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삼성, 반격의 시간 ①메모리 시장 1위 탈환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시장의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12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창사 후 분기 최대 매출 기록과 함께 메모리 시장 1위를 탈환했다. 업황 반등을 넘어 반도체 부문의 체질 개선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이 회복됐다는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임직원 동기부여를 위해 '성과연동 주식보상'(PSU) 카드를 꺼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 86조원, 영업이익 12조1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14일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7%, 31.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10조원1400억원)를 2조원가량 상회하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거뒀다.
'10조 클럽' 복귀는 지난해 2분기 이후 5분기 만이다. 직전 분기보다 이익이 2.5배 늘며 2022년 2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출도 올해 1분기 기록한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실적 반등의 중심에는 반도체(DS)부문이 있다. 수출 제재 등 불확실성을 털어내고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했다. 여기에 AI(인공지능) 시장 확대로 D램과 낸드의 수요가 늘고, 가격이 오르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찾아왔다.
DS부문 영업이익은 6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분기 매출은 2018년 이후 7년 만에 최대를 달성했고, 지난 9월에는 월 매출 기록도 갈아치웠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삼성전자의 메모리 부분 매출은 194억달러(27조7000억원)로 지난 2분기 SK하이닉스에 내줬던 1위 자리를 되찾았다.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등 고부가 제품의 출하가 늘고, 낸드도 AI 서버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의 견조한 수요로 메모리 전반의 평균판매가격이 올랐다. 2조원대의 적자를 내던 파운드리 사업도 가동률 상승으로 적자 폭을 크게 줄이며 영업이익 개선에 기여했다.
글로벌 메모리 생산능력 1위인 삼성전자는 '슈퍼사이클'의 최대 수혜기업이다. 특히 약점으로 지적되던 HBM 분야에서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만들고 있다. HBM3E 12단의 엔비디아 공급이 가시화된 가운데 엔비디아, AMD 등에 HBM4까지 공급이 이어지면 이익 구조는 한층 강화된다.
파운드리 사업도 반등을 준비 중이다. 엑시노스 2600의 차세대 갤럭시 제품 탑재와 대형 고객 수주가 기대된다. 엔비디아와 맞춤형 칩 생산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선단 공정뿐 아니라 성숙 공정에서도 신규 수주가 이어지면서 수익 기반을 다지고 있다. 업계는 단순한 '업황 반등'으로만 보지 않는다. 고부가 메모리 판매 확대와 파운드리의 체질 개선이 동반된 만큼 향후 사이클 하락 국면에서도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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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디바이스 경험) 부문도 4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며 안정적 흐름을 이어갔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지난 7월 출시된 '갤럭시Z 폴드7'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디스플레이도 폴더블 신제품 판매 증가와 주요 고객사 신제품 출시 효과로 1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임직원 동기부여를 위해 자사주를 지급하는 성과연동 주식보상 제도를 시행한다. 회사는 200~300주의 주식 지급을 약정하고, 3년 뒤 주가 상승 폭에 따라 지급 주식 수량을 확정해 2028년부터 3년간 균등 분할 지급할 계획이다. 현재 주가 수준을 감안할 때 최대 약 1억원어치의 주식을 받을 수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범용 메모리뿐 아니라 HBM도 일종의 호황에 들어섰다"며 "HBM은 고객의 수요가 계속돼야 하는데, 내년에 시장이 열릴 HBM4는 엔비디아 외에도 AMD와 다른 빅테크 등의 수요도 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9만7500원까지 오르며 장중 최고가를 기록했다.