. 부천도시개발공사, 서대문구청 등 공공기관도 정비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아파트 실소유주 인증 기반 커뮤니티 ‘얼마집’을 운영하는 (주)한국프롭테크(대표 송지연)는 지난해 얼마집이 과학기술통신부로부터 전자동의서 징구 실증 규제 특례 서비스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한국프롭테크
아파트 실소유주 인증 기반 커뮤니티 ‘얼마집’을 운영하는 (주)한국프롭테크(대표 송지연)는 지난해 얼마집이 과학기술통신부로부터 전자동의서 징구 실증 규제 특례 서비스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한국프롭테크

지난해 10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는 심의를 통해 얼마집을 도시정비 전용 토지 등 소유자 본인 전자 서명을 통한 동의서 징구 서비스 실증 규제 특례 서비스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재건축, 재개발을 추진하고자 하는 추진위원회는 얼마집을 이용해 도시정비 사업에서 소유주를 대상으로 한 재건축, 재개발 추진위원회 구성 동의를 포함한 필요 동의 절차 시, 기존의 지장 날인을 대체해 전자 동의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부동산 시장도 AI 혁신 거부하면 도태 우려

인공지능(AI)과 프롭테크(Proptech) 기술이 부동산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특히 부동산 중개업계는 AI 기반 자동화와 정보 투명성 강화라는 물결 속에 업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해야 하는 변곡점에 서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매물 현장 방문(임장)에도 비용을 부과하는 ‘임장비’ 도입을 언급했다가 논란이 됐다. 협회는 “공인중개사의 시간과 노력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시장과 소비자의 반응은 싸늘했다.

당근마켓 부동산 거래 건수. 매경DB
당근마켓 부동산 거래 건수. 매경DB

MZ세대를 중심으로 “서비스 질에 비해 수수료가 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고가 부동산일수록 중개수수료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중개수수료 부담을 피하려는 소비자들이 당근마켓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직거래로 눈을 돌리면서 당근마켓 부동산 직거래는 크게 늘고 있다.

직거래 시장은 아직 허위 매물, 사기 등 문제점도 있지만, 기술적 보완이 충분히 가능한 영역이다. 정부 역시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저렴한 중개수수료를 내세운 프롭테크 스타트업들이 협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기존 기득권이 언제까지 이 흐름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시점이다.

AI의 발전은 중개사에 대한 소비자 의존도 또한 급격히 떨어뜨리고 있다. 챗봇, 예측분석, 자동 가치평가 등 AI 솔루션이 도시정비법·세법·등기법 등 복잡한 법률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안내한다. 매물 정보 역시 네이버 부동산 등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소비자와 중개사 간 정보 비대칭이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AI 프롭테크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맥시마이즈 마켓 리서치 등 해외 보고서 등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프롭테크 투자액은 134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AI 기반 부동산 시장은 2030년까지 1조 8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의 질로우(Zillow), 한국의 직방·호갱노노 등은 AI로 매물 가치 평가, 맞춤형 추천, 가상투어, 자동 계약 등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공부하지 않는 중개사, 기술 도입에 소극적인 업계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AI와 자동화 기술의 확산은 중개 서비스의 질은 높이고, 수수료는 낮추는 방향으로 시장을 재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프롭테크 기업을 견제하는 데만 집중한다면, 소비자와 시장 모두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이제 부동산 시장에서도 어떻게 AI와 기술을 수용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AI 전환’은 부동산 시장의 불가역적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아날로그 사각지대였던 정비사업·중개업계도 예외일 수 없다. 혁신을 거부하면 도태될 뿐이라는 지적이 뼈를 때린다.

위기는 곧 기회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가장 뜨거운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국민 대다수가 부동산 자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실거래가·공시가격 등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다양한 정보가 언론과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 이러한 환경은 AI와 혁신 기술의 도입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는 토양이 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와 높은 인터넷 보급률, 기술 친화적인 소비자층을 바탕으로 프롭테크와 AI 기반 부동산 서비스의 빠른 확산 잠재력이 충분하다. 단순한 내수 혁신을 넘어, 향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핵심 수출 모델로 산업을 성장시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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