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없어요, 이것도 매진" 100종 싹 팔렸다…일본인 푹 빠진 K브랜드

"그거 없어요, 이것도 매진" 100종 싹 팔렸다…일본인 푹 빠진 K브랜드

도쿄(일본)=유예림, 상하이(중국)=하수민 기자
2025.10.23 08:00

[K웨이브 올라탄 K이니셔티브 현장을 가다]<4-K패션 대장정> 무신사(종합)

[편집자주]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재도약과 도태의 갈림길에 섰다. 'K웨이브'로 달궈진 'K산업'의 성장엔진이 식기 전에 글로벌 영토 확장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전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푸드·리테일·패션·뷰티' 등을 중심으로 'K이니셔티브'를 실현하고 있는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장을 집중 조명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마뗑킴 셔츠만 10장" 푹빠진 도쿄 젠지…일본 패션 흔드는 '무신사' [르포]

일본 도쿄 시부야에 있는 '마똉킴(Matin Kim)' 매장./사진=유예림 기자
일본 도쿄 시부야에 있는 '마똉킴(Matin Kim)' 매장./사진=유예림 기자

일본 도쿄 지하철의 시부야역을 나와 약 5분 정도 걸어가면 만나는 일본의 쇼핑 성지 '미야시타 파크'. 최근 찾아간 이 쇼핑몰 일대엔 각종 명품부터 스트릿 브랜드들이 즐비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은 건 미야시타 파크 1층에 자리잡은 '마뗑킴(Matin Kim)' 시부야점이다. 한국의 대표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가 총판을 맡고 있는 브랜드다.

저녁 7시30분경 약 38평 규모의 매장에 들어서니 현지인부터 관광객까지 1020세대로 보이는 20명의 고객들이 제품을 입어보거나 구경하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쳤다. 일본 여성 노아씨(22세)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인플루언서가 마뗑킴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알게 됐다"고 운을 뗀 뒤 "한국의 귀여운 패션 브랜드로 알고 있다"면서 "친구 선물로 모자를 고르러 왔다"고 말했다.

또 친구 5명이 함께 방문한 10대 여성 손님 5명은 모두 마뗑킴과 무신사를 알고 있었다. 이 가운데 3명은 마뗑킴 제품을 보유하고 있고, 이날 재구매하러 방문했다고 했다. 케이씨(17세)는 "마뗑킴 티셔츠 10장과 가방 2개, 키링 1개, 노트북 케이스를 갖고 있다"며 "마뗑킴은 디자인이 예쁘고 우리 사이에선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통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마뗑킴은 심플하면서도 특색있는 브랜드로 한국과 일본에서 많이 입고 있는 이미지"라고 강조했다.

이날 만난 김현주 무신사 일본법인 마케팅 매니저는 "마뗑킴은 여성의류가 주요 제품인데 남성 손님도 많다"며 "한국 아이돌도 마뗑킴을 착용해 힙한 이미지로 통한다"고 설명했다. 매장엔 남자끼리만 온 손님도 6명이나 있었다. 일본 남성 미꾸씨(18세)는 "틱톡에서 마뗑킴이 한국의 유명 브랜드라고 해서 찾아봤는데 예쁜 제품이 많아 직접 보러 왔다"며 "마뗑킴은 아이코닉한 브랜드"라고 치켜세웠다.

마뗑킴이 한국 패션 브랜드로 일본의 1020세대 사이에 파고들면서 매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문을 연 마뗑킴 시부야점은 3개월간 누적으로 약 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목표치의 114%를 달성한 수치다. 특히 출점 나흘간 상품 100여종 이상이 완판되는 등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 1월22일 일본 오사카 한큐우메다 백화점에서 선보인 마뗑킴 팝업스토어(임시매장)에도 일주일간 약 9000명이 몰리며 약 6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일본 도쿄 시부야에 있는 '마똉킴(Matin Kim)' 매장에서 만난 일본 10대가 가방에 '마뗑킴'의 키링을 달고 있는 모습./사진=유예림 기자
일본 도쿄 시부야에 있는 '마똉킴(Matin Kim)' 매장에서 만난 일본 10대가 가방에 '마뗑킴'의 키링을 달고 있는 모습./사진=유예림 기자

이런 성과 뒤엔 마뗑킴 운영사인 하고하우스의 역할과 함께 파트너인 무신사가 버티고 있었다. 시부야점은 무신사가 지난해 11월 마뗑킴과 일본 총판 파트너십을 맺고 운영해온 곳으로 마뗑킴의 일본 첫 오프라인 상설 매장이기도 하다. 무신사는 일본 내 마뗑킴 홍보와 온라인 판매, 오프라인 매장 출점과 운영 브랜드 유통 전반을 담당하고있다.

무신사는 마뗑킴 외에도 '마르디 메크르디'와 같은 국내 패션 브랜드의 일본 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마르디 메크르디와도 2022년 협력해 2년간 마케팅과 물류 등을 지원했다. K패션의 일본 안착을 지원하면서 총판 사업은 성장세에 있다. 2022년부터 진행한 일본 총판은 4년만에 매출이 17배 늘었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일본 진출 1년만에 매출 30억원을 기록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K팝 열풍을 시작으로 한국의 뷰티와 패션, 콘텐츠에 대한 일본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에서 2021년 현지 법인 설립 후 5년간 쌓아온 시장 이해와 현지 네트워크, 물류 역량이 더해져 시너지를 낸 결과"라고 밝혔다.

