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에너지 백년대계

[우보세]에너지 백년대계

최경민 기자
2025.10.24 04:11

[우리가 보는 세상]

미국 와이오밍주 테라파워 SMR 발전소 조감도
미국 와이오밍주 테라파워 SMR 발전소 조감도

"필요성이 없거나 신청이 없으면 건설하지 않을 수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14일 국감에서 신규 원전 2기와 SMR(소형모듈원자로) 1개 신설 계획에 대해 한 말이다. 반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안정적 전력 공급 측면에서 원전과 SMR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가 에너지 정책과 산업을 관장하는 장관들 간에 원전·SMR에 관한 이견이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 업계는 정부 메시지에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와 면담에서 "한국이 SMR에서 굉장한 강점을 갖고 있다"고 하다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선 "원전을 짓는데만 15년 이상이 걸리고 SMR은 기술 개발이 안 됐다"고 말해 기업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과감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은커녕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한 상황이 지속된다.

수소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 17일 청정수소발전시장 경쟁입찰 취소를 발표했다. 입찰 신청 마감일에 갑작스럽게 나온 발표는 에너지 업계에 혼돈을 안겨 줬다. 안 그래도 지난해 1차 입찰에서 민간기업이 한 곳도 선정되지 못하며 흥행실패를 맛 봤던 제도에 불확실성만 더해졌다. 이르면 연내에 새로운 공고를 낼 계획이라고 하지만 실제 수소 생태계를 조성에 나서야 할 기업들 사이에는 불안감이 여전하다.

에너지 사업에 대한 기업 의사결정의 필수 요소가 정부의 일관된 정책적 지원이다. '윈 나우(win now)' 보다는 '미래에 대한 베팅' 성격이 강하기에 업황 사이클의 부침 속에서도 사업을 지탱해줄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래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에 정부가 철저히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 이유다.

실제 중국은 10년 이상 천문학적 지원금을 쏟아부은 끝에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전고체, 나트륨 배터리 등 미래 기술에 대한 지원 방향성도 흔들림이 없다. 중국은 수소를 올해 '화학물질'에서 '법적 에너지원'으로 공식 분류하고 투자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2기 들어 조금 분위기가 바뀌긴 했지만 SMR과 같은 주요 미래 에너지원에는 예외가 없다. '오바마→트럼프 1기→바이든→트럼프 2기'를 거치는 동안 정책을 뒤집지 않고 과감한 지원을 퍼부어 SMR의 기술적 우위를 확보했다.

한국은 '착한 에너지원'이라고 정부가 주장하던 것들이 정권이 바뀌면 '적폐'로 전락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SMR이나 수소의 사례에서 보듯 이제는 정권 내에서도 엇갈린 메시지가 나오며 오히려 불확실성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에너지를 이데올로기 발현의 수단으로 취급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에는 좌도 우도, 착하고 나쁜 것도 없다는 점을 정책 입안자들이 염두에 둬야 한다. 각 에너지원의 장점으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렇게 '경제'나 '산업'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해 '에너지 백년대계'를 마련해야 한다. 당장 내일의 에너지 계획도 불투명한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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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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