일본에서 K패션의 입지가 공고해지면서 무신사의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 글로벌 스토어의 경우 무신사는 2022년부터 일본을 포함해 13개국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일본이 거래액과 회원 수가 가장 큰 국가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기준 거래액과 회원 수 모두 전년 대비 2배나 급증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일본에서 한국 패션 브랜드를 가장 폭넓게 접할 수 있는 패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며 K패션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며 "무신사 글로벌을 통해 일본에서 인지도를 높인 K패션 브랜드들이 라이징 브랜드로 주목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무신사 일본 사업 연혁/그래픽=김다나
무신사 일본 사업 연혁/그래픽=김다나

무신사는 마뗑킴의 일본 성과를 바탕으로 총판 사업을 확대한다. 일본에서 15년째 거주 중인 김 매니저는 "한류는 일본에서 붐이 아니고 하나의 문화로 정착했다"며 "일본 의류업계에선 의류 샘플을 떼러 한국 동대문 시장에 가고 성수동 브랜드숍에 제품을 보러 간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총판 사업으로 제2, 3의 마뗑킴을 찾아 일본에 여러 한국 패션 브랜드들을 알리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무신사는 현재 일본에서만 해외 총판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하반기에 추가로 관련 계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매년 총판 브랜드를 2개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현재 대상 브랜드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도쿄 시부야에 있는 '마똉킴(Matin Kim)' 매장./사진=유예림 기자
일본 도쿄 시부야에 있는 '마똉킴(Matin Kim)' 매장./사진=유예림 기자

"한국서 옷 쇼핑" 외국인 몰리던 곳…중국·일본서 팔았더니 매출 대박[르포]

중국 상하이 '화이하이루'(淮海路)의 백성 쇼핑센터 내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 공사 중 모습.
중국 상하이 '화이하이루'(淮海路)의 백성 쇼핑센터 내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 공사 중 모습.

중국 상하이 중심 상업지구인 쉬후이구와 역사적 중심지 황푸구를 나누는 경계선에 자리한 지하철 산시난루역 출구. 지하철 1·10·12호선이 연결되는 이곳을 나서면 곧바로 눈앞에 한국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이 보인다. 하루 평균 유동 인구가 50만명이 넘는 현지 MZ 패션 성지에서 마주한 무신사 로고는 K패션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기세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상징이 되고 있다.

무신사는 최근 글로벌 사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면서 중국과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K패션의 영토를 공격적으로 넓히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 8월 내수와 해외 사업 경험이 풍부한 안타 스포츠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현지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상하이를 시작으로 무신사 스토어와 무신사 스탠다드의 온·오프라인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며 중국 내에서 K패션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우선 중국의 최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Tmall) 플래그십 스토어 내 입점을 통해 온라인 전략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지난 9월 무신사 스탠다드 공식 스토어가 문을 열자마자 2주만에 거래액 5억원을 기록했고, 방문자 수도 120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구매자의 80% 이상이 20~30대 젊은 세대였단 점에서 현지 MZ세대의 반응이 뜨거웠단 점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오프라인 연계 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무신사는 올해 하반기 상하이 중심부에 무신사 매장 2곳을 선보이고, 향후 5년간 중국 내 매장을 100곳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온·오프라인 통합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놨다.

무신사 글로벌 사업 개요/그래픽=임종철
무신사 글로벌 사업 개요/그래픽=임종철

일본 사업 역시 체계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2021년 설립한 무신사 재팬을 중심으로 국내 브랜드의 일본 총판 사업을 추진하면서 마르디 메크르디와 마뗑킴 등의 브랜드가 일본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일본 소비자들의 경우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직접 보고 경험한 뒤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따라 무신사는 도쿄 시부야와 오모테산도 등 주요 상권에서 팝업스토어와 쇼룸을 운영하며 소비자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특히 올해 10월 도쿄 시부야에서 열린 '무신사 도쿄 팝업 스토어 2025'는 오픈 일주일만에 누적 방문객 2만명을 끌어들이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사전 방문 예약자만 1만명이 넘었고, 마뗑킴 시부야 팝업스토어는 나흘만에 약 3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무신사는 이 성과를 기반으로 일본 내 오프라인 편집숍 1호점을 내년 초 도쿄에 마련할 예정이다.

일본에선 뷰티 사업도 키우고 있다. 일단 뷰티 PB(자체브랜드) '오드타입'을 일본 최대 라이프스타일숍 로프트(LOFT)와 프라자(PLAZA) 매장 200여곳에 입점시켰다. 지난 3월 도쿄 오모테산도에서 열린 해외 단독 팝업엔 오드타입과 위찌, 레스트앤레크레이션 뷰티가 함께 공개되면서 1020세대 여성 고객 2000명과 유통 관계자 500여명이 몰렸다. 무신사 관계자는 "K뷰티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며 "패션 브랜드와 연결된 뷰티 사업 역시 무신사가 현지 시장을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진출하고 있단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무신사는 글로벌 핵심 사업 전략으로 온·오프라인 통합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6월 글로벌 파트너스 데이에서도 중국과 일본 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싱가포르·태국, 북미(미국·캐나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으로 진출해 2030년까지 글로벌 기준으로 연간 거래액 3조원을 달성하겠단 비전을 제시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국내 브랜드가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마케팅과 물류, 유통 등 전 과정을 지원하고, 현지 '톱티어' 파트너와 협업해 시장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무신사 도쿄 팝업스토어 2025 현장. /사진제공=무신사.
무신사 도쿄 팝업스토어 2025 현장. /사진제공=무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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